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2025 HIT 기업 1위 에이비엘바이오 "빅딜, 우연이 아니다"

"사이언스가 어떻게 상업적 가치로 전환되는가"를 보여준 사례

2026-01-01     김선경 기자

올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굵직한 변곡점을 지나온 가운데 유독 흔들림 없는 성과로 존재감을 드러낸 기업, 바로 '에이비엘바이오'다.

히트뉴스가 지난 1년 간 기사보도 데이터 기반의 사전 정량평가와 독자투표를 통해 선정한 'HIT AWARDS, 제약바이오 2025 HIT 기업' 조사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량평가와 독자투표 각각 1위 기업의 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하는 통합형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94.2점을 얻어 2위 알테오젠을 따돌렸다.  

에이비엘바이오에 열광하는 건 단순히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커서만은 아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사이언스를 잘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이상훈 대표의 투박하지만 정직한 철학이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이라는 성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2025년은 '사이언스가 어떻게 상업적 가치로 전환되는가'를 가장 정공법으로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왜 글로벌 빅파마는 '그랩바디-B'에 주목했나

8조원 성과의 주인공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다. 뇌에는 외부 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뇌혈관장벽(BBB)이 존재하는데, 이 장벽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약물이 혈액까지 도달하더라도 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랩바디-B는 이 벽을 억지로 뚫거나 우회하지 않는다. 대신 뇌가 원래 사용하던 '수용체 매개 수송 경로'를 활용해 약물을 자연스럽게 실어 나른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성공에는 과학에 근거한 독보적인 타깃 선택이 있었다.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로 활용해온 TfR(트랜스페린 수용체)은 전신 조직에도 널리 발현돼 독성 문제가 반복됐고 고령 환자에서는 투과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뇌 특이적 발현 비율이 높고 노화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과 특성을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해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를 타깃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수용체의 생리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논블로킹(non-blocking) 설계, 세포 내 분해를 최소화한 1가(monovalent) 구조를 결합해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이 기술적 선택이 올해 두 차례의 초대형 계약으로 이어졌다. 4월 GSK와의 4조1000억원 규모 계약에 이어, 11월 일라이 릴리와의 3조8000억원 계약이 성사됐다. 그랩바디-B는 뇌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근육 질환 등 파트너사가 보유한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가장 안전하게 뇌로 전달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발성 계약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올해 하반기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릴리가 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제약사 릴리가 단발성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 가치에 직접 베팅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장기 성장 가능성까지 인정받으며, 기존의 '공급자-수요자' 관계를 넘어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낙점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났기 때문 만은 아니다. 좋은 과학이라는 기본 위에 빅파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준비해 전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협상을 이끌어내는 이상훈 대표와 BD팀, 연구팀의 실행력이 뒤따른 결과다. 이러한 접근 전략이 이번 릴리와 계약을 단순히 기술만 넘기는 수준이 아니라 지분 투자와 장기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회사가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자금은 다시 연구 현장과 인프라로 흘러 들어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NEOK Bio)를 설립하며 글로벌 임상과 후속 개발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기술 이전 성과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개발 역량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네옥 바이오는 단순한 해외 지사가 아니다. 글로벌 전문가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에서 임상을 주도하고, 향후 나스닥 상장이나 M&A 등 다양한 엑시트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성장 거점이다. 회사는 단발성 기술 수출 기업에서 중장기 성장을 설계할 수 있는 바이오텍으로 한 번 더 도약했다.

 

기술이전 다음은 상업화, 2026년에 거는 기대

2026년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연구 성과가 상업적 가치로 이어지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담도암 치료제 ABL001의 전체 생존 기간(OS)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임상에서 기존 표준요법 대비 유의미한 반응률을 확인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FDA 가속 승인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승인 시, 한국 바이오텍 최초의 글로벌 항암 신약 상업화와 함께 로열티 수익 구간 진입이 현실화된다.

그랩바디-B 플랫폼은 릴리와 공동 연구를 통해 siRNA, ASO 등 RNA 치료제로 모달리티를 확장하고, 비만·근육 질환 등 대사질환 영역에서의 데이터도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2025년은 '사이언스'라는 본질에 집중했을 때 사업 성과가 어떻게 스스로 따라오는지를 증명한 한 해였다. 8조원의 기록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갈 에이비엘바이오의 2026년이 더욱 기대된다.

 

 
이상훈 대표 '소감 한 마디'

"2025년은 에이비엘바이오에게 매우 뜻깊은 한 해"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2025년은 에이비엘바이오에게 매우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GSK, 릴리와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 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이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열정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에이비엘바이오의 연구개발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그랩바디-B의 적응증과 모달리티를 확장하고,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의 병용 임상과 차세대 ADC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