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안전상비약·성분명 처방 등 보건 현안 후속조치 예고

[2025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이재명 정부 첫 국감 마무리...현장 과제 실행 단계로

2025-10-31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30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는 현장의 규제 사각과 제도 경직성이 드러난 영역에서 실행 가능한 개선과제들이 대거 테이블에 오른 자리였다. 복지부는 검체검사 고시 개정, 안전상비약 제도 보완, 항생제 내성 대책 고도화, 약가제도와 혁신형 제약기업 기준 재설계, 성분명 처방 단계 도입 등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국회는 제도 개선의 속도와 현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 점검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전날 타결된 관세 협상과 과학기술 협력 양해각서에 대해서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약가제도 개편과 혁신형 제약기업 기준 재정립 어떻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향과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약가 제도 연구용역에 제네릭 약가 인하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률적 인하는 신약 개발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종헌 의원과 정은경 장관(오른쪽)

백 의원은 또 "혁신형 제약기업 본래 취지는 국내 R&D·생산시설 투자 인센티브인데, 공장도 연구실도 없는 다국적 기업의 임상·시판후조사 비용을 국내 R&D로 간주해 인증을 부여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국민 재정으로 해외 본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는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국적사도 국내 실투자·생산·고용을 수행한다면 지원 논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약가 제도 전반 개편안과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정리되는 대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활성화하면 수급 안정과 약제비 효율화 가능"

장종태 의원은 미국·일본 등과 비교한 국내 대체조제율 저조 문제를 지적하며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와 대체조제 활성화를 촉구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성분명 처방과 자동 대체조제를 허용해 제네릭 처방률이 약 90%에 달하고, 일본도 제네릭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 약 요청 시 추가 부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은경 장관과 장종태 의원(오른쪽)

장 의원은 "우리나라 대체조제율은 1.5%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매우 낮다"면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약가 절감, 공급 안정, 소비자 선택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검증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국정과제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필수의약품부터 단계 도입을 검토하고, 수급 불안정 정의와 모니터링 기준을 연구용역으로 정교화한 뒤 의료계와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한약사와 약사 업무범위 명확화에 적극 개입해야" 요구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검체검사 시장에서 위수탁기관 간 개별 계약 관행과 재수탁, 리베이트 의혹 등을 지적하며 위탁 분리지급, 재수탁 제한, 질 관리 강화 등 관련 고시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서 의원은 한약사와 약사의 취급 범위 혼재로 일반의약품 판매, 교차 고용, 마약류 취급 등 현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가 적정성 재평가와 분리청구 방안을 포함해 비용 분석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약사 관련 현안은 "약사회 등과 협의해 업무범위 명확화 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히 해결책을 찾겠다"고 답했다.

10년된 안전상비약 제도 전면 손질

정은경 장관은 "무약촌 해소와 국민 의약품 접근성 제고를 위해 품목 확대, 판매조건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전국 읍·면·동 3306곳 중 약 15%에 약국이 없는 '무약촌'이 존재한다며 "약이 없으면 그대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이 지방소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제도 개편을 촉구한데 따른 답변이다. 

한 의원은 특히 현재 지정된 안전상비약 13개 품목(실제 판매 11개)을 문제 삼으며 "9000여 개 일반의약품 중 고작 20개까지 허용하고, 그중 실제 공급되는 건 11개에 불과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제도가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안전상비약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 대응과 항진균제 신속도입 검토 

정은경 장관이 항생제 내성 대응 체계의 속도를 높이고, 항생제뿐 아니라 항진균제·항바이러스제의 신속 도입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서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이 "카바페넴계 내성균 감염증이 2024년 4만2347건, 사망자는 838명으로 2017년 대비 각각 7.4배, 22.6배 증가하는 등 항생제 내성 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항균제는 경제성 평가가 면제되지만 항진균·항바이러스제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아 국가 대책의 실효성이 단기간에 무너지고 있다. 정책 전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 장관은 범부처 종합계획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 영향을 검토하되 도입 확대 방안을 비교·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병원 기반 항생제 적정사용 시범사업도 평가 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인사채용 논란과 강중구 원장 사퇴압박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박주민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위원 채용 과정의 책임 소재를 질타하며 강중구 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강 원장은 윤리성 검증 미흡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박주민 의원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노력과 과학기술 협력 양해각서 진전을 환영하며 바이오·의료 분야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정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산업 지원 효과가 현장에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