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 세계를 품었던 나의 47년 동지, 김정근 회장님"

[추모의 글] 함께 신약개발을 꿈꾸고 동행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2026-02-13     히트뉴스
고 김정근 오스코텍 창업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반자, 김정근 회장님.

우리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청년 시절의 패기로 가득했던 1978년 첫 만남부터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은 오늘까지 신약개발이라는 어려운 여정에 든든한 벗이며, 혁신의 동반자였지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 김회장님의 마지막 길이 실감 나지 않고, 김회장님의  밝은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당신께서는 안정적인 단국대학교 교수라는 명예를 뒤로하고, 오직 신약 개발이라는 험난한 길을 택했지요. 2008년, 제가 김회장님의 영입 제안을 수락했을 때 김회장님이 보내준 그 뜨거웠던 메일을 저는 지금도 한 자 한 자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말했지요. "형님, 어쩌면 오늘 IPO 이후 최고의 낭보를 들은 기분입니다. 형님과 같이 하면 어려운 신약개발 성공이라는 꿈을 꼭 이룰 것이며 태평양을 건너 보스톤에 진출하자"라고. "나중에 회고록을 쓸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종합적으로 볼 때 '운명적'이라고밖에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지요.

김회장님의 그 예견대로, 우리의 만남은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운명을 바꾸는 시작이었지요. "한강 고수부지에서 출항한 오스코텍호가 이제 태평양을 건너 보스톤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시던 김회장님의 그 벅찬 다짐은 결코 헛된 꿈이 아니었습니다.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속에도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직 신약개발을 위한 평생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김회장님은 한국최초로 전 세계 신약 개발의 심장부인 보스턴에 신약개발 연구소를 세우며 K-Bio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다졌고, 부족한 연구비와 소수의 연구 인원으로 여러 난관을 딛고  마침내 국산 신약의 자존심인 레이저티닙(렉라자)이라는 한국최초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에서 허가 받은 글로벌 신약이라는 위대한 결실을 보았습니다. 많은 폐암 환자들을 살리고, 환자분들에게 삶에 희망을 주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고 하신 모습이 생생합니다.  

참으로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2014년 멀리 태평양을 건너 보스톤에 출장오실때  Lazertinib이 발명되었고, 2018년 보스톤에 출장오실때 Lazertinib이 J&J에 L/O이 되어 저와 같이 계약서에 서명 하셨습니다. 보스톤 직원들은 김회장님이 오시면 좋은 일이 생기니 자주 출장 오시라곤 했지요.

Lazertinib(GNS-1480)발명하고 역사에 남을 사진이라고 찍은 사진. 사진= 고종성 대표 제공.
고 김정근 대표(왼쪽)와 고종성 대표가 J&J/유한양행과 기술수출 계약서에 서명하고 포즈를 잡았다. 사진= 필자 제공.
고 김정근 대표와 고종성 대표가 J&J와 기술 수출 성공 후 활짝 웃으며 사내 축하 행사를 가졌다. 사진= 필자 제공.

어디 Lazertinib 뿐인가요. 최근 아델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세계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며, 당신께서는 'World-class OSCOTEC'이 될 것이라던 18년 전의 확신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당신께서 일궈낸 성취는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이 되었고, 대한민국 바이오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한국최초 보스톤 진출, 한국 최초의 글로벌 신약 레이저티닙 상업화, 한국 최초의 치매치료제 기술 수출의 성과는 대한민국 신약개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또한 당신께서 추진하셨던 유한양행과 오픈이노베이션, 아델과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은 K-Bio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으로 가는 롤모델이 되고 제약바이오 업계에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김회장님, 함께 태평양을 건너 거친 파도를 헤치며 보스턴의 새벽을 맞이했던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당신께서는 떠났지만, 당신께서 남긴 개척 정신과 숭고한 업적은 K-Bio의 부흥에 불씨가 될 것이며 후배들의 이정표가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이제 그 무거운 연구의 짐과 책임감을 모두 내려놓고 부디 평안히  쉬십시요. 못다 이룬 꿈들은 남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나가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우리가 걸어가는 항해를 흐뭇하게 지켜봐 주십시요.

나의 소중한 동지 김정근 회장님! 함께 꿈을 꿀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2026년 2월 11일 제노스코 고종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