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으로 영역 넓힌 엔트레스토, 혈압 조절·장기 보호 한 번에"

히터뷰 |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 중국고혈압학회 왕지광 회장 "고혈압, 혈압 조절 외에 심혈관계·신장 등 장기 손상 예방 중요" "발사르탄·네프릴리신 이중작용 '엔트레스토', CKM 증후군 환자에 최적"

2025-11-25     황재선 기자

고혈압 치료에서 단순히 혈압 수치 조절률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심혈관 예후 개선과 장기 보호 효과도 함께 강조돼야 한다는 한국과 중국의 의료계 목소리가 공유됐다. 

흔히 고혈압은 혈압을 정상 범위로 낮추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될수록 심장, 뇌, 망막, 신장, 동맥 혈관 등 다양한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고, 이러한 손상은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뇌졸중, 기타 심혈관질환, 신기능 저하 또는 말기 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유럽심장학회(ESC)는 목표 혈압 강화와 함께 심혈관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가 필요하다고 2024년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른 대안 중 하나가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다. ARNI는 심부전 1차 표준치료제로 사용돼 오던 약제로, 심혈관계에 이로운 NP 신경 호르몬은 활성화하고 심혈관계에 해로운 RAAS는 억제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통해 심장의 신경 호르몬계에 작용하는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ARNI 대표 제품인 '엔트레스토(성분 사쿠비트릴+발사르탄)'는 지난 7월 국내 시장에서 고혈압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고혈압 치료에 있어 엔트레스토의 임상적 혜택을 조명하기 위한 세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히트뉴스는 지난 11월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연자로 참석한 중국고혈압학회 왕지광 회장(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루이진병원 고혈압과 과장)과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한양대병원 내과 교수)을 만나, 최근 고혈압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그 대안으로서 엔트레스토의 임상적 혜택 그리고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 중국고혈압학회 왕지광 회장

 

엔트레스토가 심부전을 넘어 고혈압에도 허가됐는데, 치료 환경 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신진호 교수(이하 신) = "치료적인 관점에서는 두 가지의 주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ARNI와 같은 심부전 약물 치료 방법이 개발되면서 SGLT-2 억제제 등 기존 이뇨제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로 최근 대부분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 조절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한가지 이상의 약리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는 약제를 고정 병합 형태로 고혈압의 첫 치료로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엔트레스토는 나트륨 배출 기능을 포함한 기전을 통해 심부전 치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만큼, 상위 단계(Upstream)인 고혈압에서 예방적 관점으로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고혈압 제제들이 충족하지 못한 미충족 수요는 무엇이며, 엔트레스토가 이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나요?

한국노바티스 엔트레스토 제품

왕지광 교수(이하 왕) = "ACE 억제제와 ARB 계열의 전통적인 약제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먼저, ACEi와 ARB는 혈압 강하 효과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 CCB(칼슘채널차단제)와 이뇨제는 혈압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지만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일반적으로 ACEi 또는 ARB를 CCB나 이뇨제와 병용해 혈압 강하 효과를 확보하면서 혈관벽을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ARNI는 단독으로 사용해도 충분한 혈압 강하 효과를 제공하고, 동시에 혈관과 표적 장기 보호 효과를 갖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CCB나 TZD(티아지드) 이뇨제와 함께 결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장기가 손상되는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엔트레스토의 적응증 확대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트레스토는 어떤 작용기전인가요?

ARNI의 작용기전

왕 = "ARNI는 혈관과 장기를 보호함에 있어 굉장히 강력한 효과와 명확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 교수님이 좀 전에 말씀하셨듯 소혈관이나 대혈관에 손상이 일어날 경우, ARNI를 사용한다면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 기전을 통해서 손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뇌혈관을 예로 든다면, 내피 손상, 동맥의 죽상화 등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네프릴리신 성분은 ANP, BNP 등 나트륨이뇨펩타이드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그 작용을 강화합니다. 이를 통해 나트륨 배출이 촉진되고, 전체적인 체내 보유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ARNI는 신경 내분비 조절 역할로서 효과적으로 교감신경을 억제함과 동시에 알도스테론의 합성 및 분비를 억제합니다. 이렇게 신경 내분비를 조절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혈관의 건강을 보존할 수 있게 되고, 소혈관부터 대혈관까지 보호가 가능해집니다. 조직 차원에서 본다면 심근, 그리고 혈관벽, 또 신장 조직의 섬유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즉, 혈관벽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장기 조직에 있어 심장, 뇌, 그리고 신장까지도 보호하는 이중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엔트레스토의 장점으로 장기 보호 효과를 꼽았는데, 어떤 작용 기전에 따른 것인가요?

신 = "고혈압은 아주 크기가 작은 소혈관들의 지속적인 수축,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형태학적인 변화, 또 그것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섬유화 등을 발생시켜 병변의 진행에 영향을 줍니다. 

RAAS 시스템의 활성화 등 전신적인 시스템의 영향으로 이 과정이 촉진되면 직접적으로 혈관이 손상되거나,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혈관 수준에서 이런 변화들이 나타나지만, 임상 단계에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단계에 다다르면, 점점 큰 혈관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뇌혈관이나, 심장 등 개별 장기 자체의 기능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부터 혈압을 낮춰주는 것 외에도 비가역적인 손상에 관심을 많이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ARNI와 같은 다방면에서의 손상을 차단해 줄 수 있는 약제들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고, 또 전망이 더 밝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중·일 국가에서 엔트레스토의 사용 범위에 차이가 존재하나요?

왕 = "엔트레스토는 유럽에서 심부전을 대상으로 먼저 허가됐습니다. 추후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한 고혈압 대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했고, 중국과 일본은 고혈압 적응증이 한국보다 먼저 허가됐습니다. 그러나 두 국가의 적응증 범위는 다소 상이합니다. 

중국에서는 엔트레스토가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는 목표 아래 1차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2024년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ARNI를 1차 선택 약제로 권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1차 선택 약제가 아닌 2차 약제로서 CCB 혹은 티아지드 이뇨제와 결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는 ACEi나 ARB를 사용하다가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 사용하는 등 주로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고혈압 혹은 조절이 안되는 고혈압에 사용하도록 되고 있는 것입니다."

신 = "한국에서는 허가 사항 자체는 고혈압 임상시험 디자인과 동일하게 1차 치료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돼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급여기준이 설정되는 범위에 따라 사용되기 때문에, 향후 어느 정도까지 비용 효과적인 부분을 협의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잘 협의된다면 일본 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엔트레스토의 고혈압 임상 중 어떤 연구에 주목하시나요? 

왕 = "엔트레스토의 단독 사용 연구 결과를 보면, 기존의 ARB나 ACEi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는 가격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ARNI가 가지는 강점과 우위가 있습니다. 

그건 엔트레스토와 CCB의 병합 사용 연구에서도 마찬로, 가격이 동일하다면 ARB나 ACEi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아닌 ARNI를 CCB와 병합하는 치료가 우위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 고혈압 환자에 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조절이 잘 안되는 난치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ARB나 ACEi를 우선 사용하지 않고 ARNI를 1차 선택지로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엔트레스토가 2021년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이미 난치성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돼 왔습니다. 그 외에 심부전, 만성 신부전, 그리고 당뇨병, 관상동맥 문제, 그 외에도 좌심실 비대증 등 이러한 장기 손상에 대해서도 치료와 예방에 있어서 ARNI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ARNI 사용이 권고되지 않습니다.

신 = "우리나라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기본 스탠스는 1A등급 권고 적응증을 설정함에 있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한고혈압학회의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엔트레스토가 1A 등급을 획득하려면 추가 임상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다른 국가의 진료 지침의 권고 경향성을 봤을 때 우리나라 또한 ARNI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아,  강한 수준의 권고보다는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ARNI가 어떤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일까요?

왕 = "첫번째로는 혈압을 목표치까지 조절하지 못하는, 혈압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예를 들어 신장에 단백뇨가 있다던가, 혹은 신장 질환이 이미 중말기에 도달한 환자, 심장 질환에 있어서도 좌심실 비대 단계를 넘어서서 중말기로 간 환자들에게 엔트레스토 사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엔트레스토는 혈압을 강하할뿐 아니라 장기 손상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고 그런 상황들을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관련된 임상 연구 또는 임상에서의 적용 증례 등을 통해서 엔트레스토를 사용했을 경우 단기간 내에 신장 질환, 예를 들어 단백뇨나 신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본 사례들이 있습니다."

신 = "ARNI는 단순한 고혈압 환자보다는 심혈관-신장-대사 질환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CKM(심혈관-신장-대사) 증후군 환자가 우선적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이 타 약제와 엔트레스토 간 차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고혈압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왕 = "고혈압 환자는 중국에만 약 3억명, 전 세계적으로는 10억명에 달합니다. 그만큼 이들의 혈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겁니다. 저는 그 대안으로 의대 내에 고혈압 전문 학과를 설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선 우수한 인력을 다수 배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의료인들의 치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어떤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일 것입니다. 지난 5년간 ARNI의 등장으로 중국은 하나의 시작 단계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향후 10년간 더 많은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약물들이 또 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들을 활용해 새로운 복합 제제를 개발하게 된다면 많은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을 정상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고혈압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신 = "우리나라는 고혈압 의료진의 열정과 노력으로 고혈압 조절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로 조절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국내 의료진의 목표는 젊은 사람들과 고위험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고혈압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고위험 환자들은 여러가지 난치성 합병 케이스들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의료진들은 고혈압을 이야기할 때는 혈압 조절을 안 하면 사망할 수 있다, 쓰러져서 불구가 될 수 있다, 심근경색으로 고생할 거다 등의 메시지를 메인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굉장히 먼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고혈압을 설명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혈관 손상, 조직 손상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무증상이어도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은 위험성만 극대화한 메시지가 아닌 하나의 합리적인 생물학적 과정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게끔 외형을 개선시켜서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ARNI와 같은 약제, 조직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요법 등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많이 보급돼야 우리나라 환자들의 고혈압 조절을 위한 하나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