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아쳐스 "경구용 GLP-1, '약물' 아닌 '플랫폼'으로 승부건다"

히터뷰 | 정진경 대표 다공성 나노입자 기반 DDS로 '주 1회 복용' 경구형 펩타이드 도전

2025-11-11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혁신 신약의 핵심 무대가 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이제 '경구용 GLP-1'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면서 치료제의 경쟁력은 단순 약물의 효능을 넘어 환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전달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경구형 펩타이드 전달 플랫폼을 앞세워 도전장을 낸 바이오 스타트업이 있다.

펩트론에서 글로벌 사업개발을 총괄하던 정진경 대표가 2024년 창업한 바이오아쳐스(BioArchers)다. 회사는 다공성 나노입자를 활용해 약물을 표적에 정밀하게 전달하는 'DDS 기술'을 통해 경구형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바이오아쳐스는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경구용 GLP-1 후보물질 'BACH01'을 공개했다. 다공성 나노입자 기반의 전달 플랫폼을 적용해 기존 경구형 대비 생체이용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정진경 대표는 "경구용 제제의 핵심은 단순히 흡수율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플랫폼으로 구현하여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가의 문제"라며 "펩타이드 서방형 제제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동일하게 경구 DDS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트뉴스는 정진경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과 기술 전략, 그리고 바이오아쳐스가 그리는 경구용 GLP-1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기업명 '바이오아쳐스'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펩트론에서 서방형 DDS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하던 중, 경구형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강한 요구를 확인했습니다. 그때부터 경구 전달기술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를 실현해보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이오아쳐스의 시작이었습니다.

회사명은 궁수(archer)가 정확히 목표를 맞히듯, 우리도 신약개발의 표적을 정밀하게 겨냥하겠다는 뜻입니다. '맞히는 과학'을 하자는 다짐이죠. 현재는 펩타이드·단백질 약물의 경구 전달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장 핫한 GLP-1 시장에 뛰어드셨어요. 

"GLP-1 계열 약물은 원래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전신 대사 조절 기전을 기반으로 지방간심〮혈관질환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지속적인 대사 조절과 질환 개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거죠.

이 같은 확장성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지방간심〮장심〮혈관질환 등으로 임상 개발을 확대하고 있고, 심지어 GLP-1 투여군에서 알츠하이머병, 특정 암종 위험 감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매우 공격적입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글로벌 매출은 2024년 약 45~50조원 수준에서 2030년이면 150~200조원, 장기적으로는 최대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특히 체중 감소 후 유지 단계에서 복약 편의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경구 제형이나 월 1회 제형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GLP-1은 단순한 '비만 치료제'를 넘어 대사질환의 플랫폼 기전(platform mechanism)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이오아쳐스는 이 확장성 있는 시장에서 경구형 펩타이드 DDS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ADA 2025에서 'BACH01'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우리 경구용 GLP-1 제제 'BACH01'의 핵심은 다공성 실리카 기반 나노입자(Mesoporous Silica Nanoparticle, MSN)를 이용해 GLP-1 유사체를 안정적으로 캡슐화하는 DDS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SNAC 기반 경구 제형보다 위산 안정성과 흡수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었죠. 

일부 기존 경구 제제는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위 점막을 일시적으로 손상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접근 방식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 보호막과 지연 방출 구조를 결합해 약물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때 사용하는 다공성 실리카는 사람의 모발, 뼈, 볏짚, 생수에도 포함될 정도로 안정성이 입증된 물질입니다. FDA에서도 진단용 약물 전달 물질로 허가된 바 있습니다.

다만 단순 구조의 실리카만으로는 부족하고, 약물 봉입력과 세포 투과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최적화기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술에 집중해왔습니다. 현재 구조 설계와 안정성, 봉입 기술은 개발을 완료했고, 마지막 흡수 효율 극대화 연구를 마치면 바로 비임상 및 IND(임상 진입) 준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단순 MSN이 아닌 설계 기술이 핵심이라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으로서 성능을 확보하려면 ①특수 구조의 다공성 실리카 ②펩타이드 고효율 봉입 기술 ③세포 투과 촉진 기술 ④강산 조건을 견디는 코팅 기술 등 이 네 가지가 핵심 기술이 통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기초 구조 설계, 안정성확보, 약물 봉입 기술은 완성했고,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합니다. 현재는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종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후 곧바로 임상 진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실제로 예상보다 빠르게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BACH01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경구형 GLP-1 단독형이고, 이어서 개발 중인BACH02는 다른 펩타이드 또는 항체를 적용한 확장형입니다."
 

기술의 차별화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우리 기술의 가장 큰 차별점은 '높은 흡수율'입니다. 대부분의 경구용 펩타이드 제형은 위장관에서 분해되거나, 생체 내 물리적화〮학적 배리어를 통과하지 못해 체내로 흡수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경구 제형 중 상당수가 일시적 흡수 피크에 의존하는 방식이었고, 이 경우 초기 높은 농도로 인한 부작용 위험은 물론 제형 자체의 특성으로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됩니다. 

반면, 우리 플랫폼은 다공성 나노구조체에 약물을 봉입해 물리적으로 보호한 채 안정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높은 봉입율과 투과율, 방출 프로파일 덕분에 혈중 농도를 일정부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기술의 혁식성과 시장의 니즈때문인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파트너링이나 투자를 위한 미팅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경구 전달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 외 경쟁 전략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력 역시 시장 진입의 핵심 요소 입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은 월 약 1000달러 이하로 가격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조 단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절감 구조를 실제로 제형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전략은 '주1회 경구 펩타이드' 모델입니다. 현재 글로벌 경구 GLP-1 의약품 또는 후보물질 대부분은 낮은 생체이용률 때문에 하루 1회 복용 설계를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LP-1 약물 자체의 반감기가 1주일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주 1회 복용도 가능한 구조입니다. 문제는 경구 제형으로 복용 시 대부분의 약물이 위장관에서 분해되거나 흡수되지 못해 사라진다는 점, 즉 생체이용률이 낮다는 데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한계를 다공성 나노구조 기반의 물리적인 경구 전달 플랫폼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생체이용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경구 투여에서도 주 1회 복용이 가능해지고, 이는 복약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큰 경쟁력을 가집니다."

 

경쟁이 치열한 GLP-1 시장에서 바이오아쳐스은 어떤 포지션인가요.

"우리는 단순히 특정 약물 하나를 상용화하는 회사가 아니라 펩타이드단〮백질 계열 약물 전체를 경구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GLP-1은 그 첫 번째 벤치마크를 위한 모델일 뿐이죠. 

2030년 기준 글로벌 GLP-1 시장은 최소 1500억 달러에서 최대 47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중에서도 주 1회와 월 1회 주사형 제제는 여전히 중요한 축을 차지할 것이며 동시에 경구형 GLP-1 펩타이드와 저분자 기반의 비만약도 의미 있는 비중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오아쳐스는 바로 그 경구형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체이용률 확보를 통해 '주 1회 복용이 가능한 경구 펩타이드'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우리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바이오아쳐스의 목표 점유율, 얼마로 잡았나요?

"보수적으로 시장의 약 0.9%만 확보해도 매출로는 약 13억 달러(약 1조890억원), 즉 블록버스터급이에요. 글로벌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정도 점유율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 됩니다. 우리는 이 시장의 '메인 스트림(Mainstream)'에서 경쟁할 계획이에요. 

성장 전략은 희귀질환처럼 허가는 빠를 수 있지만 시장성이 작은 분야보다는, 처음부터 대형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1~2년이 글로벌 경구 GLP-1 경쟁이 결정되는 시기에요. 이 기간 안에 제조 공정 확립, 핵심 데이터 확보, 특허 전략, 글로벌 파트너링 체계 등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 흡수율 연구를 통해 후보물질 도출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비임상 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비임상 및 임상은 글로벌 CRO와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고, 공동개발 형태의 파트너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파마가 보유한 펩타이드와 우리 DDS 플랫폼을 결합해 개발하는 형태죠. 이렇게 하면 초기 타당성만 확인돼도 즉시 공동개발로 전환할 수 있어 속도가 빨라요.

5년 안에 경구용 GLP-1 제제를 임상 2상 단계까지 진입시키고, 동시에 경구형 DDS 기술을 글로벌 파트너십 모델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기술이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만든 플랫폼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