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지휘자 이형훈 차관 "지금도 업계, 학계 의견 듣는 중"
약가 개편 데드라인 D-8 "제약업계는 파트너" 퇴장방지의약품, 혁신형기업 '보상'의지 확고
"제약업계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가야 할 파트너다. 산업이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싶은 마음은 확고하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8일 복지부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최근 제약업계 초미의 이슈인 '11.28 약가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 차관의 말에서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었다. 약가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그 사이에 '여지'를 놓았다는 점이다.
이 차관에게 쏟아진 질문 중 하나는 '11.28 약가개편안'이었다. 취임 약 6개월 만에 인사를 나눈 자리라서 의약계의 뜨거운 이슈에 궁금증이 이어졌다.
여러개 질문 속에서 그는 "정부의 개편안이 이미 확정돼 여지가 없다는 업계의 우려는 다소 다르다"며 "개편의 속도와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업계 전문가 및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대한민국은 건강보험 단일 보험 체계다. 정부는 거대 구매자 역할로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를 아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제약 바이오 5대 강국을 지향하므로 제약업계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그는 채산성이 낮아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한 필수 의약품과 퇴장방지 약제는 일반적인 약가 인하 기전과 별개로 관리 대상이라는 말과 함께 "환자와 의사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며 수가 가산이나 정책적 배려로 공급망을 보호하겠다는 말도 이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약가 개편안.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 초중반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2012년 반값약가 일괄인하 이후 13년 만의 대대적 개편으로, 수급 불안정 품목·퇴장방지의약품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며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차등 우대를 검토 중이다. 오는 3월 말 건정심 심의 안건에 오를 예정이다.
그의 말이 무게를 갖는 이유는 이력에 있다.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복지부에서만 보건의료정책과장, 한의약정책관, 대변인, 연금정책국장,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 정신건강정책관 등을 거쳤다. 비대면 진료를 비롯해 의약계 주요 정책 상당수에 그의 실무와 지휘가 담겨 있다.
특히 2023년 보건의료정책관 재직 당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하며 주요 논의를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부처 간 소통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5년 명예퇴직 후 4개월 만에 제2차관으로 발탁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갈등 상황 중재 능력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갖췄다"며 정책 이해도와 기획력을 높이 샀다. 무엇보다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3월 26일 논의 예정인 약가개편안 의결의 직접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약업계 5개 단체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약가 인하를 강행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감소,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포기 등 보건안보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업계는 수 차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이 차관의 발언은 이같은 업계를 향해 "배제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말이기도 하다. 동시에 업계 입장에서 정부를 설득할 만한 논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걷고, 뛰고, 달리는 '소통'... 제약업계와 계속 함께 달릴 수 있을까
이 차관은 간담회에서 의정 갈등 수습 과정의 소회도 짧게 전했다. 전공의 복귀와 의대생 복학을 마무리하고, 전공의법 개정으로 연속 수련 시간을 24시간으로 단축했으며, 지역필수의료법·의료법·건강보험법 개정 등 굵직한 입법 성과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일관되게 강조한 단어는 '소통'이었다.
과거 의정협의체가 큰 자리에서 큰 의제를 다뤘다면 이제는 실무진 수준에서 이견을 좁히고 합의 가능한 지점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복지부 안팎에서 다재다능한 스포츠맨으로 알려졌고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들어왔던 그에게는 직접 당사자들과 '걷고, 뛰고, 달리듯'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자리를 마무리하면서도 이 말을 한 번 더 남겼다.
이달 26일 건정심 안건 상정 전 제약업계가 정부와 합의점을 향해 함께 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