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의·노까지, 약가개편 '절차부실하고 실효성의문' 한목소리

의견수렴 불만 이어 고용·근거 부족 등도 지적 정부 '조정 여지' 남겼지만, 시행·개편 방향은 고수

2026-01-30     이우진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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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제약업계를 넘어 의료계, 학계에 이어 노동계로 확산하고 있다. 각계의 이해관계와 입장은 다르지만 '절차적 정당성 부족'과 '실효성 의문'이라는 두 가지 문제 제기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9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는 약품비 증가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대안 없이 제약산업과 노동자에게 비용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약가 개편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향남제약공단 노동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산업계와의 공동 대응에 이어 이번에는 성명으로 '약가개편=고용감축'이라는 주제로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다.

학계와 의료계도 조심스럽지만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조정원 한국약제학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서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면 제약회사 이익에  영향을 줘 인원 감축과 R&D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혁신 신약 중심의 약가정책이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수의 중소 제약사에게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약가 개편이 의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정부가 지난 11월 28일 일괄약가인하 이후 13년만에 약가 개편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산업계로부터 나왔었다.

여러 제도 중 국내 제약사에게 가장 타격을 주는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 최초 약가의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직 '퍼센트'까지 명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에게 치명적인 이슈인 만큼 우려가 이어졌다.

산업계는 발표 직후부터 절차적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학계도 개편 이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처음부터 지적해 왔다는 점이다. 의약품 급여정책과 의료기술 가치를 연구해 온 연구자 13인은 지난달 의견서를 통해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거세다.

 

'여지' 열어놓은 정부지만 대외적으로 확고한 '의지' 강조 중

정부는 대화 여지를 시사하면서도 개편 방향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최근 기자단과 만남에서 "인하 비율도, 기간도 여지를 두고 발표했다"며 "업계 의견을 들으며 충격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실장은 "제네릭 약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는 혁신 유발이 어렵다"며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충분한 체질 개선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네릭 약가를 높게 준다고 해서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라는 말로 개편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26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연숙 보험약제과장의 말과도 궤를 함께 한다. 김 과장은 "지금이 산업체질을 바꿀 골든타임"이라는 말과 함께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함을 강조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7월 제네릭 산정률 개편을 목표로 일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각계가 제기한 절차·실효성 문제에 얼마나 구체적인 근거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향후 상황은 어느 정도 극한으로 이어질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