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약품 관세 불투명... 'PBM+슈퍼 301조' 사전 대비 필요"

서동철 교수-김성중 변호사 트럼프 2기 정책 분석 불안한 관세 폭탄? '말은 있었지, 실행 없어 계약 구조+ 원료의약품 플랜B등 '대비해야'

2026-03-24     이우진 수석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3일 오후 2시 협회 강당에서 한눈에 짚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우진 기자.

우리나라 의약품의 미국 관세와 관련, 전문가들은 "관세 대비도 필요하지만 미국내 PBM이나 '슈퍼 301조' 등 관세 외 정책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3일 오후 2시 '한눈에 짚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두 발표자는 "현재 대미 수출 구조를 재검토하는 동시에 생물보안법에서 수출을 지키기 위한 대중국 의존도 감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관세? 말은 있었지만, 선포문은 아직 없다'

외려 의약품 '슈퍼 갑' PBM 규제 대비해야

서동철 럿커스뉴저지주립대학교 겸임교수(중앙대 명예교수)와 김성중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꺼내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정작 확정된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10월 1일부터 브랜드·특허 의약품 수입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만 면제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 때문에 화이자를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암젠·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줄줄이 미국 정부와 약가·투자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정부 측의 공식 선포문(Presidential Proclamation)은 나오지 않았으며 연방관보 고시도, 세관 집행 지침도 없는 상황이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서동철 교수는 "트럼프 1기 때도 MFN 가격 제도를 만들었다가 제약사 소송으로 법원에서 기각됐고, 바이든 행정부가 폐기했다"며 "지금도 관련 조항 어디에도 강제 규정이 없고 거의 다 자발적"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의 말처럼 미국에서는 강제 조항을 넣는 순간 소송 리스크가 생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감안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체계 전반이 흔들린 상황이다. 의약품은 애초 상호관세 적용 제외 품목이라 직접 영향은 없지만 232조 의약품 조사 역시 공식 집행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서 교수는 단순히 관세보다 오히려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제도 변화는 올해 2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2026 통합세출법'이라고 짚었다. 여기에는 소위 'PBM' 규제 조항이 담겨있는데 2028년부터 PBM의 리베이트 수취가 제한되고, 차익은 소비자와 정부에 환원해야 하는 규정이 생긴다.

PBM은 실제 미국 의약품 처방 시장의 약 80%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에 등재되지 않으면 미국 시장 접근 자체가 막히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역시 이들이 제공하는 유통 목록에 자사 의약품을 올리는 것이 필수처럼 지적돼 있다.

서 교수는 "문제는 이 규제가 오히려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PBM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제약사에 요구하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향후 국내 제약사들의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슈퍼 301조, 우리 업계 테이블 오를수도'

중국 원료 탈출 위한 '대안' 준비도 필요

김성중 변호사는 두 번째 발표에서 현재 상황을 4분면으로 정리했다. 관세·비관세,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각각의 현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구도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301조 조사를 개시한 점을 짚으며 "우리 약가 정책이 다시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회사가 같은 정책을 가질 수 없는 이상 자사 포트폴리오가 각 4분면 어느 위치인지 먼저 명확히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와 서 교수가 동시 강조한 것은 '수출 계약서'였다. 계약 자체의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연자는 만약 미국 수출 계약이 수출자 관세 전액 부담(DDP) 조건으로 묶여 있다면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되는데 관세 변동 시 재협상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것이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원료의약품(API) 의존 문제도 거론했다. 미국 제네릭 처방의 40%가 중국산 API를 사용하고 있으며 생물보안법이 본격 적용되는 2028년을 앞두고 공급망 다변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끊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며, 대안을 천천히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날 세미나에서 관세가 강조되지 않은 것은 말은 나오는데 실행이 없는 현 상황에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BM 규제 외 100% 관세도, MFN 가격 강제 적용도 법적 강제력을 갖추지 못했다.

서 교수는 이 구조를 두고 "지금 상황에서 구체적인 예측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루른 판단보다 사업과 계약 구조 자체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