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발걸음 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키다리 아저씨' 기대감

ADC 다음은 비만약...오픈이노베이션 넓히는 삼성바이오 삼성에 거는 기대... "바이오 생태계 이끌 조력자 되기를"

2026-03-19     김선경 기자

작년 11월 신약 개발 행보를 공식화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본격적인 실무 궤도에 진입했다. 글로벌 대기업 '삼성'의 이름을 걸고 신약 개발이라는 불확실한 전장에 뛰어든 만큼, 업계는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 한 걸음 한걸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쌓은 기반 위에, 삼성바이오가 그리는 신약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업계는 9할의 기대와 1할의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안전한 길' 먼저 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6일 에피스넥스랩 및 지투지바이오와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지투지바이오의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며 재무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점도 눈에 띈다.

이번 계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이 지투지바이오의 미세구체 기반 약물전달 기술을 활용해 장기 약효 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관련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3자 협력을 골자로 한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의 배경에 "지투지바이오는 독자적인 장기 약효 지속 플랫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상장사라는 점 그리고 비만 치료제 시장의 미충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 전략적 수요가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번 행보에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 투자 및 파트너링을 담당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미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이 선점한 GLP-1 시장에 진입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며 "혁신 신약 발굴이나 밸류에이션이 높은 유망 기업과 M&A를 통해 체급을 키우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를 주도하는 행보를 기대했는데 다소 보수적인 선택을 보여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바이오가 신약 개발에 신중한 접근을 택한 배경으로 업계 전문가는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기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신약 개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신약에 곧바로 뛰어드는 것은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공정·설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과 검증된 의약품을 기반으로 개발돼 실패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바이오 산업에 발을 들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신약 개발 진출 역시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다. CDMO 사업을 수행하며 신약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직접 개발 역량을 축적한 만큼,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리스크를 최소화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바이오가 지투지바이오와 공동 개발하려는 GLP-1 계열 약물은 임상적 효과와 시장성이 모두 검증된 분야로 타깃 자체의 실패 가능성이나 시장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이러한 영역에서 장기지속형(long-acting) 기술 등 혁신을 더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신약 개발을 성공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다음 발걸음은 과감해질까?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이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 밸류체인에서 어떤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생태계에서 바이오텍은 혁신신약을 발굴하고, 중견 제약사는 이를 임상 개발해 빅파마로 기술이전하며 빅파마는 최종 임상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바이오텍은 특정 분야의 깊은 전문성, 중견 제약사는 임상 개발 역량, 빅파마는 임상과 상업화를 아우르는 종합 역량이 요구된다.

그는 "이 밸류체인 속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현재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먼저 바이오텍과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 방식과 조직 운영 역량을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번  지투지바이오와 협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삼성바이오가 공식화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기업 인투셀과는 최대 5개 품목까지 ADC(항체-약물 접합체)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중국 프론트라인과도 2종의 ADC 파이프라인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오는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공개 예정인 'SBE303'의 비임상 연구 결과는 삼성바이오의 신약 개발 역량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현재 신약 개발은 외부의 우수한 기술을 수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자체 개발 중인 후보 물질도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파트너사의 검증된 기술력을 디딤돌 삼아 조심스럽게 첫발을 떼는 단계지만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삼성 특유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텍들을 이끌어주고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큰 손'이자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라는 길고 험한 여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도전이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