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약 관리정책 놓고 식약처와 광동제약 열띤 공방, 왜?

25일 생약제제 설명회서 광동제약 문제 제기 계약재배·CoA 두고 "부담만 증가" vs "관리 책임은 기본"

2026-03-30     최선재 선임기자
식약처 한약 정책 설명회 모습.

한약(생약)제제 품질관리 강화 방안을 둘러싸고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간 이견차이가 공개석상에서 맞부딪혔다. 광동제약이 "계약재배를 통한 원료관리 노력에도 아무런 제도적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하자, 식약처는 "원료 단계 품질 확보는 당연한 의무"라고 맞받았다.

식약처가 25일 누리꿈스퀘어에서 개최한 2026년 한약(생약) 정책 설명회에서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업계와 당국의 시각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약제제 품질 관리 체계의 변화가  있다. 식약처는 2024년 9월 고시 개정을 통해 지표성분 함량을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도록 제도를 정비했으며, 기존보다 정량적이고 일관된 품질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준 이상 충족 여부를 보는 수준을 넘어 상·하한 범위 안에서 함량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제품 간 편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자연스럽게 관리 범위를 제조 공정에서 원료 단계까지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완제품의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투입되는 원생약 자체의 편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생약은 계절, 산지, 재배 환경에 따라 성분 함량이 달라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제조사가 이를 단독으로 통제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광동제약은 정책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 식약처 생약제제과 측에 계약 재배 등 자체적인 원료 관리 노력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계약 재배는 제약사가 특정 농가나 재배지와 계약을 맺고 재배 조건, 품종, 수확 시기 등을 관리하면서 원생약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광동제약 한 연구원은 "식약처의 규제 정책 시행 이후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계약 재배"라며 "R&D 비용을 공격적으로 투자해 계약 재배를 통해 원료를 관리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제도적 메리트가 전혀 없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식약처가 계약 재배를 통해 원생약을 관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할 부담만 커지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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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생약제제과 견해는 달랐다. 식약처 생약제제과장은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이상 원료 단계부터 품질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도적 혜택을 주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의 질의 직후 업계 관계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원생약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시중에 유통되는 원생약을 구입해도 데이터 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재배 여력이 없어 시중 유통되는 원생약을 구입해도 품질 문제가 생긴다"며 "CoA(시험성적서)를 받아 자체 시험을 해봐도 결과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공인된 기관에서 시험성적서를 받아도 품질의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규제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어느 데이터를 기준으로 관리하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기초 데이터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약처가 강화된 규제로 업계의 품질 관리 책임만 강화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CoA(Certificate of Analysis)는 식약처가 인정한 기준에 따라 공인 시험기관 등이 발급하는 원료 시험성적서를 의미한다.

원생약의 주요 성분 함량, 불순물, 중금속 등을 확인하는 공식 데이터로, 원료 품질을 판단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공인 성적서와 실제 제조사 시험 결과 간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상 신뢰를 전제로 하는 CoA 역시 원생약 품질을 완전히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식약처 생약제제과는 "특정 CoA 발급 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신 제조사가 원료와 최종 제품 간 상관관계를 데이터로 축적해 관리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고수했다. 다만 이러한 입장은 규제 철학에 기반한 원칙 제시에 가깝다는 점에서, 현장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광동제약의 입장에 손을 드는 분위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도는 원료 품질 편차라는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제조사 책임만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며 "공급망 관리 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만 강화하면 현장에서는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동제약은 추가 투자로 자체 계약 재배 방식을 택해 품질을 균질하게 맞추려고 노력하는데도 인센티브가 없다"며 "시험 성적서 신뢰도 문제도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식약처가 원칙만 내세우지 말고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