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모방으론 FDA 승인 한계, 질환·개발단계별 맞춤 전략 필요"

"R&D 비효율 근원은 권위·관행 우선시하는 국내 '조직 문화'" "가속 승인 원한다면 Pre-IND, Surrogate Endpoint Type C 미팅 필수"

2025-12-07     황재선 기자

 히터뷰  이지은 아레테볼로 대표 / 미국 FDA 전 심사관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관문이다. 식품의약국 FDA는 아주 까다로운 수문장이다. 임상개발 진입(IND filing)이나 신약 품목허가(NDA) 심사에서 FDA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히트뉴스>는 FDA서 임상약리ㆍ계량약리 심사관으로 10년간 커리어를 갈고 닦은 이지은 아레테볼로 대표를 만나 효율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듣는다.

① 치열한 토론의 연속, 피와 살이 된 FDA 커리어 10년 
② FDA는 무조건 어렵다? 효율적 신약개발 전략 수립 필요
③ 글로벌 신약개발 지연은 혁신의 부재 탓? 다른 측면 존재 

 

식약처 전문 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하십니다. 민감한 질문인데, 식약처와 FDA 사이의 차이점, 느껴지나요?

"국가의 규모와 제약산업의 저변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FDA와 식약처를 단순히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신약 개발과 관련된 규제 업무에 한정해서 본다면, 가장 큰 차이는 심사관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FDA는 입사 초기부터 이미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채용되지만, 식약처는 신약 개발 단계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입니다. 사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식약처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지원을 받는 기관에 속합니다. 그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심사 인력 확충은 오래된 과제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보다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몇 년 전 식약처가 '규제 역량 강화'를 내세워 5개 대학에 규제과학 프로그램을 신설해 지금까지 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이들이 실제로 식약처의 심사 인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해당 과정이 신약 심사에 필요한 전문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도 유사한 석사 또는 자격증 과정인 'Regulatory Affairs'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주로 제약회사에서 RA(규제 담당) 직무에 국한됩니다. 반면 FDA의 신약 심사는 이런 과정과는 별개로 신약 개발 각 분야의 박사급 전문가들이 맡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의 규제과학 전공자들 역시 대부분 제약사의 RA 직무로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국내 산업이 그만큼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1000여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는 인력 확보뿐 아니라 전문가의 고용과 유지가 오래된 과제입니다. 근무 여건과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FDA도 과거에는 비슷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2년 이전까지만 해도 인력 부족으로 심사 지연에 대한 업계 불만이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와 협의하여 일정 수준의 심사비(user fee)를 받는 대신 심사 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기한을 명확히 설정한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PDUFA(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전문의약품 승인신청자 비용부담법)의 출발점입니다. 현재(2025년 기준) FDA의 심사비는 임상 데이터를 포함한 NDA/BLA 신청의 경우 약 430만달러(약 58억원), 임상 데이터가 없는 경우 220만달러(약 29억원) 수준입니다. IND는 별도의 심사비가 없습니다. FDA는 이 재원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하고, 심사 품질을 유지하는 체계를 정착시켰습니다.

반면 식약처는 이제 막 4억원대의 신약 심사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신약 허가 건수가 20~30건 정도임을 고려하면, 전체 수입은 1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이 예산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인력 강화가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입니다.

현재 식약처가 심사기간 단축과 전문인력 확충을 병행 추진하고 있으니, 이러한 제도 개선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현지 제약 전문가(GPKOL)'로 활동 중이신데, 국내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컨설팅을 알고 싶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5년 8월 28일 서울 성공회의소에서 '2025년 첨단제약바이오 개발 인허가 워크숍'를 개최했다. / 사진=황재선 기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의 인연은 201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재 6년째 GPKOL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자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GPKOL 자문은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1~2시간 내외로 진행하는데, 규제 전략이나 임상개발 전략 등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합니다. 프로토콜 리뷰, 데이터 분석, IND filing 등 보다 심층적인 자문은 GPKOL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기에, 필요한 경우 저희 회사나 신뢰할 만한 CRO를 연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 자문료가 상당해서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GPKOL 사업은 정부가 자문료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취지로 운영되는 만큼,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밀도 있는 자문을 드리려 합니다.

간혹 임상 프로토콜 검토를 요청받는 경우도 있는데, 심층 검토에는 통상 4~5시간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전체 검토보다는 핵심 쟁점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PK/PD나 면역원성 (immunogenicity) 샘플링이나 용량의 적절성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자문을 요청하더라도, 연구의 목표에 비추어 주요 디자인이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가며 논의하게 됩니다.

대체로 컨설팅 회사에 풀패키지로 자문을 의뢰하기 어려운 소규모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GPKOL을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부 주도로 임상 진입 지원 사업과 펀드가 마련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이런 지원책, 기업에 도움이 될까요?

"현 정부가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특히 신약개발 R&D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정책이 한 번 흔들리면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되거든요. 

다만 임상 진입을 지원할 때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R&D 펀드는 피라미드 구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즉, 초기 연구(discovery) 단계에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지원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후기 임상, 특히 임상 3상은 정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사와 협력할 만큼의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자금이 없어서 3상을 못 한다'고 말한다면, 솔직히 그 약물이 약효나 안전성 측면에서 충분히 유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시장성이 뛰어나 기술이전 없이 직접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릴 만큼 유망한 약물이라면 예외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과제의 3상 시험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재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임상시험 지원을 위해서는 초기 단계의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대통령 토론회에서 언급된 펀드도, 해외 진출이나 2상, 3상보다 국내 1상 진입을 지원하는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약물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은,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포함한 임상 1상을 마친 직후입니다. 이 시점을 흔히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고 부르는데, 이 단계의 데이터가 확보되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기술이전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후보물질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전임상 데이터를 꼼꼼히 검토해서, 임상에 진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후보를 고르는 일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독립적인 신약개발 전문가들이 맡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임상시험이라면, 내부에 임상개발 전문가가 없는 기업에는 가능하다면 전략 자문을 병행해서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기 임상시험 지원은 단순히 무상 보조금(grant)을 주는 방식보다는, 민간과 함께 매칭(equity)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가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민간 투자도 활발해지고, 정부 입장에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니까요."

 

FDA 허가를 목표로 한 신약개발 전략을 세울 때 간과해서 절대로

안 될 점은 무엇인가요?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서는 FDA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전히 남의 사례를 그대로 따르려는 관행이 보여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임상시험 설계 역시, 앞서 FDA 승인을 받은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각 질환의 특성과 개발 단계에 맞게 조정돼야 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기존 승인 약물의 유무에 따라 임상 디자인은 완전히 달라져야 하지만, 이 점을 간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신물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어져 온 선례 중심적 접근의 결과로 보입니다. 기존 사례를 따르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 임상에서는 그러한 접근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를 두고 '혁신성의 부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약물의 혁신성을 평가하는 것은 제 역할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임상시험 설계에 필요한 혁신은 결국, 환자 모집의 용이성, 효율적 검증, 비용, 그리고 FDA의 동의 가능성을 고려한 합리적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미투 드럭(me-too drug)을 개발하면서도, 마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약물을 개발하듯 모든 시험을 반복하려 합니다. 그러나 미투(me-too)는 본질적으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전략으로, 성공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속도에 있습니다. 심지어 불필요한 시험을 줄이자고 하면 '우리는 돈이 많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던데, 이런 태도가 바로 R&D 비효율의 근원입니다.

이러한 비효율은 단순한 판단 착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전문가의 조언보다 권위와 관행을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내부의 이견을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분위기에서는 창의적 전략이 싹트기 어렵습니다.

권위주의적 R&D 문화는 결코 조직을 발전시킬 수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조직일수록 내부 전문가를 배제하고, 인사권자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동합니다. 일부 리더들은 내부 전문가보다 '앞서간 회사의 방식'을 더 신뢰하며 그대로 따르라 지시합니다.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이런 문화가 결국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습니다.

건강한 R&D는 인사권자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전문가를 인정하고 협업할 줄 아는 문화에서 자랍니다.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를 완벽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존중하고, 더 나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성장합니다."

 

FDA에 IND를 등록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지원 제도나 심사 트랙이 있을까요?

"FDA는 IND 심사 과정에서 '임상 개시 승인(Study May Proceed)' 또는 '임상보류(Clinical Hold)'를 결정하기 전에 회사와 별도의 회의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다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IR(Information Request)을 발부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임상 개발 전반에 대해 사전에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는 사전 IND(pre-IND) 미팅입니다. 이를 생략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내부의 판단이 외부의 검토를 통해 수정될 가능성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에 pre-IND 미팅을 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개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Pre-IND 미팅은 회사의 의사 결정을 보완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Pre-IND 미팅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거나 거르는 경우, 향후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타깃 환자군, 주요 평가 변수(Endpoint), 시험 설계, 그리고 가속 승인 가능 여부는 반드시 FDA와 사전 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전 검토 없이는, 나중에 전략을 수정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과거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를 미투 전략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행 약물의 임상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FDA와의 회의를 통해 이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회피하는 경향도 있었지요. 그러나 FDA와 검증하는 과정을 회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그런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편의적일 수 있으나, 결국 과제 전체를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추구한다면, Pre-IND 미팅에서 해당 적응증이 가속승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또한 피보탈(Pivotal) 임상에서 사용할 바이오마커가 가속승인을 가능하게 하는 대리 변수(Surrogate Endpoint,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Surrogate Endpoint Type C 미팅'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은 필수적으로 중요합니다."

 

질문에서 혹시 빠진 내용이 있을까요?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요즘 국내 바이오 산업이 오랜 침체를 겪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잘 되는 회사는 과학에 집중하는 회사입니다.

유행이나 단기 성과보다 과학의 본질에 집중할 때, 그 힘이 회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그런 회사들의 리더는 예외 없이 배움과 연구에 꾸준하며, 연구원들을 성장시키는 데 열정적입니다. 

FDA와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FDA는 철저히 과학 기반의 원칙으로 심사를 진행합니다. 남을 따라 하기보다, 자사의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임상 디자인을 설계해야 합니다.

한국 바이오 기업에는 이미 글로벌 수준의 젊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영어 실력도 뛰어나고, 학문적 훈련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이제 이들에게 더 많은 글로벌 경험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국제 학회에 참여시키고, 해외 연구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임원 중심의 학회 참석 관행에서 벗어나, 젊은 연구원들이 직접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들이야말로 회사를 성장으로 이끌 차세대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FDA 심사관들이 참여하는 학회에는 매년 연구원들을 보내십시오. 직접 묻고 배우는 경험이야말로 가장 큰 성장의 기회가 됩니다. FDA와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데이터와 근거로 대화하세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고, 과제의 성공 가능성도 훨씬 높아집니다. FDA를 두려워하지 말고, 개발의 파트너로 활용한다면, 개발의 성공 확률은 분명히 높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