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밖으로 못 나오는 K-바이오 딥테크… 성장 왜 막히나
딥테크 창업비율 '최대 비중' 불구, 상업화 연결성 취약 "연구자→기업가 전환 위한 정책 설계 필요"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가 딥테크 창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산업 수요와 상업화로의 연결이 취약해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 역량과 인력 기반은 국내 딥테크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지만 임상·인허가 장벽과 낮은 기술 사업화 성공률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딥테크 창업가는 누구인가?' 연구서는 바이오·헬스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이 고학력 인재와 공공 연구 기반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연구실에서 출발한 혁신이 시장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진단했다. 정책 환경이 '창업 촉진'에만 머물러온 탓에 임상·상업화 단계에서의 지원 공백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딥테크 최대 비중에도 '사업화 허들' 여전
이번 연구를 담당한 정태현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이오·헬스를 딥테크 창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3년부터 3년간 선정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에 해당하는 604개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중(131개)을 차지했고, 이들 기업의 박사급 창업자 비율(81.7%) 역시 전체 평균(61.6%)을 크게 웃돌았다. 바이오·헬스 기술 상당수가 대학 및 출연연의 기초 연구성과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는 설명이다.
다만 상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는 분석이다. 임상시험, 규제 승인 등 단계별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며 시간과 자본 소모가 타 산업 대비 확연히 크기 때문이다. 연구서는 "기술 우수성만으로는 사업화가 어려운 산업 특성 때문에 후속 투자 난이도가 높고 성장 정체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력의 경우 의학·생명과학 전공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서는 이를 두고 디지털·엔지니어링 기반 헬스케어 융합 혁신이 제한될 수 있다며, 학문 간 균형 잡힌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강한데 시장은 멀다…산업 연계성 부족
연구서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 창업자의 61.6%는 박사 출신으로 인력 수준 자체는 높은 편이나 기업가정신, 사업화 전략, 시장 데이터 분석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항공대·한양대 6개 대학에서 절반 이상이 배출돼 창업 저변 확대도 숙제로 꼽혔다.
연구 인력이 기업가로 전환될 수 있도록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규제·임상 전략 교육과 글로벌 네트워크 접근성 개선을 통해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출연연 기반 창업은 기대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대비 70%, 비용 대비 20% 수준의 성과에 그쳐 실제 산업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연구서는 출연연 연구가 산업 수요와 연계되지 않거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창업 중심→시장 성과 중심 정책 전환 필요"
국내 바이오 딥테크 생태계가 창업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이동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지금까지는 창업 건수 증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임상 단계 진전도와 기술이전 성과, 해외 진출 실적 등 실질적 성과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장기 R&D 투자 여건 마련을 위한 임상·사업화 자금 공급 확대 △기업이 초기 단계부터 규제·인허가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정책 지원 △대기업과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상업화 연결고리 강화 △대학·출연연 기술이전 프로그램 고도화 등이 정책적인 보완점으로 꼽혔다.
연구에서는 "연구자 기반 창업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임상·상업화 전환을 가속화할 정책적 후속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기술 기반 창업을 넘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