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신약 개발 연구와 생산 현장에서 AI, 가치 입증하며 '근무 중'
"AI 신약 개발, '자동·효율화', '통찰·예측', '확장·혁신성' 기반 빠른 성장" 의약품 전주기에 활용… 산업 복잡성·AI 예측 불가능성은 한계
[신년기획] 제약바이오 산업에 스며드는 인공지능(AI)의 효력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인공지능(AI)이 뉴 노멀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청춘이 AI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시대, 히트뉴스가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의 'AI 감염 실태'를 살펴본다.
① AI 활용, 지금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② 생성형 AI, 업무 효율성 극대화
③ 불순물부터 CTD 심사까지, AI 항해 돌입한 식약처
④ '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인공지능(AI)이 제약바이오 산업 내에 활용되면서 업무의 자동화 및 효율화부터 통찰 및 예측의 범위까지 다양한 직무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AI는 공상과학(SF)의 영역이었다. 이후 점차 첨단 산업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생성형 AI'들이 개발되는 등 AI는 누구든지 사용 가능하면서 대체불가능한 도구(Tool)로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2022년 Open AI가 개발한 생성형 AI인 ChatGPT가 등장하고, 개인을 넘어 팀/회사 단위의 사용으로 확장됐다. 이후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코파일럿(Bing Copilot)' 등이 후속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기업 내 업무의 효율성은 더욱 증대됐다.
스탠퍼드가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인 'AI Index 2025'에 따르면, 2024년 조직의 AI 사용 비율이 55%→78%로 크게 증가했으며, AI 관련 특허건수는 2010년 3833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3년 12만2511건에 달했다. 가장 특허가 많이 출원된 국가는 중국으로 전체의 69.7%를 차지했다.
금융, 제조, 유통, 미디어, 공공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에 돌입했고, 이런 트렌드는 제약바이오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의 전망 조사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약 30% 성장해 약 1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산업 내에서 연간 600~1100억원 달러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는 이런 빠른 성장이 AI가 가진 ①자동화 및 효율화 ②통찰 및 예측 ③확장 및 혁신 특성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생명과학 분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개발 업체인 비바 시스템즈의 신은호 전무는 "AI는 임상 문서 초안 작성 등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서 작업, 데이터 정리 및 입력 등의 단순 업무를 대신해줌으로써, 인력과 비용을 핵심 R&D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더불어 환자 전자건강기록(EHR), 논문 등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비정형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이 찾기 어려운 패턴과 관계를 식별한다. 이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임상시험 성공률 예측, 환자 모집의 최적화 등에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이어 "더구나 그 영역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분자 구조나 임상 프로토콜 초안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고, 이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하는 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할 시 수많은 화합물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고, 표적 단백질과의 상호작용, ADMET(약동학, 독성) 분석 후보물질 최적화(Optimization) 정도를 예측해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도출해 수년이 걸리던 초기 탐색 단계를 수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점차 특정 질환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도출하고, 해당 바이오마커를 어떤 적응증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지 개발하는 단계로 확장됐다.
또 특정 임상시험 기준에 가장 적합한 환자를 식별해 임상 소요 기간과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규제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 임상시험 계획서(프로토콜), 신약 품목허가(NDA) 신청서 등 규제 문서를 자동으로 요약, 번역하거나 초안을 작성해 문서 작업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는 칼리시의 박영빈 이사(CSO)는 "AI의 정교한 예측 능력은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제약개발 과정에서 실패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신약개발은 단 한 번의 오류가 수년의 시간과 수백억~수천억원, 경우에 따라 조 단위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라며 "그렇기에 약물 개발 초기·중기 단계에서의 예측 능력은 곧 개발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그룹과 전통적 방식에 머무르는 그룹 간의 차이가 지금 당장은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느 그룹이 승자가 될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AI의 활용은 신약 연구, 임상개발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명확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내에서 운영되는 제조 및 생산시설에서 그 역할이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약품 제조시설에서 가장 큰 일탈 요인은 '사람'이다. 품질 문서와 공정 관리 등에서 작업자의 간섭은 데이터 정확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일탈이 발생할 시, 규제기관에 이를 보고해야 하는 점과 더불어 향후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도 있으며, 이는 생산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DI(데이터 무결성, Data Integrity) 관리 능력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고, 생산·포장·배송을 단계별로 쪼개는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 짓는 원스톱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생산 효율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인력 차원에서도 굉장히 효율적이다. 제조/생산 분야에서는 공정 및 생산을 관리하는 인력이 일정 수준 이상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AI를 활용한 자동 공정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에서는 최소 시스템 관리 인원 만을 배치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의약품 생산 공정을 설계함에 있어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이를 활용할 시 실제 진행해야 하는 실험 횟수를 줄이고, 전체적으로는 의약품 개발 기간 자체를 단축시킬 수도 있다.
AI 기반 항체치료제 발굴 스타트업 에이인비 박은영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가 원하는 AI 활용범위는 전주기에 해당한다. 현재 회사들은 각 주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그 능력을 평가받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물론 AI 신약개발 기업 별로 데이터, 학습 모델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1:1로 성능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그 모델이 예측하는 결과들이 실험으로 잘 표현되는 가로 평가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협력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복잡성과 AI의 예측 불가능성 존재,
전주기에 걸친 인간 감독과 AI 시스템 검증 과정 필수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점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 산업 내의 AI 도입의 한계와 보완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제약바이오 산업의 복잡성과 AI의 예측 불가능성 관련 문제다. 제약바이오는 개발 단계에서 사람이 필수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산업 분야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임상 데이터(실험실 데이터, 진료 기록, 영상 자료), 학술 정보 등은 의료기관 또는 연구기관 별로 표준화돼 있지 않으며, 이런 비정형 데이터들을 모아 AI를 학습시키기까지 자동화와 효율성에 한계가 있다.
더불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인원부터, 이들 데이터를 통계 분석할 수 있도록 통합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신은호 전무는 "누군가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조합해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각 과정이 어떻게 조합돼야 하고,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가능성이 너무 많다"며 "점차 기존의 생성형AI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실행할 수 있는 자율형/에이전트형 AI로 발전하고 있지만, 일정 데이터가 축적되기까지 그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동일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초기 데이터가 적을 때는 예측 불가능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규제산업의 특성상 규제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이 필요한데,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생산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도 중요한 문제다.
신 전무는 "AI 모델의 결정 과정을 설명 가능하게(Explainable AI, XAI) 만들고, 인간의 감독(Human-in-the-Loop)을 통해 위험성이 높은 단계에서는 사람이 개입하도록 설계하고,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 파라미터, 결과를 모두 추적하고 기록하는 AI/ML 밸리데이션 방법론을 확립해 규제기관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개발에 있어 AI의 활용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은 AI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시스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FDA는 AI 시스템이 편향(Bias)을 완화하고, 규제 기관이 원천 데이터까지 역추적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AI 모델이 활용되는 전주기에 걸쳐 인간의 감독을 권장하고 있다.
또, EMA는 AI의 위험 기반 접근(Risk based approach)을 채택해, AI의 결정이 임상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높은 수준의 밸리데이션을 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회사 내부 논의 또는 국가별 규제기관 별 규제 갭(gap) 분석, 임상시험 진행 결정 등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규제기관에 검증(Validation) 결과를 보고할 필요는 없지만,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IND) 또는 NDA 시 제출하는 인허가 문서 생성에 활용할 경우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검증이 필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최근 심사관 업무를 비롯해 불순물 관리 등 규제 업무에 AI를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앞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 차원에서는 기존 업무를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통합하고, AI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지 임직원의 교육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자사 플랫폼 내 어떤 고품질, 비편향적 데이터를 확보 및 관리해 나갈 지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