구글이 그리는 신약 개발 미래... "AI로 신약 출시 2배 늘린다"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 김선식 구글 클라우드 부문장 "AI 하드웨어·인프라 '풀 스택' 갖췄다" 기존 연구원들 행정·반복 업무↓..."순수 연구 집중"

2026-04-01     김선경 기자
31일 김선식 구글 클라우드 부문장이 일산 킨텍스 ICPI WEEK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제약 바이오 산업의 고질적 딜레마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AI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의 병목 현상을 해결함에 따라 초기 단계에 묶여 있던 막대한 연구 인력과 자본이 임상 후반부와 상업화 단계로 전이되어 신약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클라우드 김선식 부문장은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에서 "구글은 AI 연산에 특화된 TPU부터 최상위 모델인 제미나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글 클라우드의 에이전트 기반 AI를 활용하면 과거 100명의 연구원이 수행하던 업무를 AI 한 대가 지원할 수 있다"며 "단순히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및 반복 업무를 줄여 연구원들이 순수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 중심 '웨트 랩'→데이터 중심 '드라이 랩' 무게 중심 이동

김 부문장은 "제약 산업의 딜레마는 신약 개발 비용은 상승하고 기간은 늘어나는 반면 성공률은 점차 낮아진다는 점에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바늘구멍을 조금이라도 넗벼 개발 기간을 10%만 단축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으며, 성공률을 10%포인트만 높여도 현재보다 약 2배 많은 신약을 출시할 수 있다"라며 "이 역할을 AI가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동력은 연구 환경의 디지털화다. 기존 실험실 중심의 '웻 랩(Wet Lab)'에서 디지털 환경의 '드라이 랩(Dry Lab)'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가설 생성과 검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김 부문장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며 "앞으로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한 드라이 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문장은 "특히 개발 초기 단계에서 표적 물질을 발굴하고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과정 중 상당 부분을 AI가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반복적인 행정 업무와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면서 연구원 한 명이 과거 10명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AI 도입이 연구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이 순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많은 제약사들이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초기 및 중기 단계의 효율화는 제약 산업 전체의 자본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 AI 도입으로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절감한 비용과 인력이 파이프라인 후반부에 집중 투입되기 때문이다. 김 부문장은 "후보 물질 발굴 단계에 AI가 기여하면 연구 인력의 노력이 임상 후반부로 집중될 수 있다"며 "상업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자본이 해당 분야로 유입되면서 신약 출시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마인드·이소모픽·칼리코'로 연결된 신약 개발...알파폴드 4 예고

김선식 구글 클라우드 부문장.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 체계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문 기업들의 협업도 주목할 지점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인 '알파폴드'를 보유한 구글 딥마인드와 신약 설계를 담당하는 이소모픽 랩스, 임상을 수행하는 칼리코 등이 각 단계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딥마인드의 성과와 관련해 김 부문장은 "알파폴드 3가 발표된 지 약 2년이 경과했으므로 조만간 알파폴드 4가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예고했다.

보안 문제 역시 핵심 과제로 다뤄졌다. 구글은 최근 약 50조원을 투입해 사이버 보안 업체 '위즈(Wiz)' 인수를 완료하며 민감한 바이오 데이터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김 부문장은 "제약 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 규모와 비교해도 50조원은 상당한 투자이며 이를 통해 사이버 보안 역량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문장은 "신약 개발에 AI가 적용된 지 10년이 지났으며, 향후 10년은 지난 시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결국 AI는 기존의 길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어려운 신약 개발 공정을 단축하고 효율화하며 경제적으로 변화시키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이번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사장 김정진, 이하 신약조합) 산하 제약·바이오 사업개발연구회(연구회장 이재현, 이하 K-BD Group) 주최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및 신사업 확대 전략 수립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