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성장 지속성 유지 우려 vs 제약산업 구조 전환
14일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국회 토론회 개최
보건 당국이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정부와 제약업계의 입장 차이가 국회 토론회에서 재확인됐다.
정부는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 위축과 산업 지속 가능성 훼손을 우려하며 제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서영석, 김윤 의원이 주관한 14일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제네릭 중심 구조를 넘는 제약산업 전략)' 국회 토론회에서는 업계와 정부 간 입장 차이가 다시한번 확인됐다.
◇업계 "약가제도 개편 목표와 실제 수단 괴리 있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는 국내 제약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먼저 짚었다. 그는 “한국 제약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약 1.3% 수준에 불과하고, 2027~2028년 1.7%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이번 약가정책으로 그 성장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국내 제약산업이 복제약 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으로 지난 20여 년간 반복된 약가 인하 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1999년 이후 약가 인하로 누적된 재정 절감액이 약 63조원에 달하지만, 제약산업만 유독 예측 가능성이 부족한 정책 환경에 놓여 왔다"며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보험·의료·제약 모든 주체가 역할을 해야 하지만, 부담은 제약산업에 집중돼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CDMO와 비급여 생산업체를 제외하면 4.8%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약가 인하가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 설비,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당시 단기적으로 1조7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었지만 이후 비급여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소비 증가로 국민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홍 상무는 약가제도 개편에 앞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약가 인하가 산업과 국민 보건에 미치는 단·중·장기 영향에 대한 사전 평가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 △약가정책 논의를 위한 정부-산업계 간 상설 거버넌스 구축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약가정책은 약가 인하가 아니라 혁신성과 공급 안정에 기여한 기업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이사 역시 약가제도 개편의 정책 목표와 실제 수단 간 괴리를 지적했다. 김 상무는 "정부 정책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성과를 낸 기업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일괄적인 약가 인하가 과연 그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미약품이 연구·생산 설비와 품질 관리에 약 3조원을 투자하고, 연구·생산 인력을 포함해 3500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이 같은 투자는 모두 국내 시장에서 이뤄졌고, 신약 개발과 생산 설비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한 약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상무는 혁신형 제약기업 제네릭에 대한 가산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가산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동일 집단 내에서도 가산율을 세분화하고 다시 인하 구조를 적용하는 방식은 투자 재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품목 수 기준으로 약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과도한 품목 억제는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 상무는 "진정한 선순환을 위해서는 투자 성과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지고, 이후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수단인지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제네릭 중심 제약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이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 구조를 혁신 중심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약가 인하를 통한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신약 개발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기업의 제네릭 의존 구조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은 전체 완제의약품 제조사 약 400개 중 33개사로 10%에도 못 미치지만, 이들 기업이 전체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며 "제네릭을 통해 번 매출을 R&D로 재투자해 온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계 제약사 33개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1개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다"며 "혁신형 제약기업 일부 역시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산업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혁신형 제약기업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약기업의 혁신성과 신약 개발, 글로벌 진출을 유도하는 장치로서 약가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전략적인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협회와 기업의 의견을 듣고,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와 산업 육성 목표가 충돌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김연숙 보험약제과장도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이 약재비 절감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과장은 "현재 제도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약가제도 개편의 1차 목표는 환자 치료 접근성 제고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면서,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를 혁신 생태계로 도약시키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약가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신약뿐 아니라 제네릭에 대해서도 투자와 혁신성에 따른 보상 모델을 포함한 종합적인 구조 개편안"이라고 강조했다.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과 관련한 업계 우려에 대해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2012년 이후 13년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유지해 온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 조정하는 것이고, 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매출이 대폭 감소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절감된 재정은 신약과 필수의약품의 접근성 강화에 재투자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R&D 투자와 고용 감소 가능성에 대한 지적에는 "제약산업의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성과도 확인되고 있다"며 "R&D에 적극 투자한 기업일수록 매출과 경영 성과가 더 좋았다는 분석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지금은 산업 체질 개선과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약가제도 개편을 계기로 혁신 투자와 효율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와 협회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며, 재정 관리와 산업 육성이 충돌하지 않도록 복지부 내에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