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용의약품 약가 가산? "고맙지만 명확치도, 실효성도 낮다"

등재 기준 변수·3개사 조건에 수혜 제한 정책 효과 제한적 시장 규모 축소, 점점 오르는 원가구조 등 난제

2026-03-28     최선재 선임기자
챗 GPT 생성 이미지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소아용 의약품 직접 생산 시 약가 우대를 적용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즉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등재일 기준 변수와 공급 구조 조건에 따라 실제 수혜 대상이 작고 시장 구조상 생산 확대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정부는 약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제네릭 기본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대신 원료 직접 생산 의약품과 국산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에 더해 항생주사제와소아용의약품에 별도 가산을 뒀다. 기본 약가는 낮아지는 대신 우대 조건 충족 시 약가를 높여 차등 보상하겠다는 구조다.

이들 약제에는 68% 수준의 약가 우대를 적용하고, 기본 5+5년을 보장한 뒤 10년 후에도 적용 요건을 충족하고 공급업체 수가 적은 품목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로 3개사 이하 공급 구조가 유지되면 우대를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신규 등재 약제 위주로 검토하던 우대를 기등재 약제까지 넓히겠다는 점도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아용 의약품 약가 우대안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45%로 약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아용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면 10년 동안 우대하면 68% 약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일부 소아용 의약품 생산 제약사들은 시장 철수나 이탈 검토를 중단하고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 우대 기간 산정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대목이 우려된다"며 "복지부가 소아용 의약품 등재일을 기준으로 5+5년의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소아용 의약품은 올드드럭이 많아 등재일이 10년 이상 넘어간 제품들이 대부분으로, 최근에 급여 등재된 제품이 아닌 이상 약가 우대 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제도 설계상 상당수 품목이 애초에 우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그동안 가산 혜택을 일괄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등재 시점을 기준으로 순차적으로 조정하는 원칙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 역시 소아용 의약품 등재일 기준으로 우대 기간이 정해질 경우 수혜를 받는 품목들이 극소수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아용 의약품을 대상으로 10년의 기본 약가 우대 기간을 적용한 이후 3개사 이하 공급 구조가 유지됐을 때 'α년’의 우대기간을 추가한 점에 대해서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정부가 공급업체 수가 3개사 이하인 품목에 대해 약가를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준만으로는 생산 유인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사 출신 제약사 RA 본부 관계자는 "대표적인 저가 필수 소아용 의약품인 소아용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공급업체 수가 제한적인 품목으로 68%의 약가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아 생산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지원 등으로 생산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사업 확대보다는 최소한의 공급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약가를 10년 이상의 수준을 인상하더라도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한 실질적인 생산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덱시부프로펜 등 그나마 시장성이 있는 소아용 의약품 품목은 이미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약가 우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경우 품절 우려는 낮지만 정책 수혜와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수익성이 낮은 소아용 품목은 생산 유인이 부족하고 반대로 수익성이 있는 품목은 이미 경쟁이 과잉인 구조로 정책 수혜 대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약가 개편안이 신규로 소아용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힘을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아용 의약품 시장은 이미 제네릭 중심으로 포화 상태에 가까운 데다 전반적인 약가 수준도 낮게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저출산 영향으로 환자 수 자체가 감소하면서 시장 규모 역시 축소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진입을 검토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아용 의약품 시장은 저가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약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진 반면 원가는 상승하면서, 생산해도 남는 것이 없는 구조가 고착됐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약가 우대안이 통과됐다고 기존 제네릭으로 신규 진입하는 것은 유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약가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와 있고 경쟁까지 형성돼 있어, 새롭게 진입하더라도 동일한 저수익 구조를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제약사가 들어오려면 기존 제품이 아닌, 전혀 다른 가격 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영역에서 소아용 의약품 시장에 접근해야만 진입 논리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소아용 신약 개발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인 선택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소아용 의약품 개발 전문가는 "소아용 의약품 시장은 규모만 적은 게 아니라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기존 제네릭 중심으로 가격이 이미 낮게 고착된 시장인 데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소아 적응증 확대를 위해 추가 임상과 비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성인 시장 대비 매출 볼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기 어렵다"며 "즉 신약만이 유일한 진입 경로이긴 하지만, 그 신약조차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이중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결국 약가를 10년 이상 우대해준다고 해도 신규 플레이어가 이런 리스크를 안고 진입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약가 우대를 일부 인상하더라도 기존의 저수익 구조와 시장 특성이 유지되는 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규 투자나 진입을 결정할 유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종합적으로 이번 약가 우대 정책이 기존 소아용 의약품 생산 업체의 이탈을 일부 늦추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등재일 기준과 3개사 이하 조건으로 실제 수혜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제네릭은 채산성이 낮고 신약은 시장성이 부족한 구조가 지속되는 만큼 신규 진입이나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