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4년 만에 최대치 회복… "한국을 바삐 찾는 빅파마"

플랫폼·제형기술 중심으로 체력 강화…K-바이오 다음 성장축은? 한미약품·디앤디파마텍 등 비만치료제 임상 결과도 주목

2025-11-22     김선경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코로나19 특수기였던 2021년의 성과를 넘어서며 뚜렷한 회복국면에 진입했다. 특허 절벽을 두고 크게 늘어난 글로벌 제약사의 외부 기술 확보 수요와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역량 강화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 거래에서 플랫폼 기반 기술 거래로 이동하는 변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이 최근 발간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기술수출 누적액은 121억 달러(약 16조9400억원)로 2021년의 115억 달러(약 16조10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47억 달러(약 6조4390억원)에 그쳤던 거래액이 불과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이 7건으로 집계되며 연간 기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2021년 정점 회복…4년 만의 턴어라운드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국내 기술수출은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과 2023년 연달아 위축기를 거쳤다. 2022년 에이비엘바이오·리가켐바이오가 각각 사노피와 암젠으로부터 초대형 계약을 따냈고, 2023년에도 종근당·리가켐바이오·오름테라퓨틱 등이 굵직한 거래를 이어갔지만 전체 규모는 60억 달러 초반대에 머물렀다. 이어 지난해에는 전체 기술거래 규모가 47억 달러로 더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에임드바이오, 올릭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 여러 기업이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규모의 거래를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시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세 가지 파이프라인에 대해 13억5000만 달러(약 1조8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에 이어 일라이 릴리와 각각 28억4600만 달러(약 3조9840억원), 26억200만 달러(약 3조6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전체 기술수출 규모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올릭스의 RNA 간섭 기술, 에임드바이오의 ADC 기술 역시 존재감을 키웠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제약 지수가 1만3000선에 도달한 배경을 '기술 기반 체력 회복'으로 해석했다. 기술 이전 건수와 금액이 모두 증가했고, 플랫폼 중심으로 거래의 질도 상향되면서 시장의 기본 체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빅파마, 플랫폼 갖춘 국내 기술에 '주목'

기술수출의 무게 중심이 플랫폼으로 이동한 점은 이번 회복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 빅파마와 계약을 체결한 기업 가운데 한미약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코스닥 바이오텍이었고, 이들은 BBB 투과, ADC 링커, 제형 전환, siRNA 등 고유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협상을 이끌어냈다.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특허 절벽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빅파마는 단일 파이프라인보다 성공 확률이 높고 원가 절감에도 기여하는 플랫폼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중항체, ADC, RNA 치료제, 제형 전환 기술 등 차세대 모달리티가 빅파마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고,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이 시선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내년에도 기술수출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한미약품의 MASH 치료제, 디앤디파마텍의 경구 GLP-1, 알테오젠의 ADC-SC 제형 등 주요 기업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통 제약사와 코스피 대형사는 확실한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고, 바이오텍과 파트너십을 통해 신속한 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