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아동 절반이 지방간... "위고비, 합병증 동반 청소년에 효과"

히터뷰 | 다니엘 베그후버 'STEP TEENS' 연구 저자·이기형 성장내분비센터 교수 "개인 의지 아닌 치료 필요한 질환 인식 제고 필요"

2025-11-17     방혜림 기자

지난 2010년대 초반 10~11%에 불과하던 국내 비만 유병률이 코로나19를 거쳐 15~16%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고도 비만 아동의 비율과 2형 당뇨병 등 비만 관련 대사 합병증도 늘어났다.

청소년 비만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BMI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같은 연령대에서 85 백분위수 이상이면 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오는 2035년까지 비만 및 과체중인 소아청소년 인구가 약 3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체중 단계부터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위고비프리필드펜(성분 세마글루티드)'이 국내에서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허가 적응증은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이다.

히트뉴스는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 'STEP TEENS' 연구의 제1저자인 다니엘 베그후버 파라켈수스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이기형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성장내분비센터 교수를 만나 청소년 비만 현황과 위고비의 임상적 효과를 들었다.

(왼쪽부터) 다니엘 베그후버 교수, 이기형 교수

국내에서는 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에 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청소년 비만이 성인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기형 교수 = "소아 비만은 청소년 비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소아 비만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1%에 그치지만 비만이 심해질수록 비율은 높아진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도 비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당뇨병 유병률은 각각 2.4%·3%에 달한다.

고혈압의 경우 중등도 비만 중학생에서 10%, 고도 비만 중학생에서 18%, 고도 비만 고등학생에서 27%로 보고된다.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이미 소아 단계부터 생기고 특히 지방간은 고도 비만 아동의 50% 이상에서 나타난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도 정상 체중 아동보다 비만 아동에서 7배 더 높기 때문에 비만을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STEP TEENS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하셨다.
연구에서 입증한 위고비의 임상적 가치는 무엇인가?

베그후버 교수

베그후버 교수 = "STEP TEENS 연구에서 위고비 사용 환자군의 BMI 감소율은 평균 16~17%였다. 이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1~3% 개선되는 것과 대비했을 때 우수한 결과다.

또한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함으로써 비만 아동이 성인이 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낮췄다. BMI를 기준치보다 약 4배 더 감소시켰고 인슐린 저항성도 50% 감소하는 등 대사적 개선을 입증했다.

심혈관계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 점을 고려할 때 성인 시점에 겪을 수 있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가능성을 보인 결과다.

비만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평균 허리둘레가 10cm 이상 감소하는 등 신체적 변화를 스스로 체감하면서 정서적·심리적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이 2차 성징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의견이 궁금하다.

또 위고비가 어떤 환자군에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하나.

베그후버 교수 = "위고비 투여군과 대조군 간 성장 지표나 2차 성징 발달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연구는 평균 체중 107.5kg의 심각한 고도비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미 성인과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성장이나 2차 성징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기형 교수 = "위고비는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 연령대 대부분이면 이미 성장 발달이 완료된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

베그후버, 이기형 교수 = "위고비는 주1회 투여라는 편의성이 있다. 국내 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기에 수월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식이 조절과 신체 활동 개선 노력에도 체중 감량에 실패한 청소년과 당뇨병 등 대사 합병증을 동반한 고도 비만 청소년에서 많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에서 소아 비만 국가책임제가 논의되고 있다.
어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기형 교수 = "국가책임제가 논의되는 것부터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포괄적 정책과 중증 비만 환자를 위한 개별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 측면에서는 정기적 건강검진을 확대해 기존 일부 학년에만 시행되는 건강검진을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치료 측면에서는 영양상담이나 운동 교육 등 적정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서 충분한 진료가 어렵다.

비만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완화와 치료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①학교 주변 이정 반경 내 정크푸드 판매 제한 등 식생활 환경 개선 ②보건 교사를 통한 체계적인 보건 교육 및 학교 중심 개입 강화 ③소아청소년 비만 관련 정책의 지속성 확보 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