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파이프라인 잡아라"… 다시 달리는 빅파마 M&A

2025년 글로벌 생명과학 딜 385조로 급팽창 GSK·릴리·암젠 등 연초부터 거래 잇따라

2026-03-16     김동우 기자
ChatGPT 생성 이미지.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 사례가 잇따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주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비만·대사질환 및 염증성 질환, RNA 기반 치료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역량 등을 겨냥한 인수에 나서면서 M&A 시장을 이끌고 있다.

 

GSK·릴리·아스트라제네카…연초부터 인수 행보 잇따라

올해 들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거래는 GSK의 랩트 테라퓨틱스 인수다. GSK는 지난 1월 랩트를 약 22억달러(약 3조2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로 GSK는 식품 알레르기 예방을 목표로 임상 2b상 단계에서 개발 중인 장기 지속형 항-IgE 단일클론항체 '오주레프루바트'를 확보하게 됐다. 해당 후보물질은 장기 지속형 투여를 목표로 설계된 것이 특징으로 GSK는 이를 통해 면역·염증 치료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는 체내(in vivo) 면역세포 엔지니어링 기술을 개발해온 바이오텍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선급금과 임상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24억달러(약 3조5050억원) 수준이다.

오르나는 원형 RNA와 지질나노입자(LNP) 전달 기술을 결합해 체내에서 치료 단백질 발현과 세포치료 생성을 유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선도 파이프라인은 CD19를 표적으로 하는 in vivo CAR-T 후보 'ORN-252'다. 해당 후보물질은 B세포 매개 자가면역질환 치료가 목표이며 현재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체내 세포공학 기반 치료 기술을 확보하고 자가면역질환 중심의 면역학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월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모델라AI 인수 소식을 발표했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로 회사는 모델라AI의 멀티모달 기반모델과 AI 에이전트를 자사 종양 연구개발 환경에 직접 접목하게 됐다.

모델라AI는 병리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종양 분야에서 생성형·에이전틱 AI 플랫폼을 구축해온 기업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오마커 발굴과 임상개발 의사결정, 데이터 집약적 연구 업무의 자동화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같은달 암젠도 종양 분야 파이프라인 보강을 위해 다크 블루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는 선급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8억4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 규모다.

다크 블루의 핵심 자산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전을 기반으로 한 소분자 항암 후보물질이다. 암젠은 해당 자산을 확보해 종양 분야 초기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차세대 표적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 J&J·노바티스 등 CNS·비만·RNA 자산 인수전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대형 거래가 잇따랐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생명과학 분야 M&A 총액은 약 2570억달러(약 385조원) 수준으로 전년비 99% 증가했다. 100억달러(약 15조원) 이상 대형 인수도 9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M&A는 존슨앤드존슨의 인트라셀룰러 테라퓨틱스 인수(146억달러, 약 21조4000억원) 거래였다. 인트라셀룰러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해당 거래는 CNS 분야가 다시 대형 거래 무대로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노바티스는 에이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120억달러(약 17조1400억원)에 인수하며 RNA 치료제 거래 영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노바티스는 앞선 5월에는 최대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레귤러스 테라퓨틱스 인수에 나서며 RNA 계열 자산 보강을 시작한 바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오비탈 테라퓨틱스를 약 15억달러(약 2조200억원)에 인수하며 OTX-201과 RNA 플랫폼을 확보했다. 오비탈은 생체 내 세포치료제 기술을 앞세운 기업으로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한 in vivo CAR-T 접근법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앞서 애브비도 캡스턴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같은 축의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항암 중심이던 세포치료 기술이 자가면역질환 쪽으로도 확장되는 흐름이 거래 시장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대사질환 및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도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0월 아케로 테라퓨틱스를 최대 52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며 대사기능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확보에 나섰고, 로슈도 89바이오를 최대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인수하며 같은 MASH 영역에 발을 들였다.

화이자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멧세라를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 재진입에 속도를 냈다. 거래 규모는 총 73억달러(약 10조15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멧세라의 후보물질이 상업화될 경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양 및 희귀질환 영역에서도 굵직한 거래가 나왔다. 사노피는 블루프린트 메디슨스를 최대 95억달러(약 1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희귀질환과 표적 치료제 자산을 확보했고, 젠맙은 네덜란드의 이중항체 항암제 개발사 메루스를 80억달러(약 11조원)에 인수했다. 바이오엔테크는 큐어백을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해 mRNA 개발 역량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