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감추던 환자에게 일상을...'만성 손 습진' 치료 새 길 열린다
히터뷰ㅣ고주연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레오파마, 바르는 JAK 억제제 '앤줍고 크림' 국내 첫 도입 52주 장기 연구서 안전성 프로파일 입증...가려움·통증 동시 개선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손을 뒤로 감추거나 사계절 내내 장갑으로 상처를 가려야만 했던 만성 손 습진 환자들에게 일상을 되찾아 줄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2026년 3월 국소 JAK 억제제인 '앤줍고 크림(성분명 델고시티닙)'이 비급여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다. 그동안 부작용을 감내하며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전신 부작용 위험을 무릅쓰고 경구 레티노이드를 복용해야 했던 만성 손 습진 환자들에게 핸드크림처럼 간편하게 바르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히트뉴스는 대한접촉피부염·알레르기학회장이자 손 습진 치료 분야 권위자인 고주연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 앤줍고 크림의 적응증인 만성 손 습진의 질환 특성과 기존 치료의 한계, 그리고 신약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고 교수는 "그동안 치료 부담이나 부작용 우려로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이던 환자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습진 반복되면 '만성 손 습진'…심하면 머리 감기도 어려워
손 습진은 손에 발생하는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만성 손 습진은 1년에 두 번 이상 재발하거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된다.1 발병 원인은 하나로 규명하기 어렵다. 흔히 알려진 주부습진(가사 노동)부터 미용사, 요식업 종사자, 의료인 등 물이나 세제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성 손 습진, 아토피성 피부염과 연관된 손 습진, 접촉성 피부염 등이 한 환자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고 교수는 "손 습진은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서 특정 물질에 접촉하면 악화되고, 직업적으로도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처럼 여러 요인이 겹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1
손 습진의 문제는 증상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고 교수는 "손 습진이 심한 환자 중에는 머리를 감는 것 조차도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키보드를 칠 때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려움과 통증, 피부 갈라짐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소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부담…경구 치료는 안전성 관리 필요
고 교수는 "현재 만성 손 습진의 1차 치료는 국소 스테로이드가 기본이다. 그러나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경구용 레티노이드, 항히스타민제, 경구 스테로이드와 같은 2차 치료제를 고려하게 된다. 증상이 매우 심한 환자에게는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전신 면역억제제나, 경구 면역조절제인 메토트렉세이트까지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1
하지만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일부 환자들은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20년 이상 사용해 온 경우도 있다"며 "이렇게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종잇장처럼 얇아져, 가벼운 접촉에도 쉽게 멍이 들거나 피가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에 바른 약물이 얼굴 등 다른 부위로 옮겨가 2차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소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경구용 알리트레티노인 역시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겨준다. 고 교수는 "이 약물은 비타민A 유도체인 레티노이드 계열로 효과는 입증됐으나, 혈중 지질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 3~6개월마다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무엇보다 치명적인 태아 기형 유발 위험이 있어 가임기 여성은 엄격한 피임과 임신 반응 검사 등 상당한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2 오직 손의 염증을 잡기 위해 전신 부작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도 환자들에게는 큰 거부감으로 작용한다.
국소 'Pan-JAK 억제제'...염증 차단하고 52주 장기 안전성 입증
이번에 국내에 도입되는 앤줍고 크림은 Pan-JAK 억제제인 델고시티닙을 주성분으로 하는 국소 치료제다. 이 약물은 JAK1, JAK2, JAK3, TYK2 등 네 가지 신호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는 'pan-JAK 억제제'다.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의 통로를 한꺼번에 차단함으로써 피부 염증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는 원리다.3, 4
임상 연구에서도 안전성 프로파일과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중등증에서 중증 만성 손 습진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델고시티닙 20mg/g 제형을 평가한 5개 연구를 통합 분석한 결과, 초기 16주 치료 기간과 이후 필요 시(as-needed) 치료를 이어간 52주 장기 기간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5
특히 초기 16주 동안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앤줍고 크림군이 위약군 및 경구 알리트레티노인군보다 낮았고,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약물 관련 이상반응과 중대한 약물 관련 이상반응 발생 빈도에서도 위약군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을 보였다.5
또한 앤줍고 크림은 중증 통증을 동반한 만성 손 습진 환자에서 사용 1일차부터 가려움의 빠른 완화가, 3일차부터는 통증의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관찰되었다.6 이러한 결과는 급성 악화와 만성 경과를 모두 고려한 빠르고 지속적인 질환 관리가 가능한 치료 옵션임을 뒷받침한다.
고 교수는 통증 개선 지표가 "굉장히 아팠던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되는 수준의 변화"라고 설명하며, 그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경구약 부담 줄이고 일상 회복 기대
고 교수는 앤줍고 크림의 가장 큰 강점으로 환자의 편의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꼽았다.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바르면 나타날 수 있는 피부 위축, 경구제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한 전신 부작용이나 임신 관련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손은 신체 전체 표면적의 약 4%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소적으로 바르는 크림 제형은 전신 흡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 안전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존재한다. 고 교수는 이 약물이 손 습진 치료를 위해 승인된 국소 제제임을 강조하며, 승인된 적응증과 사용부위를 벗어나 넓은 부위에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약물의 전신 흡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우 전신 노출이 높아질 수 있어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된 사용 범위 내에서 전문의의 지침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감추지 말고 전문의 찾길...만성 손 습진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
고주연 교수는 만성 손 습진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고 교수는"손을 내밀기 부끄러워하거나 습관적으로 감추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피부 문제를 넘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신호"라며 "일시적인 습진이 아니라 반복되고 만성화된 증상을 겪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앤줍고 크림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국가에서 성인 만성 손 습진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3월 비급여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처방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그간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만성 손 습진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Kim HJ et al., Annals of Dermatology 33(4):351–360, 2021.
2. 의약품안전나라-의약품등정보검색-알리톡연질캡슐30밀리그램(알리트레티노인). Available at: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의약품제품정보 상세보기-알리톡연질캡슐30밀리그램(알리트레티노인)
3.Tanimoto A, et al. Inflamm Res 2015;64:41–51
4.Worm M, et al. Br J Dermatol 2022;187:42–51
5.Bissonnette R, et al. Safety of Delgocitinib Cream in Adult Patients with Chronic Hand Eczema (CHE: pooled analysis of five phase 2b and phase 3 trials), 34th Annual Congress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EADV), 17–20 September 2025.
6. Bissonnette R, et al. Delgocitinib cream improves pain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Chronic Hand Eczema with severe pain, 34ᵗʰ Annual Congress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EADV), 17–20 Septem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