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소원 해결사' 이수진 의원... 돌봄·치료 정책에 속도
히터뷰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수진 의원
'다 이루어질 수지니(수진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최근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김우빈·수지가 주연한 판타지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역구 주민들과 지지자, 동료 의원들이 '한다면 하는' 이수진 의원의 성향에 빗대 붙여준 애칭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주인의 부름에 따라 소원을 들어주는 신화 속 정령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의 모티프로 활용돼 왔다. 최근 콘텐츠에서는 단순히 소원을 이뤄주는 역할을 넘어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을 완성하도록 돕는 공감각적 조력자'로 재해석되고 있다.
필수의료 부실로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고, 돌봄과 치료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이 '필사의 회복'을 기다리는 혼돈의 시기에 '지필공(지역ㆍ필수ㆍ공공의료), 돌봄, 환자 권리'를 외치는 그의 행보가 '현대판 지니'를 연상케 한 것일까. 잠깐의 해프닝으로 넘기기 쉬운 닉네임에서도 간절한 민심을 읽는 이수진 의원의 걸음이 분주하다.
간호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현역 시절 신생아중환자실 미숙아와 산모들을 돌보며 병상의 고통과 약자의 설움을 목도하고, 병원 노동 현장의 부조리를 체감한 것이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며 "약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싸웠던 초심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간호사로 일하던 90년대 '조산'은 힘든 노동과 경제적 빈곤을 비춘 시대의 거울이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조산을 겪고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남아선호사상' 아래 여아들의 생명과 권리가 소외되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이 의원은 "현대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그 때는 일어났다"며 "가족들이 조금만 더 의지를 갖는다면 치료할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산모와 아기들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문제로 보호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간호사로서, 여성으로서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91년 연세의료원에 입사해 신생아중환자실(NICU) 등에서 근무했다. 이 때 의료현장의 노동 강도와 간호 인력 문제 등 현장에서 여러 문제를 체감하면서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여성위원장, 연세의료원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유의 긍정과 활력으로 노동 현장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일터에서 마주한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각성이 그를 정치로 이끌었다.
의료대란과 정권 교체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선임된 그는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 '간병비 건강보험적용법', '돌봄기본법' 등 의료 공백과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 과제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에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의료 현실을 지켜본 간호사의 시선과 경험이 녹아 있다.
이재명 정부 보건의료 공약 이행의 '추진체' 역할을 맡아 "사회적 약자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불굴의 추진력을 발휘하겠다"는 이수진 의원을 만났다.
노동자로, 워킹맘으로 다양한 위치에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경험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과 후 바라보는 현실은 어떤가.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로 일할 때 3교대 근무를 했다.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소진되어 갔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도 봤다.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의료 현장이 워낙 긴박하다보니 쓸 수 없었고, 동료들과 함께 버텨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직접 겪고 가까이 보면서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 여성 최초 산별조직 위원장까지 맡으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정부와 경영진들이 알아서 잘 개선해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바꿔야 할 문제들이 현장에 산적해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개선방안을 찾고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치로 실현하고 싶은 목표와 비전은 뭔가.
"의료 현장이자 노동의 현장에서 뼈아픈 문제와 개선책들을 하루빨리 제도와 정책에 반영해야 겠다는 생각이 국회의원이라는 입법 노동자, 정치의 길로 이어졌다. 정치도 '돌봄'이다. 정치 현장에서 국민의 삶을 돌보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보건의료계가 의료대란 수급을 비롯해 대선 이후 정부가 교체되는 어려운 시기에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다. 특별한 각오가 있다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지고 복지가 후퇴한 가운데, 국민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이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간사로서 이재명 정부가 목표한 '국민 중심의 진짜 의료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 복지 분야에서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돌봄·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법안이 있다면 자세히 소개해 달라.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간병 수요가 늘어나면서 간병비 부담과 고통으로 '간병살인', '간병자살', '간병파산'과 같은 비극도 일어나고 있다. 돌봄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영역인데 국가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다. 이재명 정부는 '돌봄 국가책임' 실현을 위한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표발의한 '간병비 건강보험적용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법', '돌봄기본법', '돌봄노동자 권리보장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간병과 돌봄에 대한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를 만들겠다.
의료영역에서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특별법 개정안', 지역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지원해 지역 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의사법 제정안'과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곧 공공분야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의대법'의 입법도 적극 추진해 의료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완성해갈 계획이다."
희귀난치질환 보장성 강화도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간호사로서 전문성을 보유한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환자들의 염원과 기대가 크다. 환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뭔가.
"지난 10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중단 없이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의료공백 방지법'(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 생명·건강·안전과 직결된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집단사직, 집단휴진과 같은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 최소유지기준을 지키도록 해 필수유지 의료행위의 공백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으로 보완하는 취지다.
또한 11월에는 희귀·난치질환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인체 내에서 직접 유전물질을 주입·발현시켜 치료하는 생체 내 유전자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 치료기술을 기반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이 허용하는 인체세포 등의 정의 조항에 '유전물질'이 반영되지 않아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포처리시설의 업무가 인체세포 등의 채취, 검사·처리로만 한정돼 해외에서 제조·가공된 인체세포 등을 수입해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에 제공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인체세포 등의 정의에 유전물질을 추가해 생체 내 유전자치료를 첨단재생의료 범위에 추가하고,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데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체세포 등을 세포처리시설이 수입해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환자 치료를 중심에 둔 제도 개선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육성 관점에서 첨단재생의료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기술 혁신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제는 그럴만한 때가 왔다고 본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보완 입법과 정책 개선을 추진 중인 만큼,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국내에서도 임상 연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높은 규제 장벽을 낮추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니터링 체계와 표준화된 임상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중대·희귀·난치 질환자에 대한 줄기세포·유전자치료 적용을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실증과 임상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환자·연구자·정부·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환자 수요 기반 R&D' 체계를 통해 연구·개발이 임상과 치료로 이어지도록 하고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 수요 기반 R&D' 체계를 구축한다면 기술 혁신이 환자 치료로 이어지고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생의료 시장 성장에 대한 낙관론 때문에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제품들이 미용·성형 시장에 난립하는 등 상업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감시하고 개선할 계획인가.
"민간 조직은행들이 해외에서 피부이식에 필요한 인체조직을 수입·가공해 피부과 의원에 공급하면서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인체조직법은 '안전성이 확보된 기증 조직을 질환 치료 목적으로 이식해야 하며, 윤리적이고 타당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피부조직을 분쇄해 식염수에 타서 만든 'ECM 부스터'를 미용 목적으로 피부에 주입하는 것은 인체조직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정부는 민간조직은행이 공급한 전체 이식결과를 1년에 한 번 보고받고 있는데, 주기를 단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용 용도가 치료 목적인지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인체조직법에 따른 치료 목적의 조직이식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변형된 형태의 이식에 대해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그 행위의 형태와 내용에 부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문제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조속히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모니터링 하겠다."
보건의료는 공공성과 산업성이 공존하는 분야다. 규제와 혁신, 안전과 성장 사이 균형 찾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산업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제약바이오헬스산업 영역에서 묵묵히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모든 과정이 대한민국 산업의 성장과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필요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안전 기준은 더욱 촘촘히 마련하도록 지원하겠다."
돌봄, 의료, 산업까지 보건복지 소관 분야가 많은데, 어떤 우선순위와 철학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요즘 '다 이루어질 수지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까지 181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50건을 통과시킨 것을 보고 동료 의원들과 지역 주민들께서 "이수진이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줬다. 평소 한 사람의 목소리도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국민의 삶이 실제로 더 나아지고 행복이 커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을 위해서라면 할 일을 꼭 해내는 정치인'으로 기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수진 의원은 2020년 5월 노동운동가 출신 여성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초선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했고, 병원 노동자로 재직한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역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남 중원구 지역구에 출마해 현역 의원을 제치고 60.11% 득표율을 달성하며 당선됐다.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제한하는 간호법을 대표발의했으며, 병원 노동자 인권침해를 막는 보건의료인력지원 법제화를 주도했다. 지난 7월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선임됐으며, 돌봄과 환자 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입법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