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미제출만으로 약가인하 위법"… 대법원, 복지부 행정처분 제동
에스에스팜, 복지부 상대 약가인하 취소 최종 승소 박정일 변호사 "실질 위반 없는 형식적 제재는 잘못"
대법원이 실질적인 법규 위반이 없음에도 단순히 '서류 미제출'을 이유로 기업에 불이익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에스에스팜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를 확정하면서 행정청의 형식적·중복적 규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복지부가 2020년 6월 30일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 공고에서 약가 유지를 위해 ①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또는 임상시험 입증자료와 ②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 입증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에스에스팜은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복지부는 해당 회사의 9개 품목 상한금액을 기존의 72.25% 수준으로 인하했다.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된 박정일 변호사에 따르면 쟁점은 두 번째 요건인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DMF)'이었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10월 2일 개정한 '원료의약품 등록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은 등록된 원료의약품만을 사용해야 품목허가를 유지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의무화돼 있었다.
때문에 제약사가 합법적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별도의 서류를 요구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가를 낮춘 것은 형식만을 중시한 과도한 행정이라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1심에서 "이미 관계 법령에 따라 원료의약품 등록이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입증 서류를 강제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복지부의 주장은 합리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대법원은 지난 6일 심리불속행으로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하급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행정청의 규제 방식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박정일 변호사는 "실질적인 의무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형식적인 절차나 서류 제출 여부만을 근거로 불이익을 주는 행정 관행에 제동을 건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미 법규에 따라 의무가 강제된 사안에 대해 또 다른 행정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은 기준요건 ②번의 미충족을 이유로 한 약가재평가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