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약가 재평가 피했더니 제도개선으로 약가인하 되나"

정부, 오리지널 53.55% 산정가 수준 약제부터 약가 인하 착수 업계, 중소제약 생존력 시험...공급망·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2025-12-02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선안을 통해 기등재 의약품의 상한금액 인하 방침을 내놓자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피했더니 결국 제도개선을 명분으로 약가가 인하되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제도 개선안을 보고했다. 개선안에는 제네릭 의약품 산정률 인하와 기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 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된다. 또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10개 이상 제품이 등재될 경우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전이 적용된다.

기등재약도 40%대로 약가가 인하된다. 지난 2012년 약가 일괄인하 이후 별도의 조정 없이 최초 산정가(53.55%) 수준에서 유지된 약제부터다. 현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53.55~50% 수준인 약제는 약 3000품목, 50~45% 구간은 1500품목으로 이들 품목의 상한금액을 내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40%대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기등재약의 상한금액이 40%대로 내려가면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피한 대신 제도개선을 통해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2019년 5월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처음 예고된 이후 2024년 2월 ‘제2차 종합계획’에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해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했다. 보고서는 A8 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의 위장관계·당뇨·고혈압·고지혈증·항생제 등 5개 효능군 의약품을 국내와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제 가격은 대부분의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었으며 특히 고지혈증 치료제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국내 가격의 절반 이하였다. 영국은 국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등재 10년 후 가격 인하 폭도 미국 제네릭은 등재가의 약 32%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국내 제네릭은 78.75% 수준으로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추진은 제약산업을 위축시키다는 우려에 부딪혀 미뤄졌고, 결과적으로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약가 인하가 시행되는 상황이 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기등재약의 가격을 더 낮추면 R&D와 인력 유지를 위한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약개발 속도 저하, 설비 투자 위축,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40%대 약가인하, 기존 가산폐지, 계단식 10개 등 모든 것이 업계에 가혹한 것 같다. 중소제약 생존력을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제네릭이 보험재정이나 국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네릭 사업이 무너지면 의약품 가격을 컨트롤할 수 없어질 수 있다. 해당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산업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신규 등재 품목부터 적용하되, 10년 이상 과도한 이익을 확보한 품목을 우선 조정할 것"이라며 "지난 13년간 손대지 않았던 약가 수준이 해외에 비해 높은 점을 조정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