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 목소리 외면한 정책 성공 못해"…업계 전면 재검토 촉구

약가제도 비대위 "고용 불안, 좋은약 나올 수 없다, 밀어붙이지 말라" 한국노총 일자리 보호 촉구 성명서 채택도

2026-01-22     이우진 수석기자
약가인하 비대위는 22일 오후 노사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이우진 기자.

제약업계가 생산 현장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석자들은 과거 2012년 일괄약가인하 정책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공단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노사 현장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한 우려를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노연홍 비대위 공동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조용준 비대위 부위원장(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이장현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위원장,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산업과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이날 비대위와 제약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약가개편이 결국 산업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노연홍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약가인하 개편안이 강행되면 산업기반 붕괴와 일자리 축소,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이 불 보듯 뻔하다"며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장현 위원장은 "과거 정책 실패가 남긴 매출 감소, 연구개발 위축, 고용불안의 상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약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곧 국민건강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조용준 부위원장은 "평균 8%대 이익률로 버티는 기업들에게 40% 약가인하는 치명타"라며 "정부 정책은 숫자가 아닌 현장을 봐야 하며, 고용·투자 영향 분석 후 단계적으로 접근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상준 전국화학노련 경기남부지역 의장은 "약가인하로 중소업체들이 문 닫으면 국민들은 비싼 수입약을 살 수밖에 없다"며 "고용이 불안하면 좋은 약이 나올 수 없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현장과 상의하라"고 촉구했다.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은 "과거에도 급격한 가격 인하 후 필수 의약품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국민들이 국산약 대신 비싼 외국 의약품을 써야 했다"며 "제네릭 수익으로 겨우 숨 헐떡이며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산업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 이사장은 "정부는 약가 인하 대신 K-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과 임상 1상부터의 R&D 지원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는 '약가제도 개편 전면 재검토와 제약산업 일자리 보호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에서 분과는 1999년과 2012년 일괄약가인하 정책 당시 제약산업 매출이 26~51% 감소했고 비급여 확대, 연구개발 투자 위축, 고용 안정성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 시행 시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간 매출 손실액은 총 1조2144억원, 영업이익은 평균 51.8% 급감하고, 3만9170명 종사자 중 1691명(9.1%)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분과는 정부와 국회에 △약가제도 개편 전면 재검토 △노사정 협의기구 구성 △고용안정 대책 마련 △연구개발·국산 의약품 경쟁력 강화와 연계된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보고한 바 있다. 개편안은 올해 7월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