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니티딘 구상금+이자까지 반환... 제약사 22곳 최종 승소
제약사 22곳 3년 법적 공방 승소… 공단 항소 포기로 11억 반환 확정
건일제약 등 제약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라니티딘 불순물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이어진 법적 공방 끝에 법원이 제약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조계에서는 유사 사건을 중심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는 최근 라니티딘·니자티딘·메트포르민 등 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 불순물과 관련해 건일제약 등 22개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9일 히트뉴스 취재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건보공단은 1월 16일 1심 판결 정본을 송달받았으나, 항소기간인 2주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은 사실상 제약사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은 2018년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라니티딘, 니자티딘, 메트포르민 등에서 NDMA 불순물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촉발됐다. 당시 정부가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건보공단 예산으로 우선 집행한 이후 2021년 해당 비용을 제약사에 구상금 형태로 청구했다.
제약사 측은 일단 구상금을 납부했지만 그 이후 건일제약을 포함한 22개 제약사는 지난 2022년 7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제약사 측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이 당시 국제 기준과 허가 요건에 따라 적법하게 제조·관리됐고, 사전 예측이 어려운 불순물 발생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건보공단의 구상금 청구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약사들이 공단에 납부한 구상금에 대한 법적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번 항소 포기로 판결이 확정됐다.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게 반환해야 할 금액은 구상금 원금 약 11억 원 규모다. 공단은 약 9억원에 3년간의 법정이자 약 2억 원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지난 2일, 22개 제약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소송과 관련해 각 제약사별 공단 부담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공단이 사실상 '받아야 할 돈'이라며 강하게 구상금을 요구했지만 이번 판결로 그 전제가 뒤집혔다"며 "3년 넘게 이어진 법적 공방 끝에 업계가 부담했던 비용이 부당이득으로 인정된 만큼 이번 판결의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한 사안을 둘러싼 제약사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법인 리앤리 이동준 변호사는 "1심 판결 정본 송달 이후 2주 내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며 "건보공단은 부당이득금과 함께 3년간의 법정이자를 22개 제약사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현실적인 부담 등으로 구상금 청구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던 제약사들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구상금을 납부한 날로부터 5년인 만큼 시효 내 소 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