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장유지 요건 충족 위해 전력 다하는 기술특례 기업들
기업마다 사정도 제각각... 금융위 "시장 질적 수준 향상" 입장 명확
코로나19 특수로 상장 문턱을 넘었던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 유예 기간이 잇따라 종료됨에 따라 상장 유지의 기로에 서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올해부터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로 하면서 실적을 증명하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상당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유예 기간이 만료되거나 만료를 앞둠에 따라 올해 안에 매출 및 실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 유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도 현금이 고갈되거나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며 시장 내 우려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먼저 에이비온은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에이비온의 분기보고서(2025.09)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이비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연간 수십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바이오텍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 달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회사는 지난해 9월 기준 법차손 비율이 자기자본의 200%를 웃돌며 재무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아울러 2조원에 가까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이전 대상 후보물질이 확정되지 않아 선급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도 8억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법차손 이슈는 지난해 말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수출 계약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올해 1분기 이내에 마스터 계약이 완료되면 선급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총 선급금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네오이뮨텍은 지난해 총 4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을 32.2%까지 낮추며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서 벗어났다. 현금 보유액도 578억원을 확보해 단기적인 유동성 리스크는 해소했다. 다만 '연 매출 30억원' 요건은 여전히 숙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만큼 확보한 자금이 실질적인 매출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내년 결산 시점에 다시 한 번 퇴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지정유예 만료를 앞둔 차백신연구소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누적 당기순손실이 약 101억원인 반면 자본총계는 175억원에 불과해 법차손 비율이 57.7%를 기록했으며, 큐라클은 지난 9월 분기보고서 기준 분기 매출이 7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등 상당수 바이오 기업들이 재무 성과 부진을 겪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시장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개선안은 저성과 기업의 퇴출 절차를 효율화하고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 요건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상향돼 기존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매출액 요건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조정된다. 상장폐지 심의 단계도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되어 퇴출 속도가 빨라지며, 특히 고의적인 심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결국 저성과 기업의 신속한 퇴출로 귀결될 것"이라며 "부실 기업의 신속하게 퇴출돼야 새로운 유망 기업들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고 전체 상장사의 질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