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SCIE 논문 배제 판단은 잘못"… 휴텍스제약 등 매출 방어 성공
법원 "심평원, SCIE 인정 논문 누락, 행정권 일탈 남용" 실리마린제제 급여삭제 처분 취소소송 연이어 승소
부광약품과 휴텍스제약 등 실리마린 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이 급여 삭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법원이 보건당국의 급여 재평가 판단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소송을 통해 실리마린 급여를 지켜낸 제약사들은 당분간 기존 처방과 매출 흐름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히트뉴스가 입수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판결의 핵심은 실리마린의 간질환 치료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임상적 유용성 평가에서 제외한 판단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평가 과정 전반에서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봤다.
급여 재평가 절차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교과서와 가이드라인 등을 중심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는 1차 평가가 진행되고 여기서 효과가 불분명할 경우 SCIE 등재 논문을 중심으로 한 2차 문헌 평가로 넘어간다. 이후에도 임상적 유용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으면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3차 평가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논문은 "An Updated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for the Clinical Evidence of Silymarin"(2008)이었다. 다수의 무작위대조 임상시험(RCT)을 종합해 실리마린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종 임상적 유용성 판단에서는 SCIE 비등재 논문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법원은 이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SCIE 등재 여부는 해석이나 재량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심평원이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비등재 논문으로 전제한 것은 평가의 출발점부터 오류가 발생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에 따르면 심평원은 SCIE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국제적 기준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Web of Science'에서 앞서 논문을 검색하면서 저널의 명칭이 변경된 이력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 저널명으로만 검색했다.
이로 인해 명칭 변경 이후에도 SCIE에 등재돼 있던 저널을 비등재 저널로 잘못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 법원 입장이다.
법원은 저널 명칭 변경 여부는 추가 검색이나 교차 확인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럼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평가를 진행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중대한 사실오인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심평원의 판단은 재량권 존중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판단은 결국 평가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해당 논문이 정상적으로 반영됐다면 독성 간질환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 2차 평가에서 효과를 인정하는 SCIE 논문의 비율이 50%를 넘게 된다고 판단했다. 즉 임상적 유용성을 곧바로 '불인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경우 임상적 유용성은 '불인정'이 아니라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불분명' 단계에 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런에도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불인정으로 결론 내리면서 평가를 종료했고, 이로 인해 비용효과성을 검토하는 3차 평가 단계로 나아갈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부광약품 사건에서도 같은 논문이 쟁점이었다는 대목이다.
당시 심평원은 LetPub를 근거로 논문의 SCIE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클래리베이트가 운영하는 JCR 검색 결과를 통해 논문이 2008년부터 SCIE에 등재돼 있었음을 확인했고 재판부는 LetPub는 공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평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약사 급여 소송 전문 변호사는 "부광약품과 휴텍스제약 사건은 오류의 양상은 달랐지만, SCIE 판단 오류가 임상적 유용성 평가 결과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 구조는 같았다"며 "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심평원이 SCIE급 논문을 배제한 상태에서 내려진 급여 삭제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부광약품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휴텍스제약 사건에서도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성분에 대해 동일한 판단 구조가 반복된 상황에서 상급심에서도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실리마린 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소송을 통해 급여를 지켜낸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며, 기존 처방과 매출 흐름을 방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