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체계에 막힌 의료 AI 도입… 국가 단위·저비용 모델 해답
유승찬 교수 'Y-KNOT' 프로젝트 기반 전략 발간 상시 운용 가능한 sLLM 모델로 표준 플랫폼 확산 필요
국립대병원 인공지능(AI) 진료 모델 도입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표준 플랫폼 단위 확산 전략과 현장 중심 공동 개발 체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유승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시행한 'Y-KNOT'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관에 AI 도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승찬 교수에 따르면 미국·중국에서는 △만성질환 환자 증가 △의료 인력 부족 △필수의료 영역 과부하 등으로 인해 의료 AI가 기존 인력 중심 의료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여겨진다.
반면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 AI 도입 속도는 비교적 더딘 상황이다. 유 교수는 △짧은 외래 시간 △높은 병상 회전율 등 국내 의료환경의 고효율 구조가 진입장벽이라고 언급했다. 최소 인력과 최소 비용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구조 상 AI가 제공하는 추가적인 효율을 체감하기가 어렵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더 크게 인식된다는 이유에서다.
AI 도입을 위한 준비 절차와 조정이 많아지면서 병원의 부담이 커지고, AI가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새로운 관리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게 유 교수의 의견이다.
유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①개별 솔루션이 아닌 어느 병원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AI ②저비용으로 상시 운영 가능한 특화 소형 모델(sLLM) 보급 ③국가 단위 AI 공용 인프라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한 AI 도입 프로젝트 Y-KNOT 전략을 소개했다. Y-KNOT는 국내 고효율 의료체계에서 의료진의 AI 습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프로젝트에서는 병원 내 독립 서버에서 운영 가능한 규모의 sLLM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추가 비용 부담을 절감했다. 두번째로는 별도의 프로그램 실행이나 화면 전환 없이 AI가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실제 사용 경험을 통해 의료진의 신뢰도를 높였다.
3가지 전략을 통해 응급실퇴실기록지 작성 시 소요되는 시간을 약 66% 단축하고 의료진 문서 작성 부담을 37% 줄였다. 또한 도입 초기 의료진이 느끼던 불안감이 평균 3.4점 수준이었다면, 5주간 사용 후 2.5점으로 부담감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유 교수는 지역 거점 병원이나 공공병원에서도 저비용으로 AI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한 국가 단위 의료 전용 클라우드 또는 공용 GPU 인프라를 구축하고, 병원이 구독료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장 중심 공동 개발에 착수해 기술 개발 단계부터 행정 직원과 의료진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고 수준의 효율성과 낮은 수가 구조 속에서 AI 도입으로 감수해야 할 변화의 비용이 AI 도입 속도를 늦춘다"며 "지금의 구조 유지를 전제로 하되 AI 작동 방식을 변경한다면 고효율 의료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지난달 22일 국비 142억원을 투자해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 17개에 AI 진료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겠다고 공고했다. 중증·고난도 진료를 수행하는 특성을 고려해 AI 기술을 활용한 진료 품질 향상과 의료서비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 강화 △진료정밀도 제고 △진료효율화 등 3개 분야에서 권역책임의료기관이 AI 기반 진료환경에 적응하고 활용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 AI 전환을 통해 자체 의료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