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깐부 맺은 제약사 MR "며칠 걸린 자료 준비, 이젠 한 시간"

생성형 AI, 업무 효율성 극대화 AI 신약 개발, 단순 속도 개선 아닌 리스크·비용 구조 혁신 제약회사 자율형 공장 구축하면 생산 수율 15%까지 높여 임상에 합성대조군 활용시 전체 환자 줄고, 중도탈락 감소"

2026-01-06     황재선 기자
@Freepik

[신년기획] 제약바이오 산업에 스며드는 인공지능(AI)의 효력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인공지능(AI)이 뉴 노멀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청춘이 AI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시대, 히트뉴스가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의 'AI 감염 실태'를 살펴본다. 

① AI 활용, 지금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② 생성형 AI, 업무 효율성 극대화
③ 불순물부터 CTD 심사까지, AI 항해 돌입한 식약처
④ '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황재선, 최선재, 방혜림, 김동우 기자] 신약개발, 제조∙생산 단계에서 활용되던 인공지능(AI) 영역이 의약품 전주기로 확대되고 있다. <히트뉴스>가 의약품 전주기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한계와 보완사항은 무엇인지 취재했다. 

 

임상까지 가봐야 안전성·유효성 입증하는 시대는 끝

후보물질 발굴 단계서 신약 '가능성' 먼저 확인

칼리시 최재문 대표가 자사 AI 플랫폼 '파마코-넷'의 주요 모듈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현재 신약 연구에서 AI의 적용 영역은 합성신약, 단백질, 유전자치료제 등 특정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적화, 독성 예측, 바이오마커 물질 개발 등 연구 전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박영빈 칼리시 이사/최고과학책임자(CSO)는 "AI는 신약 연구 분야에서 하나의 연구 그룹이 놓치기 쉬운 '미싱 파트'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기존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약물 개발 패턴을 도출해낼 수 있게 한다"며 "유전체·단백질체(Proteome), 단백질 구조, 유기화학적 특성, 임상·실사용데이터 등 성격이 매우 다른 다차원 데이터를 다루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이는 인간 연구자 개인의 지식과 경험으로는 한계가 있다. AI는 이러한 복잡한 정보를 스스로 통합해 패턴을 추론하고, 인간 연구자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약 연구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알파폴드의 등장 이후로 아미노산 서열만 알고 있으면, 이를 기반으로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후 다양한 신약개발 플랫폼 회사들이 자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단백질 구조 예측에만 국한됐던 플랫폼을 결합 친화도, 세포 또는 혈관뇌장벽(BBB) 투과 예측, 약동학 및 독성(ADMET) 분석, 후보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 타깃 바이오마커 등을 예측할 수 있고,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도 가능토록 확장해갔다.

이런 초기 연구는 추후 진행될 전임상 및 임상 단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전임상 시에는 독성 평가에만 8억원 정도 비용이 들어가고, 임상 단계에 진입할 시 그 비용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서 확인할 시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신약개발은 속도전이다.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는 전 세계에서 단 한 제품만 누릴 수 있는 칭호로, 연구 단계에서 후기 임상까지 고려하지 않은 전략을 세울 경우 후발 주자에게 해당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자사 연구 파이프라인에 적합한 AI 모델을 내ㆍ외부에서 찾기 위한 막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노피는 2022년 영국의 AI 신약 개발 기업 엑스사이언티아(Excientia)와 종양, 면역질환을 타깃하는 최대 15개의 합성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전략적 협력,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한 가지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을 하는 계약 체계와 달리 한 번의 딜로 15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는 계약의 형태를 보임에 따라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All in on AI'라는 선언을 기반으로 R&D 전체에 AI를 전면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화이자도 다양한 AI 신약개발 기업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엑스탈파이(XtalPi)와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CytoReason, Atomwise 등 AI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각 합성신약 설계 모델, 질환 면역 모델, 타깃별 후보물질 설계 등으로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자사 신약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한 전략을 도모 중이다. 

박영빈 이사는 "AI가 제약산업에서 가져오는 효율성 증대는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개발 리스크와 비용 구조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AI 기술이 구조 기반 설계, 독성 예측, 생성형 분자 설계, 임상 최적화 등으로 확대되면서 전주기 신약개발에 완전히 통합된다면, 업계가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던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그리고 성공 확률 증가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결국 AI는 제약산업의 생산성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라며 "앞으로는 도입 여부가 아닌 도입 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의 능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제조·생산'

공정 최적화로 수율 향상, 품질관리에 완결성 부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 System)를 활용해 실험설계를 논의하고 있다. /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조 및 생산 분야는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가이던스가 가장 명확히 확립된 분야다. 이 분야의 주 관심사는 공정 단계에서 수율 향상과 규제기관에서 만족할 수 있는 데이터 완결성(Data Integrity)이 보장된 품질관리 문서 작성이다.

맥킨지(McKinsey)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AI를 기반으로 공정 파라미터를 최적화해 생산 중 실시간으로 조건을 조정하면서 생산 수율을 약 15%까지 높였다. 더불어 설비 이용률과 인력 배치를 AI로 최적화해 업스트림 공정 처리량을 15%, 다운스트림 처리량을 30~60%가량 증가시켰다.

더불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공정 설계 시뮬레이션도 효율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사물의 가상 복제본을 만들어 실시간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모니터링해 성능과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즉, 가상의 의약품 제조시설을 만들어 미리 테스트해본 후 공정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원료 생산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해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90% 단축시켰다. 로슈는 이를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에 적용해 생산 세포 수율 10%, 품질 40% 상승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더불어 최근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또한 디지털 트윈으로 생산 최적화 및 공정 이슈 사전 식별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18일 종근당 천안공장에서 열린 2025년 자율형 공장 구축 사업 발대식에서 종근당 김영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종근당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현재 천안 공장에 구축하고 있는 자율형 공장에 이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자율형 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AI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실시간 관제, 분석, 예측 등 작업자와 AI가 협업하는 자율형 공장을 구축해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구축될 AI 지능형 관제 시스템은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추론하는 멀티 모달 모델을 적용한다"며 "기존에 분산 운영되던 관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사람에서 비롯되는 에러를 줄이고 설비 다운타임과 품질이슈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화된 알람 분석 시스템이 운영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해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교대근무 환경에서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줄여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 의약품 제조시설에서는 AI를 활용해 정제, 포장, 불량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연속 공정 모니터링을 통해 출하 시까지 제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다른 예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 백신 공정의 실험설계(DoE, Design of Experiment)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IT 최적화 시스템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 System)'를 구축했다. 

ADO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디스커버리 그룹 내 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전담 조직인 DX랩과 함께 약 1년 반에 걸친 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시스템이다. 

회사 측은 ADO가 연구원이 직접 분석하기 어려운 공정 설계상 다양한 변수들을 AI를 활용해 예측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며, 이를 통해 실제 진행해야 하는 실험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연구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는 세균 백신의 단백접합 개발 공정에 ADO를 도입한 POC 결과, 실험설계 기간이 1/3 수준으로 단축되는 기대효과를 확인했다. 이 시스템이 R&D 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도 정착될 경우 생산 기간이 단축됨은 물론 공정 개선을 통해 백신 수율도 향상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 AI 플랫폼을 통해 설비, 유지보수, 가동률 측면에서 예지보전하고, 이상발생(Deviation) 원인조사를 자동 실시해 시설의 수명 연장 및 다운타임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는 곧 불필요한 고장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 주요 사례 조사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스마트공장 도입 시 예지보전으로 인한 효과는 제조비용의 20% 이상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관리 문서에서 AI의 활용도는 더욱 명확하다. 생산 시설 내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품질문서를 자동 생성해줄 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를 체크해주는 등 CMC, 제조 관련 서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 혹은 데이터 변경 추적 등 데이터 완결성을 해치는 상황 역시 AI가 모니터링하고, 통제한다. 제약바이오 제조∙생산 분야에서 AI의 도입은 공장 스스로 최적화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어쩌면 AI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임상시험 혼잡도 예측부터 가상대조군 설정까지

AI 플랫폼 활용으로 날개 단 '임상개발'

메디데이터 퍼포먼스 어날리틱스는 임상시험의 실제 환자 등록 현황(Study Actuals)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AI 기반의 재예측(Re-Forecast)을 통해 연구 지연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 사진= 메디데이터 제공

글로벌 빅파마들은 임상시험디자인(프로토콜) 설계, 환자 모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메디데이터, 아이큐비아 등이 AI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임상시험실시기관 환자 등록률을 예측해 연구 속도를 높이고, 환자의 성향을 분석해 이탈률을 낮추고 있다. 심지어 빅데이터를 토대로 가상 대조군을 활용해 가장 많은 환자가 필요한 3상 임상시험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글로벌 임상시험 AI 시장 규모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Insights)는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AI 시장의 규모는 2024년 27억6000만달러(3조9284억원)에서 2025년 38억달러(5조4088억원)로 증가했으며, 2032년까지 548억1000만달러(78조16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바이오헬스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임상 시험의 가장 큰 AI 수요는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다. 임상시험의 환자 모집은 전통적으로 가장 큰 병목 지점으로, 전체 시험 지연의 약 80%가 환자 등록 문제에서 발생한다.

AI 기반 환자 매칭 엔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전자건강기록(EHR)을 분석해 모집 타임라인을 최대 40%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기반 환자 매칭 엔진은 환자의 △진료 기록 △검사 결과 △처방 정보 등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관리하는 시스템으로,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임상시험에 적합한 환자를 찾아낸다.

2024년 4월 미국 AI 기반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Tempus)는 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암 임상시험 적격 후보자를 기존 방식보다 50% 빠르게 식별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시험 종료점(1차 유효성 지표) 도달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임상시험 공개 데이터베이스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임상시험과 참여 대상자를 매칭하는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기 위해 'TrialGPT'를 개발했다. 

TrialGPT는 NIH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으로, GPT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임상시험을 자동으로 매칭하는 시스템으로 환자의 의료 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임상시험을 신속히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AI 임상시험 시장은 메디데이터와 아이큐비아가 엔드투엔드(Endto-End)
임상시험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다. 빅파마들은 이들과 협업으로 임상 시험 속도를 단축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BMS는 최근 임상시험 참여자 등록을 시작하면서 예상보다 등록이 저조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회사는 메디데이터의 AI 플랫폼 퍼포먼스 어날리틱스(Performance Analytics)를 토대로 선정한 기관들에서 수많은 경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내 AI 임상 설계 전문가는 "특정 임상시험실시기관에 경쟁 연구들이 몰린다면 환자들의 등록이 뒤로 미뤄지면서 임상 진행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며 "혼잡도 파악을 위해서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인데 BMS가 AI의 도움을 받아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포먼스 어날리틱스 AI는 BMS가 선정한 임상 실시 기관들의 혼잡도를 세 그룹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AI 예측 모델을 통해 등록율이 낮은 기관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곳을 선정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임상 환자 수가 10% 등록 완료된 시점에 새로운 기관을 선정하면 전체 임상기간이 19개월로 줄어들어 1개월을 단축할 수 있다고 AI가 분석하는 방식이다. BMS는 이를 토대로 기관을 재선정한 후 임상 등록을 6개월 이상 빠르게 진행했다. 

과거 임상 데이터에서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1단계), 실제 투여군과 통계적으로 유사하도록 성향 점수를 매칭하여(2-3단계), 최종적으로 가상의 대조군(SCA)과 신약 투여군의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하는(4단계) 메디데이터 합성대조군(SCA)의 생성 원리. / 사진= 메디데이터 제공

AI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0년 10월 미국 FDA는 메디세나 테라퓨틱스(Medicenna Therapeutics Corp)의 재발성 교모세포종(rGBM) 치료제 3상 임상시험에서 메디데이터 합성대조군(SCA) 사용을 승인했다. 이는 3상에서 기존 무작위 대조 방식이 아닌 SCA를 포함한 외부대조군(ECA) 활용방식이 승인된 첫 사례이다.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은 시험 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파악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지만 대조군을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메디데이터 관계자는 "메디세나는 외부 대조군을 활용해 임상시험 등록에 필요한 전체 환자 수를 줄이고, 대조군 환자의 중도 탈락을 줄여 임상시험 일정을 가속화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바티스는 아이큐비아의 기술 플랫폼(Investigator Site Portal, feasibility 분석 도구)을 'Novartis Connect'로 통합 운영해 연구책임자(PI)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 임상 데이터와 실제 진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환자 풀이 충분하고 모집 실적이 좋은 사이트와 연구자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시스템이다. 

노바티스는 최근 1700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임상에서 AI 도구를 통해 PI를 평가하고 선발했다. PI의 성과와 성향에 따라 인종별 환자 모집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분석을 토대로 선별한 PI를 통해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를 2.7배 더 모집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PI의 성향은 임상 등록률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의미에서 노바티스의 사례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참고할만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AI '활용도' 높아지는데 RA는 '거북이걸음'

CTD 문서 등 일부에 한정

제약사들이 신약 허가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에 국제공통기술문서(CTD)를 제출해야 한다. CTD는 비임상, 품질, 임상 1~3상 보고서부터 최신 논문, 참고문헌까지 총망라된 인허가 문서로 적게 수만 페이지에서 많게 10만 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AI는 방대한 양의 CTD 문서를 작성함에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RA(인허가) 업계는 CTD 문서 작성에 AI를 제한적으로 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직무 영역과 달리 회사가 AI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별도의 지원을 하지 않는 이상 문서 번역과 요약 등 일부 업무영역에서만 AI를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수년동안 공들인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될 우려와 임상, 비임상 시험보고서 등에 오류가 생길 경우 신약 허가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꼽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CTD 문서 작성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중견 제약사 RA 개발본부 관계자 A 씨는 CTD 문서 작성 중 최근 해외 규제 기관의 강제분해 시험(Forced Degradation Test)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는 점을 파악했다. 빠르게 생성형 AI를 이용해 원문을 국문과 영문으로 번역하고 변경 사항을 신속히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추가 연구 자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렇듯 국내 RA 업계는 신약 허가를 위한 CTD 문서 작성을 위해 AI 번역 플랫폼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CTD 문서 작성 전반이 아닌 통번역 등 매우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임상 프로토콜, GMP는 물론 약물감시까지 폭넓게 AI를 활용하는 움직임과 대비된다. 이는 CTD 문서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CTD는 신약 허가 신청을 위한 국제 표준 문서 형식으로, 5개 모듈로 구성된다. 모듈 1은 지역별 행정 정보(MFDS 기준 신청 내용), 모듈 2는 요약(품질·비임상·임상 개요), 모듈 3은 품질 자료(원료·완제 제조·관리), 모듈 4는 비임상 자료(약리·독성), 모듈 5는 임상 자료(시험 보고서)로 나뉜다.

또 다른 대형제약사 개발본부장은 "CTD 문서는 제약사가 10년 이상 공들인 연구 개발 노력의 집합체"라며 "AI의 도움을 받기 위해 데이터를 입력해 혹시라도 외부에 유출될 경우 그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보안 최고 등급을 유지해야 하는 CTD 데이터의 특성상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CTD 문서 중 '모듈3, 4, 5'는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핵심 문서로 속도보다는 정확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AI 적용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중견제약사 RA팀장은 "NDA(신약 허가신청) 문서는 AI 도움을 통한 효율성보다는 정확성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비임상, 임상 자료가 집약된 모듈 3, 4, 5에서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인식하거나 오류를 일으키면 신약 개발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품질 자료에서는 현장 사진, 설계도, 장비 검증 데이터 등 비구조화·시각 자료도 많다"며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AI가 CTD 문서를 작성할 경우 각종 오류도 나타날 수 있다. CTD 모듈 3, 4, 5 문서 작성에 여전히 수작업이 선호되고 AI 활용도가 낮은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모듈 2 요약(품질·비임상·임상 개요) 영역에서는 AI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또다른 국내사 RA 본부 관계자는 "모듈 3, 4, 5 내용을 바탕으로 모듈 2 요약 자료를 만드는 것은 AI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며 "AI 플랫폼에 정확한 지시와 가이드를 주면 충분히 자동화가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외 규제 당국은 모듈 2를 모국어로 작성하도록 요구하는 편"이라며 "지금도 많은 업체들이 모듈 2 번역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상황인데 이를 AI가 해결해 줄 수 있다면 CTD 문서 작성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외 AI 플랫폼 업체들은 모듈2 요약(품질·비임상·임상 개요)과 번역을 제공하고 다국어 번역기능을 탑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TD 문서 작성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AI 신약 개발 전문가는 "모듈3, 4, 5에 담긴 임상 비임상 데이터에는 표 안의 표, 그림 안의 그림과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가 많다"며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거대언어모델(LLM) 형태의 AI라도 이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모듈 2의 요약본 제공은 지금 AI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회사 차원에서 모듈 2의 품질·비임상·임상 개요 CTD 문서 작성에 AI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다면 신약 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챗GPT처럼 공유된 형태가 아닌 프리 트레이닝 모델 AI를 내려 받아 문서를 학습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보안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TD 문서 작성의 피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AI 활용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대형 제약사의 개발본부 임원은 "RA 영역에서 CTD 작성은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할 수 없는 완벽한 작업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그만큼 인력들의 피로도가 상당하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늘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기관의 CTD 사례와 기준을 폭넓게 반영해 업데이트되는 외부 AI 솔루션들은 적용 범위와 데이터 활용 속도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회사가 이미 검증된 외부 도구를 토대로 CTD 문서 작성에 AI를 지원한다면 인력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에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제∙국가별 특수성으로 MA 업무 AI 도입은 '시기 상조', 

PV에 일부 활용되지만, 정확도 문제로 '보조 도구' 취급 

AI 발전과 함께 제약사 약가 업무 담당자(MA)와 약물 감시 담당자(PV)들도 이를 활용하려 했지만, 현재까지 그 범위는 번역, 검색 등 기초적인 업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A 업무에서는 약제별, 기업별로 상이한 약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그 답변에 신뢰도가 낮아 활용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PV 분야에서는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지만, 결국 전문인력의 손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반쪽짜리 활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에 따르면, MA 담당자들은 업무 과정에서 기사 검색 및 약가 이력·주요 이벤트 정보 수집에 △ChatGPT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퍼플릭시티(Perplexity)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도출된 정보들은 주로 정책 개선이나 주요 정보 취합 및 다양한 의견 검색 등에 활용되며, 보험당국에 제출하는 의견서 작성 시 주요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통해 얻은 정보의 출처와 팩트 체크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아직 정책 이해도가 낮아 현실적인 대안을 발굴하지 못하며,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급여 등재 전략 수립이나 약가 산정 등 주요 업무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고, 회사 내부 정보 보안을 위해 이를 활용한 사용은 지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 모델링 활용이나 약가 분석 등 특화된 분야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정보 제공 및 개인화 등 발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는 자체 생성형 AI인 '사노피 AI tool 컨시어지(Sanofi concierge)'를 활용해 약가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외 회사들에서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사노피는 2023년부터 AI 기반 신약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AI 구동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약물 관련 업무에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PV 업무에서는 임상시험 결과를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AI가 활용되기도 한다. 임상시험 참여자와 실제 환자군의 △건강 상태 △유전적 배경 △복용 약물 등 차이로 인한 결과를 줄이기 위해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일반화하는데 AI를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자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생성형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약물 부작용 보고 △문헌 스크리닝 △제약 보고서 생성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쓰고 있다. 그럼에도 한 국내 PV 관계자는 "아직 정확도가 높지 않아 보조도구 정도에 그치며 전문인력의 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A와 달리 PV는 AI 솔루션에도 일부 의존하고 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제일약품 △동아제약 △한독 △안국약품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I 솔루션 활용 기업 셀타스퀘어에 데이터 활용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타스퀘어는 AI/DX 솔루션을 활용해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 의뢰자에게 안전성 관리 노하우 전달 △RMP 계획 및 이행을 위한 전 과정 지원 등 컨설팅을 제공한다.

주요 기능은 △문헌 내용 정리 및 요약 △파트너사에게 전달받은 자료를 자사 DB에 업로드 하기 위한 XML 형식 변환 △정기 보고·임상시험 등 다양한 이상사례 관련 코딩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맞춘 분석 결과 제공 등이다.

이를 활용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식약처에 보고하는 의약품 이상사례는 국제 의약 용어 체계인 'MedDRA'를 사용해야 한다. 간혹 보고되는 이상사례 중 MedDRA 용어로 변환하기 어려운 건들이 보고되는데, 셀타스퀘어에 원 보고용어를 쓰면 가장 적합한 코딩용어로 변환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AI가 재편한 제약 영업∙마케팅…현장의 룰이 바뀌고 있다

대웅제약은 임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제고하고자 주기적으로 교육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AI 플랫폼 활용 관련 강연을 하고 있는 서욱 사업부장 / 사진= 대웅제약

제약 영업은 오랫동안 관계 중심 산업이었다. 얼마나 자주 찾아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가 성과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채널 확산과 규제 강화, 고도화된 정보 환경은 접촉의 시대를 서서히 뒤로 밀어내고 있다.

이제 AI는 의사가 필요로 하는 순간을 미리 포착하고 어떤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인지 계산하며, 영업사원(MR)의 다음 행동까지 설계한다.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속도를 앞세우는 시대, 알고리즘과 사람이 역할을 나누는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국내 제약사들도 들어섰다.

대웅제약은 올 초부터 영업·마케팅 전반에 생성형 AI를 투입하며 실무 일상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문헌 조사나 정보 탐색은 AI가 기본값처럼 수행하며, 영업사원들은 고객과의 대화와 전략 실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조직 전반의 표준으로 삼기 위해 대웅제약은 업무 흐름 속에서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우수 활용자를 중심으로 실무 팁을 확산시키고 있다.

서욱 대웅제약 ETC 마케팅본부 사업부장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고 사람이 해야 할 본질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며 "특히 도구를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이 축적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화는 문헌 기반의 전략 수립 업무에서 뚜렷하다. 과거에는 제품 설명을 위해 수십 편의 논문을 일일이 찾아보고 번역해야 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문헌을 자동 요약하고 경쟁 제품과의 차이점까지 정리해 준다.

한 영업사원은 "며칠씩 걸리던 자료 준비가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수준이 됐다"며 "근거의 깊이가 달라져 현장에서의 대화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방문 전략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AI가 고객 우선순위를 제안해 어떤 병·의원을 먼저 방문해야 더 큰 효과가 있는지 방향을 잡아준다. 경험에 치중되던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의 선택으로 전환되며,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더욱 정교하게 설계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회의 방식도 달라졌다. 서 사업부장은 "과거 직원들이 '무엇을 알게 됐다'를 위주로 보고했다면, 지금은 AI와 함께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무엇을 하면 성과가 날지'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정보 전달형 영업에서 전략 실행형 영업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실무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임상적 명분을 설계해야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은 해외 논문 검토와 시장 자료 정리에 막대한 시간을 써왔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이 과정을 크게 단축시키고 있다. 한 PM은 "요약·검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AI로 업무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며 "특히 교육용 PT 제작, 심포지엄 기획, 영상 콘셉트 개발 등 창의적 작업에서도 초안을 빠르게 뽑아내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결국 '업무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도구가 돼가는 셈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고객관계관리(CRM)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채널별 성과 예측 기능 도입을 추진해 영업 전략 자동화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한편 동아제약은 AI 도입의 '첫 단계'를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 초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동지니AI'를 도입해 자료 검색 및 요약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그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 특유의 규제·보안 우려를 고려해 직원이 입력한 문서와 데이터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사내에서 암호화해 저장하도록 설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도입에서 보안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AI가 전략을 자동 설계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시장 분석·경쟁사 동향 파악 등 기획 단계의 효율화는 뚜렷하게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AI 도입은 '어떤 기술을 쓰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이냐'를 바꾸는 과정"이라며 "각 부서의 데이터 품질을 높이고, 이를 연결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동지니AI'

동아제약은 부서별로 산재한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메타데이터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등 향후 확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내년에는 마케팅 부서에 프로모션 효과 예측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 데이터를 기반으로 캠페인 반응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영업 메시지와 활동 방향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이다. 단순 참고도구를 넘어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로 AI를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더 깊은 단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바시스템즈는 CRM, 콘텐츠 관리,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영업·마케팅 전환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결합해 고객 접근 전략을 사전에 설계하고, 어떤 메시지가 성과로 이어지는지 예측하는 '지능형 영업 자동화'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영업 활동 데이터를 다시 학습해 정확성을 높이는 구조가 적용돼 시간이 지날수록 전략 추천이 정교해진다.

비바 관계자는 "사람은 관계에 집중하고 AI는 전략적 판단을 맡는 역할 분담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바시스템즈의 비바AI 핫리스트(Hot List) 적용 화면. / 자료= 비바시스템즈

회사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이미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기반 고객 선별 기능을 도입해 집중해야 할 의료진을 자동 분류하는 '핫리스트(Hot List)'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미팅 전에는 의료진의 콘텐츠 열람 기록과 활동 이력을 분석한 '인게이지먼트 플래닝(Engagement Planning)'으로 대화 메시지를 설계하고, 미팅 후에는 음성 기반 보고가 자동 정리돼 후속 조치까지 제안된다.

모더나의 경우 마케팅·법무·규제(MLR) 검토의 일부를 사람 개입이 거의 없는 '터치 프리(touch-free)' 방식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통해 콘텐츠 심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AI 기반 디지털 영업 솔루션 도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박지원 비바시스템즈 한국 커머셜 사업 총괄(부사장)은 국내 고객사를 향해 "AI 도입의 성패는 기술의 성능보다 해결할 비즈니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유즈 케이스를 선택하는 데 달려 있다"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기반, 사용자의 변화 수용성, 규제·보안 대응 등이 함께 확보될 때 비로소 비즈니스 혁신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