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vs 노보, 엇갈린 3분기 성적표… GLP-1 장사 누가 잘했나

마운자로 매출 109%↑, 젭바운드 184%↑ 당뇨치료제까지 포함하면 릴리 33조원 vs 노보 31조원 '박빙' 노보 노디스크, 인수합병·MASH·경구제 확장으로 반격 준비

2025-11-07     김선경 기자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두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일라이 릴리가 압도적인 성장률과 자신감 있는 미래 전망을 제시하며 GLP-1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안정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릴리와 노보의 비만치료제 분기별 실적 (3분기 평균 환율로 달러 및 원화 계산) / 자료=각 사 실적 공시, 그래픽=김선경 기자

 

릴리, '마운자로'·'젭바운드'로 분기 매출 23조원 돌파

릴리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76억6000만달러(약 23조8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역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IP/GLP-1 이중 작용제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주도하는 핵심 제품 매출은 119억8000만 달러(약 16조1730억원)로 치솟았다.

마운자로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109% 급증한 65억2000만달러(약 8조8000억원)를 기록했으며, 특히 미국 외 지역에서의 매출 상승이 성장을 견인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매출은 35억7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하는 등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입증했다.

릴리는 이 같은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630억달러에서 635억달러 사이로 상향 조정하며 향후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A. 릭스(David A. Ricks) 릴리 회장 겸 CEO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결과 4건을 추가로 확보하여, 올해 안에 비만 치료제 허가 신청을 제출할 수 있게 됐다"며, 경구용 GLP-1 시장에서도 선두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르포글리프론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와의 일대일 임상시험에서 우월성을 입증하는 등 데이터를 확보했다.

 릴리 제품명 및 매출 집계 방식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계열 GLP-1 치료제는 지역별로 제품명이 다릅니다.

ㆍ미국, 일본: 당뇨병 치료제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는 '젭바운드'로 출시

ㆍ한국 및 기타 지역: 당뇨병과 비만 두 적응증 모두 '마운자로'로 출시

따라서 릴리가 공개한 '마운자로'의 전 세계 매출액에는 적응증 구분 없이 해당 제품이 출시된 모든 지역의 당뇨병 및 비만 관련 매출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비만 매출 성장했지만 전망은 '신중'

GLP-1 시장을 개척했던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및 당뇨 관리 부문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지만, 경쟁 심화와 성장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에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및 비만 관리 부문 매출은 CER(환율 변동 제외) 기준 15% 증가한 2157억 덴마크크로네(DKK)(약 35조9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비만 치료 부문 매출은 599억 DKK(약 13조3700억원)으로 CER 기준 41% 증가해 전체 성장을 이끈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그 중 위고비는 3분기 매출만 203억DKK(약 4조5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내년도 매출 성장률을 8%에서 11%사이로 전망하며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마이크 두스타르(Mike Doustdar) 사장 겸 CEO는 "GLP-1 치료제에 대한 성장 기대치 하향 조정을 반영해 가이던스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릴리의 시장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GLP-1 치료제 시장의 성장 속도를 신중하게 예측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성분 세마글루타이드)만으로도 올해 누적 매출액 952억6400만 DKK(약 18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위고비와 합산하면 올해 누적 매출이 31조원에 달해 GLP-1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심화 속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특히 멧세라 인수를 두고 화이자와 치열한 인수 전쟁을 벌이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섰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사인 아케로 테라퓨틱스 인수 및 위고비의 MASH 적응증 FDA 승인 등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3분기 실적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권 전쟁에서 릴리가 우위를 점했으나, 노보 노디스크 역시 경구용 GLP-1 시장 진입을 위한 공격적 인수합병 등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이제 두 회사가 경구용 치료제와 복합 요법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판도를 다시 바꿀 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