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약가 개편 '어떤 제약회사에게만' 기회가 된다
미래 제약회사의 두 가지 유형 성장 카테고리서 가격 결정권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기획 제약산업 생존 공식이 달라진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중대 기로에 섰다.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14년만의 약가 개편을 두고 누구는 허들이라 하고, 다른 이는 기회라 한다. 과거를 짚어 미래 방향성을 찾아보자. 국내 양대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와 정부의 질환 통계, 통계청의 인구구조 등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제약회사들의 미래를 더듬어 본다.
① 노인이 의약품 시장을 다시 쓰고 있다
② 약가개편이 바꿀 '틀' 누가 울고 웃나
③ 제네릭 많은 곳에 제약사야 가지마라
사람은 줄어도 약제비는 늘었다
2025년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국내 의약품 총유통액은 29조504억원이다. 2021년(22조748억원) 대비 4년간 31.6%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로만 보면 7.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총인구는 5177만명에서 5168만명으로 소폭 줄었다. 시장이 성장한 것은 인구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이유는 인구 1인당 약물비용 증가 추이에서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2021년 42만 6000원이던 1인당 약물비용은 2025년 예상치 기준 56만2000원으로 올랐다. 4년간 31.8% 상승이다. 약을 쓰는 사람의 수보다 쓰는 양과 단가가 좀 더 늘었다는 뜻이다.
배경에는 인구구조의 전환이 자리한다. 통계청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2021년 857만명에서 2025년 1051만명으로 194만명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구성비도 16.6%에서 20.3%로 올랐다. 2025년은 우리 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 기준(20%)을 처음으로 넘어선 원년이다.
외삽법을 통한 데이터에서 65세 이상 인구 증가와 사회과학적으로 '강한 상관관계'(r≥0.85)를 보인 의약품분류코드 'ATC3' 분야는 86개다. 전체 급여 시장의 62% 수준이다. 이 분야들의 2021~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9.2%로 전체 시장 성장률 7.1%를 2.1%p 웃돈다.
상관계수 상위 분야를 보면 움직임이 선명하다. 인지기능항진제(r=0.97), 알츠하이머 치료제(r=0.96), 골격 칼슘 조절제(r=0.95), 전립선비대증 치료제(r=0.94), SGLT2 억제성 당뇨병치료제(r=0.93)가 평균 이상을 차지한다. 치매·골다공증·전립선·당뇨 등은 실제 고령화와 관계가 깊다. 노인 인구가 1명 늘 때마다 해당 분야 매출이 함께 구조적으로 연동된다.
WHO가 의약품을 신체 작용 부위·치료 목적·화학적 특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 국제 표준 체계다. 1단계(ATC1)는 신체 계통(소화기 등), 2단계는 치료군, 3단계는 치료·약리학적 하위군, 4단계는 화학적 하위군, 5단계는 개별 성분을 나타낸다.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계통·치료군 안에서 작용 기전이나 약리학적 특성으로 의약품을 세분화한 'ATC3'를 사용했다.
물론 GLP-1 계열(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 등)은 2021~2025년 연평균성장률(CAGR)이 517%에 달하지만 적응증 등을 감안하면 이 수치를 일반 성장 분석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어렵다. 이를 제외하면 급여 시장 최고 성장 분야는 연 40.2% 성장에 달하는 TNF 억제제 바이오시밀러다.
당뇨치료를 위한 SGLT-2 억제제 계열은 39.7%,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27.4%,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CAB은 23.6% 성장했다. P-CAB을 제외한 세 분야는 모두 고령화 상관계수를 넘어서는 성장 품목이다.
고령화 상관계수 0.85 이상 86개 분야 안에서도 실제로 성장한 분야는 편중돼 있다. 항암·대사질환·신경계가 상위를 차지하고 만성 감염성 질환이나 단순 소화계 분야는 고령화 수혜가 제한적이다.
건강보험 내 다빈도상병 데이터에 역시 흐름은 역시 비슷하다. 2021년에서 2024년 같은 기간 관련 의약품 급여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고혈압 치료제인 ARB 복합제가 연평균 5.4% 성장했고 당뇨 치료제 DPP-IV 억제제 계열은 앞선 SGLT-2와 달리 1%대 하락을 기록했다.
수치가 가리키는 것은 이것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만성·노인성 질환 중심 분야는 구조적 성장 국면에 있다. 외부 충격 없이도 시장이 확장된다. 그러나 그 성장을 누가 취하느냐는 회사별 영업과 제품 구색 즉 포트폴리오가 결정한다.
고령질환 부담, 건강보험 장부를 다시 쓴다
다빈도상병 통계를 더 들여다보면 숫자가 더 구체적이다. 외래 다빈도 1위 상병인 본태성 고혈압 환자 수는 2021년 803만명에서 2024년 935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2형 당뇨병 환자는 307만명에서 357만명이 됐다. 알츠하이머병은 51만명에서 71만명으로 4년 새 20만명이 더 생겼다. 추세를 이어가면 2025년 고혈압 환자는 약 970만명, 당뇨 환자는 약 370만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환자 수 증가가 곧 처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질환도 있지만 만성질환은 다르다. 한 번 처방이 시작되면 중단 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의 연간 처방일수는 300일을 넘는다. 일부 투약 포기 환자를 제외하면 1년 내내 먹어야 한다.
고혈압·당뇨·치매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처방 기반이 매년 자동으로 확장된다는 말과 같다. 이 구조는 고령화 상관 분야의 성장률을 전체 시장 평균보다 높게 유지시킨다. 인구 증가 없이도 환자 수가 늘고, 환자 1인당 처방일수가 길어지면서 시장이 확대된다. 국내 의약품 시장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처방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유통 기반 데이터인 아이큐비아와 처방 기반 데이터인 유비스트의 자료를 교차 검증하면 주요 분야 성장 방향 일치율은 71% 수준이다. 특히 이들 약제는 의원 처방 비율이 높다. 모든 수치가 만성질환의 성장을 가리킨다.
고령화 관련 질환 파이는 늘지만
과실이 모든 회사의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분야가 성장한다는 것과 그 안에 있는 개별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탐스로신 등을 비롯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분야의 고령화 상관계수는 0.94로 4년간 연평균 7.6% 성장했다. 그런데 이 분야에 등재된 제네릭 품목 수는 313개 로 이들 품목이 7.6% 성장의 파이를 나누는 구조다. 개별 품목 입장에서는 분야 성장이 그대로 체감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
골격 칼슘 조절제 역시 고령화 상관계수 0.95에 연평균 성장률 8.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분야도 제네릭 품목이 과밀하고 특색을 갖추지 못한 미투 제품이 많다. 오는 3월 건정심 의결을 앞둔 약가 개편이 더해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계수 0.9, 연평균 성장률 8.1%)와 SGLT2 억제성 당뇨 치료제(0.93, 연평균 34.1% 성장)는 구조가 다르다. 신약·신기전 제품 비중이 높아 품목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 방어력이 있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한다.
결국 고령화 수혜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성장하는 분야 안에서 가격 결정권이 있는 제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다. 분야의 성장 방향은 데이터가 이미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2026년 시행될 약가 정책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 이 기사는 3월26일 건정심 의결 이전 작성했고, 의결 이후 약가 관련 조사 결과는 2편에 반영했습니다.
조사방식 설명 1편 분석은 2025년 기준 ①아이큐비아의 유통액 데이터 ②유비스트의 원외처방액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았다. 두 데이터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각 제품(및 용량)별 데이터를 매칭, 유사도를 파악했다.
여기에 ③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 다빈도 상병 현황 및 해당 질환의 약제비 지출통계(2025년 부재로 2024년 기준) ④통계청의 인구통계 및 통계포털의 고령화 추이 ⑤2025년 말 기준 국가필수의약품 및 퇴장방지의약품 목록을 각각 넣어 고령화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추정했다. 조사 방식은 2025년을 기준으로 외삽했다. 다만, 유통액과 원외처방액 데이터는 표본조사 형태로 실제 회사 수량 및 매출과 다소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