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상 임상 2→1건 축소 꺼낸 FDA, 美 진출 필요한 것은 '연구 설계'

FDA 마카리 국장·파사드 센터장, 19일 NEJM에 신약 승인 방향 논평 "확증적 증거와 '1건의 적절하고 잘 통제된 연구' 허가 근거 삼을 것" 바의협 "3상 최소화 본격화 시, 국내 기업 '선제적 증거 제시' 전략 필요"

2026-02-27     황재선 기자
Gemini로 각색한 이미지 / 황재선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신약 허가 심사 과정에 필요한 3상 핵심(피보탈, Pivotal) 임상시험의 건수를 기존 2건에서 1건으로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글로벌 진출에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FDA 마카리 국장과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파사드 센터장은 지난 19일 글로벌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nal of Medicine(NEJM)에 'FDA 승인의 새로운 기본 옵션 – 2개 시험의 도그마를 끝내며(One Pivotal Trial, the New Default Option for FDA Approval — Ending the Two-Trial Dogma)'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이 논평에서 저자는 1997년 이후 FDA가 '확증적 증거(confirmative evidence)'와 결합된 '단 하나의 적절하고 잘 통제된 연구'를 근거로써 마케팅 허가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유지해왔으며, 이런 유연성을 바탕으로 혁신신약 지정, 가속승인, 우선심사 경로 등 신약 출시의 가속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FDA는 그동안 환자수가 적거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줄 수 있는 종양, 희귀질환 외에 일반 질환에서도 일부 상황에서 예외적인 단일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허용해왔다. 다만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 이런 유연성을 제공했는지 공개되지 않아 업계의 혼란이 남아있었다. 이에 FDA는 향후에는 '단일 시험 요건'을 명확히 표준(default standard)로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저자는 "그동안 FDA가 2개의 임상시험에 의존해왔던 이유는 과거에 치료법인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안전성과 신뢰할 수 있는 인과 관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며 "현대에는 두 개 시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 제조사에 반복 임상을 요구하지 않아도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대안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FDA는 임상적 신뢰성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예시로 △효과의 크기 및 가설의 사전 규정 △대조군의 성격(과거 대조군 vs 현대 대조군, 최선의 치료법 사용 여부) △일차 평가 변수의 선택 및 생물학적 상관관계와의 일치성 △통계적 검정력, 눈가림(blinding), 무작위 배정, 결측 데이터 처리 방식 등이 있다. 

더불어 연구의 통계적 가설 검정을 위해 사용되는 'p-value' 식 해석에서 보다 과거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 등 총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베이지안(Bayesian) 해석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p-value의 경우 표본 수가 많아질수록 값이 작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해석하면 오해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FDA는 그동안 2개의 임상시험을 제출해 허가했음에도 추후 안전성 문제나 효능이 밝혀진 제품들도 존재하며, 시험의 설계(대조군 부적절, 통계 계획 오류 등)가 미흡하다면 3상을 3~4건 수행하더라도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하나의 강력하고 건전한 임상 연구(robust and sound clinical study)를 진행하게 됨으로써 주의력을 더 집중시키게 된다면 FDA 기준을 만족하면서 추후 제품 허가 철회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품목허가 필요 3상 핵심 연구 건수 줄어들면 어떤 효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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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에서 FDA는 향후 2개의 임상 대신 1개의 임상만으로 진행될 시 제약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약 3000만~1억5000만달러(428억~2142억원) 절약되며, 수년의 시간이 절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발비용이 감소된 만큼 절약한 연구 개발비로 다른 신약 물질의 R&D를 지속할 수 있다. 

더불어 FDA의 한정된 심사관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하나의 임상시험의 결과를 심사하고, 미국 환자들에게 가장 최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①작용 기전이 모호하거나 비특이적인 경우 ②단기적 또는 불안정한 대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③시험에 근본적인 한계나 결함이 있는 경우 등에는 여전히 두 개 이상의 연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FDA는 "앞으로 확증적 증거와 결합된 '하나의 적절하고 잘 통제된 연구(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y)'를 신제품 허가의 기본 근거로 삼을 것"이라면서 "FDA는 대조군, 평가 변수, 효과 크기 및 통계 프로토콜에 특히 집중해 연구 설계의 모든 측면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로 인해 신약 개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단순 개발 속도 증가? No! '혁신의 가성비' 극대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이번 FDA의 기조가 단순히 개발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닌, 혁신의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압도적인 과학적 근거를 가진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들에게 최고의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관계자는 히트뉴스에 "비록 증명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본력이 부족해도 기술력만 확실하다면 글로벌 빅파마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이 깔린 셈"이라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3상 전쟁터에서 비켜나, 우리만의 정교한 기술(RNA, 유전자 편집 등)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니치 마켓(Niche Market)'이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것이기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년이 걸릴 3상 핵심 임상을 베이시안 분석법과 같은 스마트 툴을 활용해 단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빅파마에 비해 상대적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시간과 비용’은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적은 환자 수(n)로도 질병의 궤적을 바꿨음을 입증하는 설계는 분명 까다롭지만, 한 번 성공하면 그 설계 자체가 해당 기업의 독보적인 '인허가 자산'이 된다. '적은 데이터로도 FDA를 설득했다'는 레코드는 기업 가치를 단숨에 점프시키는 강력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국내 기업들이 FDA의 3상 최소화 기조가 본격화됐을 시 취해야 할 전략으로 '선제적 증거 제시(Proactive Evidence Synthesis)'를 꼽았다. FDA는 길을 알려주는 파트너가 아닌 기업의 데이터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게이트키퍼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상기시켰다.

협회 측은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기보다, 초기 단계부터 미국 현지의 규제 전문가(Ex-FDA 등)와 협력해 FDA가 거절하기 힘든 '과학적 시나리오'를 우리가 먼저 설계해야 한다. 규제가 유연해진 틈을 타, 우리가 짠 임상 설계가 곧 표준(Standard)이 되도록 만드는 공세적인 인허가 전략이 핵심"이라며 "허가라는 '고부가가치 단계'까지 자사 역량으로 도달해낼 수 있는 '전략적 선택권(Option)'이 확보됐다는 점이 이번 FDA 발표의 가장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 FDA와 밀접한 소통이 핵심

업계에서는 이번 FDA의 논평이 3상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모든 임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 A 임원은 "기존에도 2상 만으로 허가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부허가, 단일 3상 임상만으로 허가로 연결시킨 사례가 존재했다"면서 "간과해선 안되는 점은 이 경우를 일반화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FDA가 임상 진행 시 중간 분석 결과를 보고 추가적인 임상시험 진행을 요청할 수도 있고, 장기 추적 결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들은 확실한 근거를 제출하기 위해 4건 이상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기도 한다. 결국 FDA와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전, 임상 진행중에 계속해서 면밀한 소통과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B 임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혁신의약품 지정, 희귀의약품 지정 등 추후 가속승인 또는 조건부허가를 노려볼 수 있는 적응증을 대상으로 의약품을 개발 중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대부분 기술이전에 의존해 빅파마를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직접 수혜로 연결 짓는 회사는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직접 3상 임상을 진행 할 계획이거나 진행 중에 있고, 비교적 흔하지만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질환을 타깃 하는 업체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