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대신 '쇼핑' 나선 글로벌 빅파마… 인수합병 전쟁 본격화

2019년 이후 최대 M&A 시장…후기 임상 자산 쟁탈전

2026-01-27     김동우 기자
ChatGPT 생성 이미지. 김동우 기자 가공.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 대신 외부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과 개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내부 개발보다 검증된 기업과 자산을 인수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 M&A 시장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2019년 이후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M&A 시장 "2019년 이후 최강"…후기 임상자산 집중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발간한 '2025년 바이오·제약 업계 M&A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바이오·제약 M&A 시장은 2019년 이후 가장 강력한 한 해로 평가됐다. 거래 규모 면에서는 100억달러(약 14조3900억원) 이상 초대형 메가딜은 없었지만 중대형 전략적 거래가 잇따르며 시장 전반의 회복 흐름을 이끌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허만료(patent cliff)에 대비하고 단기간 내 매출 기여가 가능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후기 임상 단계 또는 상업화 직전 파이프라인을 집중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 중추신경계(CNS) 질환 비만·대사질환 호흡기질환 희귀질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기술 영역별로 리보핵산(RNA) 치료제와 첨단 바이오의약품 기술이 가장 두드러졌다. 노바티스는 RNA 치료제 개발사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120억달러(약 17조2700억원)에, microRNA 기반 치료제 개발사 레귤러스 테라퓨틱스를 17억달러(약 2조4500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애브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바이오엔테크도 각각 in vivo CAR-T 및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개발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차세대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종양학 분야 역시 비중이 유지됐다. 사노피는 희귀 면역·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사 블루프린트 메디신스를 95억달러(약 13조6700억)에 인수했고 J&J와 일라이 릴리도 차세대 표적 항암제 기업을 각각 인수하며 정밀의학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는 신규 핵심 테마로 부상했다. 화이자는 비만 치료제 기업 메체라를 100억달러에 인수했고 노보노디스크와 로슈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사를 각각 사들였다.

 

국내는 중소형 거래 중심…지분·자산 인수형 구조 지속

보고서는 국내 바이오·제약 M&A 시장의 경우 글로벌과 달리 중소규모 거래가 중심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대형 글로벌 딜보다는 상장·비상장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분 인수, 사업부 또는 생산시설 단위 자산 인수 형태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대기업의 대규모 인수보다는 투자 성격의 거래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목적의 구조조정형 M&A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환경과 금리 부담, 임상 실패 리스크 확대 등을 지목하며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현금 투입을 동반한 인수보다는 제한된 자금으로 기술과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6년 이후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만료 대응 수요와 후기 임상 자산 선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RNA 치료제와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분야는 향후에도 주요 인수 대상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M&A 시장은 금리 수준과 자본시장 환경, 임상 성공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선별적 투자'와 '집중 전략'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 경쟁력과 상업화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자산 중심의 선별적 M&A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