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드는 치료비와 정책 단절... 첨단재생의료 환자 접근성 막아"
14일, '첨단재생의료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 입법과제' 토론회 첨단재생의료 2000억원 투입되지만 기술 편중...임상 단계 비중 키워야 전문가들 "환자 중심 정책 설계- 실행력 강화" 한 목소리
첨단재생의료 분야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예산 확대와 규제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환자 치료 접근성'이라는 중요한 문턱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족한 임상 투자와 비급여로 인한 경제적 장벽, 부처 간 정책 단절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14일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첨단재생의료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 입법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현·김영배·이개호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 위주의 예산 편중 △정부부처 간 역할 단절 △비급여로 인한 경제적 부담 △환자-정부 간 소통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 △정경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세포치료전략연구단 단장 △김정훈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안과 교수 △우명순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기초조정과 과장 △남혁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바이오기술과 과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 사무관 △이준미 보건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 과장 △임상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 팀장 △황유경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교육위원장 △허현아 히트뉴스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예산 늘었지만…"기술 개발 중심, 임상 단계는 여전히 취약"
우명순 과학기술혁신본부 과장은 최근 4년간 약 7500억원이 첨단재생의료 분야에 투입됐으며 내년에도 2000억원 이상이 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다섯 개 출연연의 일곱 개 전략연구단에 약 350억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 투입될 계획"이라며 유전자·세포치료 관련 기반 투자 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예산 구조가 기술 개발 단계에 편중돼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우 과장은 "R&D 예산의 70% 이상이 기술 개발 단계에 집중되고, 비임상·임상 단계로 갈수록 지원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개발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비임상 단계에 더 신경을 쓰겠다"며 "기존 500억원대에서 책정돼 온 연구개발 예산이 유연해질 예정"이라고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통해 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방향도 언급됐다. 그는 "재원이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지만 과기정통부·복지부·기재부가 함께 협의해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남혁모 과기정통부 과장은 부처 간 역할 분절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과기정통부는 기초·원천, 복지부는 임상, 산업부는 생산만 담당하다 보니 연계가 잘 안 됐다"며 "범부처 사업단 형태를 도입해 기초부터 생산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실증 플랫폼 예산이 상임위를 통과했고 예결위 심의 중"이라며 심의 통과 시 충실한 이행을 약속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사무관도 "바이오 기술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크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바이오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필요한 곳에 알맞은 예산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첨단재생의료 종착역은 제품화"...임상-플랫폼 기술 뒷받침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를 위한 산업의 역할과 정책 지원 필요성도 언급됐다.
임상우 식약처 팀장은 "첨단재생의료의 최종 종착점은 보편타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과 제품화"라며 "첨단기술이 신속히 제품화돼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식약처의 역할인 만큼, 제품화 지원이 가장 큰 화두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 팀장은 "2024년 2월 '식약품 등의 안전 및 제품화 지원에 관한 규제과학 혁신법'이 시행됐다. 국가 R&D 사업에 대해서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에 필요한 평가 기준·방법·요건을 진단하고 규제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국가 R&D 규제 정합성 검토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규제로 포섭되지 않는 기술의 경우 평가 체계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 필요성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식약처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황유경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위원장(CTX 대표)은 제품화 전 단계에서 임상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제품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임상연구가 곧 치료로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재생의료기술을 실제 투여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연구자들은 비임상·허가 등 여러 단계에서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요소기술 제공하고 인허가 대응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숙 생명공학연구원 단장은 "첨단재생의료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중심이어서 대량생산으로 많은 화자들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소품종 생산이 불가피해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기초연구부터 개발·임상·허가까지 제약바이오기업이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할 경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며 “출연연구기관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고, 보다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유효성을 높이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접근성 막는 '비급여 장벽'과 '소통 창구' 개선해야
환자 접근성을 가장 크게 제한하는 요인은 경제적 부담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준미 보건복지부 과장은 첨단재생의료법이 2020년 도입돼 임상연구 제도가 마련되고 올해 초 치료제도까지 본격적으로 운영됐음에도 정작 환자가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이 과장은 "문제의 핵심은 경제적 접근성이다. 첨단재생의료 치료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상 비급여로 지정돼 수억원이 소요될 수 있는 치료를 환자가 감당할 수 없다"며 "경제적 부담 완화 방안을 새로운 정책 과제로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환자와 정부 간 소통 창구를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허현아 히트뉴스 기자는 "환자, 국민, 산업계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져야 한다"며 "현재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기하거나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일부 채널이 있지만 정책에 깊숙이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의료는 생명윤리, 과학기술, 경제적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현장 요구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진료실에서 환자 부모들이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의 목소리가 더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필요성은 느낀다"며 "환자 단체의 적극적 민원 제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환자 적다고 우선순위 밀리는 현실적 문제 해결을"
청중 질의에서는 소수 환자 질환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원협회 회장은 "희귀질환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배제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더 이상 환자와 가족이 슬퍼하는 현실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 안전검사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논의가 단순한 토론회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토론회 마무리에서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예산, 그리고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규제 두 가지가 중요하다. 환자에게 효율적으로 빠르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모든 중심을 환자에게 둔다면 해결책을 훨씬 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