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는 '기술수출 칭찬'과 '정부 지원 정책'에도 웃지 못한다, 왜?

임상 3상에 쏠린 돈, 업계는 "초기 투자 먼저" 성공불 융자, 안전망인가? 포퓰리즘인가? 기술 수출은 '끝' 아닌 '시작', 정책 뒷받침 절실

2025-12-29     김선경 기자

국내 바이오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를 모습이다. 올해 기술수출 성과는 연말까지 이어져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주식시장에서도 바이오 종목들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정부의 지원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9월 '바이오 혁신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바이오 분야는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미래 산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고,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었다. 이후 정부는 바이오 예산 확대와 함께 신속심사 기간 단축을 내걸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 인력을 300명 확충해 심사 기간을 최대 240일까지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자금난 해소 대책이 핵심으로 부각됐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1500억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 펀드'를 신규 편성했고, 신약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정부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성공불 융자' 제도 도입도 예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도전적인 투자를 하려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기획재정부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정책 추진에 자신감을 보였다.

 

임상 3상까지 감당할 벤처 없다... "임상1상+PoC 단계 지원 절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바이오 벤처의 생존 방식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임상 3상은 애초에 목표 지점이 아니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글로벌 3상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벤처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기업은 임상 1~2상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거나 플랫폼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부가 '임상 3상'에 정책 자금을 집중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한국 신약 벤처의 주요 수익 모델은 초기 단계의 기술이전이나 플랫폼 수출이지 3상까지 완주하는 모델이 아니다"라며 "막대한 자본이 드는 3상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벤처기업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칫 과거의 '백신 펀드'처럼 실효성 없는 정책의 재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왜 임상 3상 특화 펀드가 필요한지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내 벤처 영역에는 글로벌 3상을 감당할 만한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없다"며 "결국 지원 대상은 사업성이 부족한 국내 내수용 신약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런 식의 지원은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되어 정책적 흠결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화펀드 1500억원'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이 합리적일까? 전문가들은 "자금이 가장 부족한 구간은 임상 3상이 아니라 임상 문턱에서 멈춰 선 초기 바이오 벤처"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업계 전문가는 "임상 3상에 성공한 이후에는 기술이전이 오히려 어려워져 투자사 입장에서는 엑시트가 사실상 막힌다"며 "차라리 임상 1상 중심의 펀드를 조성해 유망 후보물질이 임상 1상과 개념입증(PoC)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방식이야말로 신약 개발과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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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실패해도 되지만, 사업은 실패하면 정리돼야"

"초기 단계 투자가 먼저"

실패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예고된 '성공불 융자'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공적 자금이 떠안아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김현욱 대표는 "이 제도가 바이오 벤처를 보호하는 제도인지, 아니면 국민 혈세로 사업 실패를 탕감해 주는 것인지 심도 있게 봐야 한다"며 "실패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가져야 하며, 비즈니스 실패까지 정부가 보전해주기 시작하면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공불 융자의 '대상'이 누구냐를 따져보면 정책의 맹점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는 "사업성이 없거나 경영진의 무능으로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정당한 연구는 실패해도 되지만 사업은 실패하면 정리되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이 마른 이유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사업성 부족이나 경영 실패 때문이라면 시장에서 외면받은 기업을 반복적으로 살리는 구조가 만들어져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며 "차라리 초기 단계 투자 펀드를 확대해 연구 인력이 새로운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제언했다.

 

갈피 못 잡는 정부 정책, '장밋빛 청사진' 그치지 않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내년 바이오 시장에 대한 기대는 정부 정책이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 발효를 앞두고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자산을 대체할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 심사역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에셋이 빠진 자리를 이제 한국이 채울 차례"라며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에셋을 많이 들여다보고 있고, 민간 VC 펀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투자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국내 바이오 벤처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이 기회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과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벤처의 생태계와 맞지 않는 섣부른 정책은 자본의 흐름을 왜곡하고 찾아온 기회마저 놓치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인지,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단순히 신약 승인 건수를 늘리겠다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