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 탈모약 급여화' 이슈 재점화에 제약업계는 난색

급여 이후 약가 인하 가능성, 사후 관리 등 '불편' "약가개편 적용 '생태계 개선' 논리에도 맞지 않아"

2025-12-17     이우진 수석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치료제 급여 검토'를 지시하면서 제약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비급여로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급여권으로 편입될 경우 통제 가능한 범주에 포함되는 불편함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약가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내건 '생태계 개선'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검토'를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실절 탈모치료제 급여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여론은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보장 강화가 우선'이라는 반응이 다수였고 결국 이 같은 공약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를 다시 지시했다.

제약업계는 탈모치료제가 급여화될 경우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비급여로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 급여로 편입되면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게 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표적 탈모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성분 제제의 경우 이미 오리지널 대비 40% 수준의 저가 제네릭이 출시된 상태다. 급여화될 경우 최저가 기준으로 약가가 책정되면서 기존 제품들도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에서는 과연 해당 약제가 정말로 급여화가 됐을 경우 품목이 건보로 관리되고 이에 따른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한다. 양성화와 관리를 통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점을 전제해도 각 의료기관마다의 평가 기준 설정과 비급여 풍선 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출처=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재정안정화를 목표로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개편안을 낸 정부가 건보재정을 탈모약 급여화에 쓰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모 병원 필수의학과의 한 교수는 "신종플루가 2009년부터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감 항원 검사의 경우 여전히 비급여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즉 필요한 진료 과정에서의 급여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의학적 중요도가 낮은 탈모치료제를 급여화 검토하는 것은 중요도가 전도된 것 아니냐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필수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필수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생산에 따른 비용을 보전받고 있는 수준이지, 수익성으로만 보면 약제를 만들 유도요인은 없는데 정작 탈모약은 급여를 검토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국가필수의약품의 가치를 오히려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약가개편을 지난 2012년 일괄약가 인하와는 달리 '생태계 개선'의 일환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아낀 재정을 결국 또다른 제네릭에 투자하는 등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모 제약업계 관계자는 "면역 등 희귀질환성으로 인한 탈모 등에서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일부 다국적사가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들 약제의 급여화에 비판을 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제약사에서 약가 개편을 우려하고 있는데 오히려 탈모라는 특정 질환에 편중해 약가를 주겠다는 것이 어떻게 (정부가 말한) 생태계 개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급여화가 됐다고 하면 (탈모약보다) 낮은 약가를 받는 회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탈모약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필수의약품의 가치를 높인다면서 정작 제약사들에게는 탈모약을 만들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