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멈춰도 특허 '남긴다'… 셀트리온 인플루엔자 신약 'CT-P27' 재등장?
2018년 특허 에버그리닝 위해 재출원 파이프라인엔 없지만 특허는 유지, 권토중래 노리나
2018년 셀트리온의 대표적 신약물질이었던 인플루엔자 신약물질 'CT-P27'이 수 년간의 침묵 속에 다시 세간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특허 출원 이후 2025년 에버그리닝을 위한 분할 특허를 출원한 것인데 파이프라인 리스트에서는 사라져 있지만 사실상 개발 혹은 기술계약 등을 위한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특허청이 제공하는 특허정보 사이트 '키프리스'를 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24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질환 치료 투여 요법’이라는 이름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에서야 공개됐다.
해당 특허는 셀트리온의 인플루엔자 신약물질로 주목받았던 'CT-P27'의 2018년 특허에서 나온 것으로 45mg/kg 또는 90mg/kg 용량을 75~105분간 정맥 내 단회 투여하는 등의 구체적인 치료요법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특허는 특허를 나눠 다른 개발사들이 특허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에버그리닝' 전략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 보면 기존 특허를 '리프레시'한 것에 지나지 않은 듯 하지만 최근 상황과 맞물리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CT-P27'은 지난 2019년 임상 2b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했다. 당시 임상 결과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해당 물질은 증상 개선 시간을 위약군 대비 약 2일 단축시켰고 단 1회 투여로 바이러스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헤마글루티닌(HA)의 보존 줄기 부위에 결합해 변종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는 국산 인플루엔자 신약이라는 기대감을 높였었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이후 3상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닥쳤다. 코로나19였다.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에 모든 여력이 쏠렸다. 이후 주력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로 인해 개발 진척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합병 등 어지러웠던 회사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CT-P27이라는 이름은 업계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나마 2024년 셀트리온의 사업보고서에 해당 물질을 개발중인 품목으로 소개하기는 했지만 현재 셀트리온 홈페이지에서 'CT-P27'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사업보고서에서도 3상 준비과정과 해외 제약사들의 임상진행 상황, 시장 규모 등만이 담겨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셀트리온은 사실상 해당 특허 기술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향후 개발 가능성 혹은 라이선스 아웃 등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추정을 한다.
실제 셀트리온의 사업보고서에서 인플루엔자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인 제넨텍, 비스테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은 모두 2상 단계를 마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까지 나온 제품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인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를 필두로 리렌자(자나비미르),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 조플루자(발록시미르) 등이 나와 있지만 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독감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에서 변이가 거의 없는 줄기를 공격하는 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만큼 셀트리온이 CT-P27을 파이프라인에서도 지운 것은 최소한 해당 물질을 포기하지 않았고 필요할 때 다시금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숨겨져 있지만 아직 놓지 않았던 셀트리온의 개발 과정이 이번 특허를 통해 나오면서 향후 회사가 실제 개발에 나설지, 아니면 방어전략을 위한 공략일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