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포커스] 제약업계에 '새 이정표'를 제시한 소송 5선

2025년 소송 분석 | 아일리아·실리마린·인공유방·톡신·콜린 '경쟁자' 이미지 제대로 낸 아일리아, 불필요 소송 더 키운 톡신 약가소송 막아낸 실리마린, 싸늘하게 돌아온 콜린, 5년 기다린 인공유방까지

2025-12-30     이우진 수석기자

올해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수많은 소송전이 펼쳐졌다. <히트뉴스>가 5개 굵직한 소송을 정리하고 의미를 살펴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단순 소송 아냐... K-바이오 존재감 알린 '아일리아' 시밀러 쟁송

삼천당제약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관된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 관련 소송은 우리 업계에게 남긴 유산이 큰 사건이다. 외견상 시밀러 출시와 이를 방어하려는 오리지널사의 법리다툼이었지만, 글로벌 빅파마의 에버그리닝 전략에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보여준 소송이었다.

먼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아일리아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두고 제형특허, 미국특허 연번을 딴 소위 '865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원개발사인 리제네론은 이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202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첫 바이오시밀러인 '아필리부'의 품목 허가를 받고 삼일제약과 함께 시장 선점 움직임을 보였다.

특허심판원은 그러나 2024년 10월 리제네론의 제형 특허에 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무효심판 청구를 물리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2025년 5월 서울중앙지법은 리제네론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아필리부'의 판매는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깼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해 12월 판매금지 가처분 취소 결정에서 승리하며 7개월 만에 국내 시장 재진입을 확정지었다.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던 삼천당제약은 자회사인 옵투스제약과 국내 계약과 해외 공급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리제네론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천당제약 역시 2025년 11월 손해배상 1심에서 승소한 뒤 '비젠프리'의 출시를 알렸다.

특히 이 사건에서 국내 제약사의 특허회피를 위한 움직임은 주목할만하다. 삼천당제약만 해도 시밀러를 투여하는 주사 용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특허를 등록하는 등 오리지널사의 움직임을 막아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리제네론은 4억원짜리 소송까지 제기하며 '특허 존속기간 중 바이오시밀러 해외·국내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틈새를 찾아내려 했다. 제품을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서는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삼천당제약에 대해서는 사전 영업 행위를 막는 방식으로 공세를 펼쳤다.

 

약가소송은 정부가 100% 승소? 실리마린이 깼다  

건강보험 급여삭제를 막기 위한 부광약품의 보건복지부를 상대로한 소송도 올해 주목할 판결 중 하나다. 정부의 약제 재평가에 제약사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는 답을 남긴 하나의 선례다. 표면적으로 특정 성분의 급여 유지 여부를 다툰 행정소송이지만, 이면에는 재평가 제도가 과연 '정해진 답'인가를 둘러싼 인식 전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광약품이 최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서 승소한 사건의 출발은 2021년. 보건복지부는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통해 실리마린 성분과 관련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며 급여 삭제 결정을 내렸다. 빌베리건조엑스, 은행엽건조엑스 등과 함께 이른바 '근거 부족 성분'으로 분류된 결과였다. 실리마린 제제 가운데 대표 품목인 부광약품의 '레가론'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실리마린 성분 제제를 보유한 다수 제약사들이 행정소송에 나섰다. 부광약품은 이 그룹과 별도로 급여 삭제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11월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당시 "복지부의 재평가 결과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급여 삭제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는 이와 다른 논리가 적용됐다. 시작은 제약업계가 2심에서 SCIE급 논문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하며 실리마린의 임상적 유용성을 정면으로 다투면서 시작됐다.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아니라 재평가 기준 자체에 포함된 임상적 유용성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 파고들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12월 부광약품 측 주장을 인정하며 실리마린 급여삭제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또다른 그룹이 소송을 진행하다 멈춰 있는 상황에서 부광약품의 판결은 타 그룹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해당 재판에서도 동일한 논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둘러싼 소송은 필패라는 공식을 바꾸는 매우 희귀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평가 관련 소송에서 제약사가 승소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번 소송은 과거 빌베리건조엑스 1심에서 국제약품 등이 승소했던 것과 궤가 맞달아있다. 논지는 조금 다르지만 빌베리 사건에서는 제약사들이 임상적 유용성과 사회적 필요도를 앞세워 정부의 재평가 논리를 뚫어냈다. 비록 해당 판결은 상급심에서 패소로 끝났지만 최소한 법원의 판단 테이블 위에 제약사 논리를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의미있는 소송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리마린 2심 판결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유지될 것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정부의 약제 관련 재평가를 상대로 다퉈볼 여지가 있음을 확인시킨 소송이었던 것은 명확하다. 

한스바이오메드 공장

 

5300여명이 기다린 5년

역대급 '집단 손해배상' 남은 인공유방 소송 

한스바이오메드의 인공유방 보형물 '벨라젤'을 둘러싼 5년 법적 공방은 올해 의료기기 업계에서 가장 큰 소송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집단소송이 성공했다는 점은 단순히 미승인 원료 사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의료기기의 '절차적 정당성'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선례로 기록될 만하다.

한스바이오메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14억원 규모의 배상 판결을 받아들인 그 시작점은 2020년이다. 당시 식약처는 벨라젤 보형물에 허가받지 않은 실리콘 원료 5종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 제품 판매 중지와 회수 명령을 내렸다. 국내 1호 인공유방 제조사의 내부고발에서 시작된 식약처의 발표는 환자 53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2022년 9월 황호찬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2023년 형사 판결이 확정되면서 민사 소송의 흐름 역시 환자 측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심 재판부는 환자 1인당 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14억원 상당의 상당한 금액이었다. 5년을 끌었던 소송이었고 실제 첫 공판 이후 오랜 시간동안 멈춰있었던 쟁송의 결론은 커다랗게 회사 측에게 돌아왔다. 실제 최종 배상액이 자본금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나왔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약업계는 물론 의료기기 업계에서 이렇게 큰 수준의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시가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형사 소송이 회사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면 과연 민사 소송이 이런 결과로 나왔겠냐는 비판적 추정도 나온다. 한편으로 환자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의료제품과 관련한 집단 소송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완승으로 끝난 '톡신' 간접수출 1R

정부도 업체들도 소송할수록 씁쓸함이 남는다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제테마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1심 결과는 수년간 이어져온 간접수출 사태에서 사실상 업계가 당국을 향해 깊이 박은 '쐐기'에 가깝다. 2021년부터 시작된 톡신 업계의 간접수출 소송 1차전은 모두 업체들이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이 11월 13일 제테마의 손을 들어주면서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한 소송의 시작점은 2022년 11월이다. 식약처는 제테마가 '제테마더톡신주100IU'(수출용)를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판매한 것을 두고 국가출하승인 없는 국내 유통이라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도 같은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아 소송에 나섰다.

제테마도 다른 회사들과 같은 주장을 폈다. 2020년 6월 수출 전용으로 허가를 받았고 당시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라 제도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을 수 없는 품목이었고, 실제 제품이 국내에 단 한 병도 풀리지 않고 전량 해외로 나갔는데도 식약처가 기업별 제조 환경을 무시한 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 것은 정부의 행정권 범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었다.

업계는 행정 당국이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한 법 집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소송에 뛰어든 톡신 업체가 1심에서 승소하며 정부의 규제 방식에 거대한 제동을 걸 수 있었던 것도 대외무역법에 해당되는 조항을 약사법으로 해석, 강행한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느껴진 것은 불필요한 소송전이 결국 규제당국과 업계 모두에게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히트뉴스>는 계간지 <끝까지 HIT>를 통해 우리 톡신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해와 발전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모든 회사의 공판을 최소 1회 이상 취재하고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당국은 모두 같은 주장과 같은 반박을 반복했다. 불필요한 소송의 연속이었다.

휴젤 등 나머지 업체들이 고등법원에서 2심을 진행 중이고 메디톡스는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1심에서 쌓인 업계의 전승 기록은 결국 소송 러시를 벌인 행정 당국에게 정당성을 되묻고 있다.

 

'끝의 끝'으로 달려가는 콜린 소송전

환수 위기 속에 남은 '보이지 않은 상처'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둘러싼 5년 소송전이 제약업계 패소 판결로 이어지며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

최근 종근당과 대웅바이오 그룹이 제기한 '환수 협상 계약 무효 소송'마저 1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법적 대응을 통해 정부의 환수 의지를 꺾으려 했던 업계의 마지막 전략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12월 12일 대웅바이오 등이 제기한 환수협상 계약 무효 소송 1심은 '환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9월 종근당 등의 제약사가 패소한 데 이어 3달 뒤 패소는 항소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도 소송전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2020년 8월 선별급여 고시와 뒤이은 환수 협상 명령 이후 업계는 두 갈래 소송으로 맞섰다. 하나는 급여 축소 자체를 막는 '고시 취소 소송'이었고 다른 하나는 임상 실패 시 약값을 돌려주겠다는 약속 자체가 강압적이라며 제기한 '환수 협상 무효 소송'이었다. 전자가 매출 보전을 위한 방패였다면 후자는 정부의 사후 관리 권한 자체를 부정하려 했던 창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제약업계에 불리했다. 2025년 대법원은 선별급여 고시가 정당하다고 확정 지었다. 이번 소송은 1차 협상 취소 소송, 2차 협상 취소 소송 진행 중 이어진 환수명령 자체를 무효로 돌리려는 소송이었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정부 측의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정부가 사실상 강압에 의해 협상을 진행했고 제약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음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

만약 업계는 임상재평가 실패 시 그동안 판매했던 콜린 관련 수익을 환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전체 환수규모가 5000억원 상당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환수 외 전체 5년 간 장기 소송으로 건보재정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제약업계의 잦은 소송을 저지하기 위한 '집행정지 환수법' 등 규제 강화의 명분을 줬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콜린 소송 장기화가 정부와 파트너십을 약하게 만든데 따른 무형 손실도 클 것이라는 추정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