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회사가 대형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건들'
5000억 매출 고지 점령? 만성질환 신약 승부수 필수
최근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실적 발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견 제약사가 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해 만성질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고혈압·고지혈증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신약 또는 개량신약을 개발하는데 R&D를 집중하는 것이 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양행, GC 녹십자 등 연 매출 1조 클럽을 돌파한 제약사들이 매출 2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수년째 중위권 제약사에 머물러 있는 제약들도 있다.
특히 매출 3000억원 고지를 정복했지만 5000억원대를 정복하지 못하고 부침을 거듭하는 제약사들이다.
A 제약사 개발본부 임원은 "그동안 공격적인 제네릭 출시와 OTC 확장 전략으로 매출 수백억원대에 불과한 회사에서 3000억원대로 올라섰다"며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매출 성장의 특별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B 제약사 마케팅 본부 이사도 "호흡기 질환 쪽을 특화해 제형을 변경하면서 인기를 끌면서 3000억원을 돌파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호흡기 환자들이 감소하고 올해는 감기도 줄었다. 호흡기 관련 매출은 계절성을 타서 등락폭이 심해 안정적인 매출 어렵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들 제약사 사이에서는 '만성질환' 분야의 신약 개발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중대형 제약사 개발 본부장은 "결국 연 매출 3000억원에서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캐시카우 제품들이 매출 성장을 리딩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매출 100억 이상이면 블록버스터 제품라고 했는데 이제는 최소 500~1000억 매출 수준이어야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블록버스터 제품들이 출시돼야 매출이 급증할 수 있다"며 "그러나 PVA 등 지속적인 약가인하로 급성장이 쉽지 않고 신제품이 높은 약가를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 분야 신약 개발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9년 654만 2485명에서 2023년 747만 4034명으로 5년 간 93만명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당뇨병은 60만여명, 고지혈증 환자는 83만여명 증가했다.
때문에 최근 업계는 '보령 카나브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카나브 모델'은 고혈압 신약을 개발하고 2제, 3제, 4제 개량신약을 출시해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대형 제약사 개발본부장은 "38호 국산 신약 카나브(성분 피마사르탄)을 2011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보령 매출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카나브를 개발하고 듀카브, 듀카브 플러스 등 복합제 출시로 고혈압제 시장을 공략하면서 회사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령은 카나브를 바탕으로 고혈압 등 만성 질환 분야에 2제, 3제, 4제 복합제를 개량신약으로 출시하면서 5000억원 제약사로 발돋움했다"라며 "카나브 시리즈는 1000억 매출을 올리면서 보령이 도약하는데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령 카나브 시리즈 작년 매출은 170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3월 출시 첫해 100억을 기록했지만 10년만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했다.
중견 제약사 개발본부 관계자는 "고혈압·고지혈·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들이 전체 보험 급여 시장의 40%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이라며 "최근 고령화 등으로 환자가 더욱 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 분야의 확실한 신약을 개발하고 개량신약으로 복합제를 개발하는 보령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모델'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개량신약 아모잘탄을 출시하고 3제, 4제 복합제를 개발한 뒤 영업력을 바탕으로 매출을 급성장시키는 전략이다.
대형제약사 영업마케팅본부 관계자는 "아모잘탄은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의 2제 복합제 개량신약"이라며 "두 성분은 각각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오리지널 신약이었지만 한미약품이 처음으로 개량신약을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미약품은 고혈압제 등 만성질환에서 구축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아모잘탄을 처방권에 어필하는데 성공했다"며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아모잘탄에 이어 3제, 4제 복합제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아모잘탄 시리즈를 결국 매출 1000억을 보장하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키워냈다"고 덧붙였다.
결국 만성질환 분야의 신약 또는 개량신약 개발이 중견 제약사의 퀀텀점프를 위한 해답이란 점을 보령과 한미약품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견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뿐 아니라 영업망 확장도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도 나온다.
특히 코마케팅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면서 영업망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대형 제약사 영업마케팅 관계자는 "만성 질환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다른 제약사들과 코프로모션을 이어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기존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영업망을 탄탄하게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동마케팅을 단순히 몸집 불리기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며 "예를 들어 고혈압제 등 만성질환 신약을 도입해 마케팅을 벌여 영업 조직을 정비하고 때에 맞춰 신약을 내놓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커지면서 매출 성장이 극대화될 수 있다. 판권 확보를 통한 코마케팅 역시 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즉 매출 3000억 제약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R&D 투자와 영업망 확대가 급선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3000억 제약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기 실적에 매몰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만성질환 영역의 신약 또는 개량신약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희귀질환이나 글로벌 신약은 리스크와 투자 규모 측면에서 중견 제약사에게 부담이 크다. 오히려 만성질환 R&D 투자, 영업망 재정비, 판권 확보를 통한 포트폴리오 보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장기적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