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플랫폼 '도매업 진출'... "원천금지 vs 사후규제" 격돌

16일 여야 의원 주최 긴급간담회 벤처-보건 관계부처 이견도 '팽팽'

2025-12-17     허현아 콘텐츠팀장/기자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차단하는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을 놓고 중기부와 복지부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중기부는 플랫폼기업의 수익모델을 원천 차단하는 '전면 금지' 대신 불공정을 막는 '사후 규제'로 혁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업계 입장을 대변한 반면, 복지부는 플랫폼 주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의약품 유통구조 변화를 경계하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산자중기위),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보건복지위) 등 국회연구단체인 '유니콘팜'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16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닥터나우 방지'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벤처업계 의견을 묻는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왼쪽)과 중기부 심재윤 창업정책과장. 

 

중기부 "불공정 사후규제" 주장에 복지부 "이해상충 차단" 재확인

중소벤처기업부 심재윤 산업정책과장은 이 자리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려는 약사법 개정안 취지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약 배송 등 일부 영역에 논란이 있었지만 닥터나우가 여러가지 서비스를 시도하면서 코로나 시기 국민 편익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합법적인 범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만큼 (보건의료 관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견해는 현행 법의 테두리에서 불공정 행위 등을 규제하되, 비대면 중개플랫폼 기업들의 의약품 도매업과 유통 관련 서비스 개발을 원천 차단하지 말아 달라는 업계 의견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강준혁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약사법 개정과 관련해 "벤처기업의 혁신 자체를 막으려는 법이 아니라 혁신의 기준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플랫폼 중개업체가 도매업을 운영하면 플랫폼이 보유한 도매상으로 의약품 처방·조제를 유인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규제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벤처업계 "도매업 원천봉쇄는 과도"...닥터나우법 전면 재검토 요구

벤처업계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을 제2의 '타다 방지법'(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렌터카 운전자 알선 영업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지칭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지영 코리아스아트업포럼 상임이사는 패널로 참석해 "닥터나우의 도매업 진출은 의약품 공급이 불안한 시기에 '약국 뺑뺑이'를 해소하기 위한 혁신적 시도였다"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막는 치명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이어 "현행 약사법(제47조 제1항 제2호)의 부당거래 처벌 적용 대상에 플랫폼 중개기업을 포함한다면 플랫폼 업체들의 독점적 지위와 불공정 행위 발생 시 시정명령, 허가취소 업무 정지 등 처벌이 가능하다"며 사후 규제 중심의 대안 입법을 건의했다.

이기백 한국벤처케피탈협회 본부장은 "'닥터나우 관련 이슈는 플랫폼 기반 혁신 기업과 전문직역 간 갈등이자, 신구 산업 간 갈등"이라며 "혁신성장 저해하는 과도한 사전 규제가 투자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 상황을 "합법적으로 영위하던 사업을 사후 규제로 금지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이 통과되면 VC들도 비대면 진료사업에 대한 투자를 멈출 것"이라며 "혁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이 독창적 사업모델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기득원의 견제가 들어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준혁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영위하던 사업을 사후 규제로 금지했다는 해석에는 이견이 존재한다"며 "현행법에서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자에게 도매상 허가를 금지한 것처럼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약국 뺑뺑이' 해소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의 도매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3만 개에 가까운 전체 보험의약품 중 닥터나우가 취급하는 품목은 90개 정도로 모든 약국에 대한 재고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며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 과장은 대안으로 "의약품 사용실적을 실시간 수준으로 파익할 수 있는 DUR시스템 데이터를 적법하게 민간에 공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 "원안 통과 막겠다"...본회의 법안심사 난항 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의) 원안 통과는 안 된다"는 강경 기류가 형성돼 법안 최종 심사까지 진통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산자중기위)은 "(플랫폼 중개업체의) 도매업 자체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약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맞다"며 "국회가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고 12월 2일 본회의 상정이 미뤄진 지 14일이 지났는데도 복지부와 중기부가 당정 협의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가 벤처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복지부는 절대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없고 추가적으로 논의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우려된다"며 "복지부가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20명, 30명의 국회의원을 모아 토론을 계속하겠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예산결산위)도 "법률에서 허용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환경에서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며 "약사와 보건의료 분야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도 필요하지만 사전 금지가 아닌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보건복지위)은 "약국 유인, 리베이트 등 플랫폼 종속 우려를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라며 "균형있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