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협의 절차 없이 제네릭 산정률 인하 폭 일방 통보한 상황"
개편(안) 보고 상태서는 규제영향분석이 의무 아니라지만 피해규모 파악도, 새 계획 수립도 깜깜한 업계 '불만 증폭'
보건복지부가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제도 개편안을 보고한 후 제약업계 안에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밝혔고 추가 의견 수렴을 계획 중이지만 먼저 제약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11.28' 약가개편에서 기등재 제네릭 약가를 40%대로 인하하는 안을 두고 이 같은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인하하되 2026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업계는 약 45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불만은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미 나온 바 있다. 당시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산업계와 공식적인 협의 절차나 영향 분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정책 방향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제약사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실제 약가인하를 통해 연구개발과 신약이 강조되는 제약업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이번 정책이 실제 구체적이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정책안을 마련하고 이를 관련 산업과 전문가에게 제시해 의견을 수렴한 뒤 충분한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형태가 돼야 하나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없이 정부 보고 전에야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개편안을 먼저 건정심에 '보고'했고 이후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는 방향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업계와 제대로 된 협의 절차 없이 제네릭 산정률 인하 폭을 일방적으로 정한 뒤 통보한 상황"이라며 "2012년 당시 제약업계의 반발 요소를 그대로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향후 미확정된 부분은 제약단체 및 전문가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본 정책 방향이 이미 정해진 후의 보완에 지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진심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기등재약의 인하 움직임이 아쉽지만 정부도 이를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이는 현행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는 중앙행정기관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고시로 발령되는 약가정책도 이론상 이 의무화 대상에 포함된다. 법제처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규제 존속기한 연장 포함)하려면 규제 신설·강화의 필요성, 규제 목적의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영향분석서를 작성해야 하며, 행정예고 기간 동안 규제영향분석서를 공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약가정책은 법령(법률·시행령·시행규칙)뿐 아니라 행정규칙(훈령·예규·고시)으로 시행될 것이기에 규제영향분석 대상이라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최종 확정될 약가개편안은 규제영향분석 의무 대상이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11월 밝힌 개편안은 '보고'다. 정부가 구상하는 개편안을 위원회에 '알린 것'으로 아직 최종 의결이나 고시 발령 단계가 아닌 상태다. 즉 영향분석은 '현재까지'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업계에 끼칠 영향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개편안이 수치적으로는 제약사들에 충격을 줬지만 정작 사업 전략 및 향후 생존 방향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정확한 마음'을 알고 싶다는 뜻이다.
앞서 <히트뉴스>의 취재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이야기를 전했지만 각 품목의 약가 인하폭과 세부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 내년 하반기 이후의 판매 전략을 어떻게 할지조차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정부와 업계가 꾸준히 소통하며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정책의 목적에 업계가 스스로 부합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만들려면 업계의 의견을 조금 더 들었으면 싶지 않느냐는 게 업계 스스로의 말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비대위 차원으로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는 물론 각 회사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최근 별도로 진행하면서 업계 내 중지를 모으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제약사를 파트너로 인식해달라는 발로이기도 하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도 실제 향후 대웅방안을 논의하면서도 정책이 의도하는 바를 좀 더 명확히 알아야 충분히 정부와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이런 차원에서 실제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정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를 통해 실제 정부가 말한 생태계 구축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등을 알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