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기대하기 어려운 암' 초기 임상 참여 허들 낮췄다

'표준 치료' 가능해도 근거 제출하면 OK 업계 "국내 혁신 항암제 개발 속도 빨라질 것"

2025-12-04     최선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부터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암 환자들이 혁신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정주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심사과장은 지난달 25일 식약처 출입 전문언론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기존에는 표준치료 과정을 겪어본 말기 환자만 항암제 임상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왔다"며 "그러나 환자들 사이에서는 면역 항암제 등 차세대 치료제들의 임상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이어 "때문에 식약처는 최근 완치가 어려운 치료상황(Non-curative setting)에서 표준치료 옵션이 남아 있어도 환자가 혁신 항암제 임상을 하나의 치료 선택지로 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며 "특히 전이성·진행성 고형암이나 생존이 어려운 혈액암처럼 완치가 어려운 환자들이 새로운 표적 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의 폭을 넑힌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 11월 28일 '비근치적 환경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의 대상자 선정 시 고려사항(민원인 안내서)'을 발간했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 서두에서 "비근치적 환경에서 표준치료가 남아 있는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심사기준을 제시해 혁신 항암제 임상시험 참여 선택의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은 확립된 치료 대안이 없는 암  환자에게 수행된다"며 "다만, 과학적 근거와 타당성이 설명되는 경우, 비근치적 환경에서 기존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를 임상시험 대상자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주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심사과장 브리핑.

특히 식약처는 표준치료가 존재하는 경우와 관련된 임상 참여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식약처는 "표준치료가 존재하는 경우, 적절한 자료를 통해 개발 중인 시험약물의 항종양 활성이 표준치료 대비 동등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먼저 표준치료의 내약성이 낮고 암종의 예후가 좋지 않음이 인정되는 경우 업체는 표준치료의 내약성이 낮고 효과가 제한적임을 객관적 자료를 통하여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시험약물을 표준치료와 병용투여하는 경우에업체는 병용요법 설계의 근거 자료(비임상 효력시험 결과, 기존 임상·문헌 분석 등)를 제출해야 한다.  

시험약물을 표준치료 없이 단독투여를 계획할 경우 시험약물의 동일 암종에 대한 선행 임상시험 결과에서 예비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시험약물의 비임상 효력시험 결과와 타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에서 항종양 활성 또는 시험약물의 비임상 효력시험 결과에서 항종양 활성 등의 입증도 과학적 근거 제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 작업은 식약처와 업계가 참여하는 민관 소통 창구인 '코러스(CHORUS, CHannel On Regulatory Submission & Review) 협의체'에서 업계가 제기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코러스 협의체 논의에 참여한 현복진 한독 상무(임상 담당)는 "글로벌 항암제 임상에서 한국은 '표준요법 모두 실패한 환자만' 넣을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사이트 오픈이 지연되거나 플랫폼·엄브렐라 디자인과 같은 적응형 임상(adaptive clinical trial)에서 아예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 상무는 "최근 항암제 개발 패러다임은 1상 단계에서부터 여러 암종과 여러 병용요법을 동시에 탐색하는 플랫폼·엄브렐라 디자인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식약처의 이번 제도 변화로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말기에 가까운 환자만이 아니라, 완치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상황에서 더 일찍 임상시험을 실제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는 측면에서 제약사들의 차세대 항암제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고 평가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기준 변경이 연구자 주도 임상과 소아암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전했다.

정주연 임상심사과장은 "연구자 주도 임상이든 스폰서 임상이든 심사 기준은 같다"며 "소아암은 소아를 대상으로, 성인·소아 공통 암종은 성인 데이터를 먼저 확보한 뒤 소아로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질환 특성과 기존 데이터에 따라 사례별로 판단하되 기본 원칙은 이번 지침과 같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환자에게 표준치료와 임상시험의 의미·이득·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기준은 과학적·윤리적 근거를 전제로 한 선택지 확대일 뿐, 표준치료보다 임상을 우선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