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위기 제약사들 CSO 수수료 경쟁… 업계는 불안불안
연말 매출 당기기+개편전 공격적 움직임 이어져 업계 논리 만드는 시점서 정부 '드라이브' 빌미될까 우려도
11월 28일 정부의 약가 개편 발표 이후 제약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인 가운데 판촉영업자(CSO)를 활용한 수수료 인상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당장 약가 인하 대상이 될 3000개 제품은 연말 매출 극대화를 위해 CSO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한편 비 인하 대상 품목은 2026년 대비 수수료를 미리 높여두는 행태다.
제약산업계는 이같은 행태와 관련해 자칫 정부의 무리한 약가 인하에 정당성을 제공하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업계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한 제약사는 신규 처방분 수수료를 100%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업계에서 CSO 대상 수수료를 매우 높게 지급하는 회사 중 한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CSO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올해 실적 확보는 물론 내년 7월부터 기 등재 품목의 약가가 인하되기 전 매출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연말 수수료 경쟁은 CSO를 통해 4분기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일반적 패턴이긴 하다.
국내 또다른 제약사는 2026년 중점품목을 정해 수수료를 높이겠다는 공지를 영업 현장에 전달했다. 이같은 패턴도 연말연시 왕왕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 10여개에는 자사 주요 품목 뿐만 아니라 2026년 하반기 제네릭 개편에서 당장의 약가 인하를 피하는 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당장 인하 대상이 되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해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약가 개편안에서 국내 제약사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단연 제네릭 약가 인하다. 보건복지부는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0%대로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12년 계단식 약가인하 이후 13년간 53.55%를 유지해온 약 3000개 제품을 인하하기고 했다. 이를 위해 2026년 하반기부터 인하를 시작해 2029년까지 품목별로 제네릭 전체에 단계적 조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전체 건강보험 등재 약제 약 2만1000개 수급 안정이 필요한 약제와 더불어 새로 등재돼 일괄약가의 적용을 받지 않은 제품도 6달 뒤 영향에서는 조금 자유롭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당장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국내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상황이야 알지만 현재까지 연말 수수료를 높여줄테니 더 팔라는 판촉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먼 이야기이니까 일단은 연말 실적을 올리기 위한 영업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제품의 수수료 인상은 상반기 매출 확보를 위한 사전 투자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인하 압박이 없는 제품군에 지금 수수료를 높여두면 내년 상반기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의 현금흐름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업계 내 수수료 과잉경쟁이 정부에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빌미를 줄까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약가 인하 직전까지 제약사들이 CSO 수수료를 올려가며 판촉하는 것을 '약가가 아직도 충분히 높다'는 증거로 오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