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의 기억, 2030의 소비…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레거시 카드'

업계 "감기 해열 시장 축소, 가성비 확보 극대화"

2026-01-27     최선재 기자
챗GPT로 각색한 이미지= 최선재 기자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레거시 전략'을 펼친다. 유한양행은 콘택콜드캡슐 광고를 선보이면서 '콘택600'의 기억을 소환했고 한미약품은 써스펜키즈시럽 출시로 '써스펜 좌약'을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회사 공시 및 IR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 일반의약품 매출은 2022년 1950억원, 2023년 1937억원, 2024년 205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725억원으로 2024년에 이어 2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대표 OTC는 안티푸라민이다. 안티푸라민 파스는 2022년 매출은 298억원에서 2024년 359억원으로 성장했다. 엘레나, 마그비, 메가트루 등 영양제 OTC들이 안티푸라민 뒤를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양제 품목은 유행과 트렌드에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한양행은 OTC 대표 품목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감기약, 해열제는 물론 소화제 등에서 대표 품목에서 꾸준한 매출을 만들어내는 캐시카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는 유한양행이 최근 콘택콜드캡슐 광고를 공개하면서 감기 OTC 시장에 던진 승부수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콘택600은 1980~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감기약이다. 유한양행에 연간 100억 이상 매출을 안겨주면서 승승장구했다. 

OTC 개발 전문가(약사)는 "유한양행은 콘택600으로 약 40년간 캡슐제 시장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감기약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며 "20년이 흐른 지금 유한양행이 콘택콜드캡슐을 광고하는 것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목적이 있다. 5060연령층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고 동시에 2030세대를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이번 광고 모델로 개그맨 황제성을 낙점해 2030 청년층을 타깃했다. 

한 제약사 PM은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의 공세로 OTC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며 "콘택 브랜드로 레거시 전략을 펴는 것은 5060대를 겨냥해 따로 광고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고 장년층은 인지도가 높아 2030세대만 타깃으로 삼아도 될 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국민 감기약의 명성을 되찾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콘택 콜드로 2030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도 최근 소아 해열 진통제 '써스펜감기시럽'을 출시하면서 써스펜 좌약을 언급했다. 써스펜좌약은 1973년 창업한지 3년만인 1976년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야심차게 내놓고 광고까지 했던 해열 진통제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3040대 영유아 부모들을 타깃해 레거시 전략을 전개했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 제약사 OTC 개발 본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OTC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목앤, 코앤 등 대부분 제품력만으로 조용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번에 과거의 써스펜좌약을 언급한 것은 3040대 영유아 부모들을 겨냥한 레거시 광고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제약사 PM은 "써스펜키즈시럽의 소비 대상은 3040대 부모들로 써스펜좌약을 아는 세대"라며 "회사가 좌약에 대한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3040대 영유아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자녀들의 시럽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OTC 대표 주자들이 레거시 전략을 취하는 이면을 주목하고 있다. 

약사 출신 OTC 개발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기약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소아 해열제 시장 역시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으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레거시 전략은 이러한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레거시 전략은 신규 광고 집행에 비해 비용 효율성이 높은 선택지"라며 "이미 소비자 인식 속에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제약사가 레거시 브랜드를 다시 소환한 것은 감기약과 소아 해열제 시장에서 매출 반등을 이끌 모멘텀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