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약바이오 결산] 20조 기술수출 이끈 '빅5 전략가들'

기술수출 20조 돌파,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좋은 과학은 기본" 기술이전 주역 5인이 밝힌 성공 공식

2025-12-22     김선경 기자

2025년 한 해, 제약 바이오 기사 몇 번이나 클릭하셨나요?

수많은 기사 속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주목한 키워드는 무엇이었으며, 가장 뜨겁게 논쟁한 이슈는 또 무엇이었을까요? <히트뉴스>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방대한 기사 데이터를 추적했습니다. 총 8편에 걸쳐 히트뉴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조회수 1위 기사부터,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독자들의 관심이 쏟아진 인터뷰까지 2025년의 트렌드를 짚어봅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올해의 제약바이오 이야기 "2025 제약바이오 이슈, 히트뉴스에 다 있다", 지금 시작합니다.


① '비만·AI'에 쏠린 클릭의 판도
② 비만치료제 빅2 전면전, 다음 주자는?
③ FDA 규제부터 임상까지 흔든 AI
④ 수출 1위 주역 셀트리온·삼성바이오
⑤ 허가 문턱서 멈춘 HLB와 네이처셀
⑥ 20조 기술수출 이끈 '전략가들'
⑦ 정부도 AI 신약개발에 550억 베팅
⑧ 끝까지 가는, 끝까지 HIT

올 한 해 <히트뉴스>의 인터뷰 코너인 '히터뷰' 조회수 TOP 10의 상단은 모두 올해 대규모 기술이전 성과를 일궈낸 주역들이 차지했다. 규제 리스크와 시장의 불안 속에서도 이러한 성취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바이오의 근본적인 기술력뿐만 아니라, 빅파마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정확히 공략한 전략가들의 치밀한 설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히트뉴스는 올해 20조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킨 주역들을 만나 그들이 계약서 도장을 찍기까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한 끗'의 비결을 들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질문받기 전부터 준비된 답"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바이오텍의 기술력은 종종 '좋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만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인터뷰에서 "좋은 과학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진짜 비결은 데이터를 글로벌 파트너가 원하는 형태로 제시하는 '포장'과 '전달'에 있다"고 말했다.

올해 GSK와 일라이릴리에서 총 7조원 규모의 기술 계약을 이끌어낸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그는 과학이 아무리 좋아도 그 데이터를 빅파마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밝힌 에이비엘바이오의 강점은 빅파마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미리 예측하고 데이터를 준비하는 '선제적 대응 전략'이다. 기술이 좋으니 사가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상대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에 미리 답을 내놓는 방식이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는 과학적 검증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단순히 효능만 좋은 약물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사의 물질을 직접 평가하며 독성과 약물동태(PK/PD)까지 철저히 비교해 우위를 입증했다. 이는 빅파마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들의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준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BD팀과 연구팀의 긴밀한 협력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데이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BD팀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빅파마 맞춤형으로 실시간 대응했다.

이 대표는 "한 번의 성공이 끝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로열티 기반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 'ABL바이오 2.0'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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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 "준비되지 않은 기술은 팔지 않는다"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

올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확정 짓고 MSD,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연달아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은 역시 '준비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BD의 역할은 단순히 협상을 잘하거나 언어가 능통한 수준을 넘어 기술에 대한 이해와 법률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계약서 조항 하나가 잘못 들어가면 그 한 줄이 모든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준비된 기술'을 만들기 위해 이른바 '멘탈 짐네스틱스'라 불리는 체계적인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반복적인 토론을 통해 경쟁사가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공격할지, 혹은 파트너가 예상치 못한 행정적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한다. 전 부사장은 늘 먼저 상상하고 리스크 시나리오를 미리 돌려보는 과정 덕분에 실전에서의 리스크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알테오젠은 파트너사가 실험에 실패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지원했다. 물질이전계약(MTA) 단계에서부터 실험 프로토콜을 함께 검토하며 성공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단순히 기술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가 지표를 미리 설계해 공유함으로써 파트너사가 신속하게 성과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오도록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전 부사장은 기술을 계약으로 전환하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역량이며 그 역량이 회사를 키우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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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 "RNA 치환 기술, 릴리 사로잡았다"

알지노믹스의 트랜스-스플라이싱 라이보자임 기술은 개발 초창기 독창성만큼이나 생소함이 컸다. 이성욱 대표는 인터뷰에서 "초창기에는 '왜 알지노믹스 이외에는 시도하는 기업이 없냐'는 의문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DNA 본체를 건드리지 않고 전사체(RNA) 수준에서 유전정보를 교정하는 방식만의 차별화된 가치에 주목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결국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지며 플랫폼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외부 단백질 주입 없이 RNA 스스로 치료제로 작동하는 구조적 간결성과 안전성에 있다. 복잡한 외부 단백질을 주입하거나 세포 내부 기전에 의존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알지노믹스의 기술은 RNA 분자 자체가 타깃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반응하며 가위 역할을 수행한다.

이 대표는 "우리는 DNA를 고치지 않는다"며 "외부 단백질이나 세포 내부 기전에 의존하지 않고 RNA 자체가 치료제로 작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필요한 조직에서 타깃 RNA만큼만 정밀하게 치환되도록 설계되어 유전자 과발현에 따른 독성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특히 하나의 치료물질로 다양한 돌연변이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것이 기술적 강점이다. 이 기술은 변이의 위치나 형태가 달라도 하나의 동일한 치료물질로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가 다른 유전성 난청 등 다양한 유전 질환 대응에 특히 유리하다.

최근 코스닥에 초격차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상장한 알지노믹스는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상장 이후의 로드맵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플랫폼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여 기존 치료 전략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병들에 대해 혁신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글로벌 유전자 치료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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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올릭스 대표 "계약 후 더 잦은 소통, 딜 이후 A/S 전략"

올릭스는 일라이릴리와 비만 및 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에 대해 약 91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RNAi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동기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를 설득하는 힘으로 기술력 못지않게 철저한 '소통 능력'을 꼽았다. 이 대표는 "빅파마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하루 안에 정리된 의견을 전달하는 초스피드 대응 시스템으로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특히 계약 체결 이후에도 초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딜 후 A/S' 전략은 올릭스만의 차별점이다. 많은 기업이 계약 이후 소홀해지는 것과 달리 올릭스는 수시로 실시간 미팅을 진행하며 파트너사가 직면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파트너사 내부 전문가들의 니즈를 분석해 대안 실험을 먼저 제안하는 적극적인 접근 방식은 이제 올릭스만의 독보적인 사업개발 경쟁력이 됐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술력을 넘어선 철저한 사후 관리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올릭스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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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성윤 에이비온 부사장 "난공불락 클라우딘3 겨냥 성공"

에이비온은 신규 타깃인 클라우딘3(CLDN3)를 겨냥한 항체 기술로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우성윤 부사장은 "클라우딘 계열 항체는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아 글로벌 기업들도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에이비온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항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비온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항체-사이토카인 융합 플랫폼(ACFP) 'ABN202'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임상에서 강력한 면역세포 활성화 효과를 확인하며 기존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준 기술이다. 우 부사장은 주력 파이프라인인 바바메킵과 더불어 신규 플랫폼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이번 계약이 에이비온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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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20조 돌파 운이 아닌 치밀한 전략

연말에도 성과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 16일 오스코텍이 사노피와 117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8일에는 아이엔테라퓨틱스가 75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의 누적 기술수출액은 약 20조억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계약 건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총액이 2배 이상 급증한 이 수치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양적 팽창'의 단계를 지나 확연한 '질적 도약'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앞서 살펴본 기업 전략가들의 치밀한 설계가 있었다. 이들은 '선제적 대응'과 '준비된 기술'을 핵심 무기로 삼았다.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고도의 사업개발 역량으로 풀어낸 기업들이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성과를 주도한 것이다.

올해의 성과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에 증명한 질적 도약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과로 안착시킬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