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셉이 띄운 신규 마커 'Nectin-4' ...리가켐-셀트 바통 이어받는다
2024년 파드셉 글로벌 매출 약 15억8000만 달러 리가켐, 넥틴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2026년 글로벌 임상 진입 목표 셀트리온, 1상 임상 진행중 ...2상서 요로상피암 등 효과 암종 대상 진행
'넥틴-4(Nectin-4)'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 파드셉(성분 엔포투맙 베도틴)이 조기부터 전이 단계까지 요로상피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동일 타깃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ADC를 개발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리가켐바이오이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넥틴-4는 세포 연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글로불린 유사 단백질로, 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한다. 이 단백질은 정상 조직에서는 낮거나 중간 정도로 발현되지만, 방광암, 유방암, 췌장암 등 일부 암종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글로벌 종양학회에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요법이 조기(수술전) 또는 말기(전이) 단계 모두에서 기존 표준요법인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기간 연장과 객관적반응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임이 입증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생식기암 분야 연례학술대회(ASCO GU 2025)에서 발표된 EV-302 연구의 29.1개월 장기추적결과에 따르면, 파드셉 병용요법의 OS 중앙값은 33.8개월로 표준요법 15.9개월 대비 2배에 가까운 생존 혜택을 보였다. 파드셉 병용군 중 약 67.5%의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이 나타났으며, 약 1/3에서는 완전 관해(CR)가 관찰되기도 했다.
더불어 이달 독일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파드셉 병용요법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EV-303’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24개월 시점 수술 전후 파드셉 병용요법을 투여한 환자들에서 무사건 생존율은 74.7%로, 대조군 대비 질환 관련 사건 및 사망 발생 위험을 대조군 대비 약 60% 낮췄음을 확인했다.
이들 연구 결과에 힘입어 파드셉의 글로벌 매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022년 7억5000만달러(약 1조710억원)이던 파드셉의 글로벌 매출은 2024년 15억8000만달러(약 2조2560억원)으로 증가했다. 개발사인 아스텔라스는 파드셉의 정점(Peak) 매출이 27~34억달러까지도 다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 중 넥틴-4 타깃 ADC를 개발중인 회사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바이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리가켐바이오, 넥틴테라퓨틱스와 'LN-4305/LN-4311' 공동 개발
리가켐바이오는 항체 개발 바이오기업 ‘넥틴 테라퓨틱스(Nectin Therapeutics)’와 넥틴-4 타깃 ADC인 LN-4305와 LN-4311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두 후보물질은 리가켐바이오가 독자 개발한 ADC 플랫폼인 'ConjuALL'과 넥틴 테라퓨틱스의 면역세포와의 비특이적 상호작용을 억제해 부작용을 감소시킨 항체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각각 서로 다른 페이로드를 가지는데, LN-4305는 엑사테칸(exatecan)을 LN-4311은 모노메틸 아우리스타틴 E(MMAE)가 적용됐다. 파드셉 또한 MMAE를 페이로드로 사용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ESMO 2025에서 해당 물질들을 처음 공개했다. 넥틴 테라퓨틱스가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두 물질은 파드셉 대비 유의미한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 개선이 확인됐다. 또 파드셉 치료 효과가 낮거나 저항을 보인 동물 모델들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래트(Rat) 및 원숭이(Cynomolgus monkey) 전임상 독성 실험에서 LN-4305/LN-4311은 파드세브 대비 10배 이상의 비독성 최고 용량(HNSTD)을 보였다. 고용량에서의 안전성을 입증함에 따라 향후 임상시험에서 타 약제 대비 더 높은 용량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이번 결과가 기존 파드셉의 한계로 꼽혀왔던 피부/신경 독성 등 이상반응 문제를 줄이고, 치료 효과를 개선한 계열 내 최고 약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두 물질이 삼중음성유방암 모델(MDA-MB-468) 및 비소세포폐암 모델(H358)에서 파드셉 대비 높은 효능과 지속적인 억제 효과를 보였다. 향후 파드셉의 허가 적응증인 요로상피암을 넘어 시장 규모가 큰 Nectin-4 고발현 암종으로의 적응증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당사는 넥틴 테라퓨틱스와 공동개발을 통해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 중 글로벌 임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향후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이전에 성공 시 넥틴 테라퓨틱스와 합의된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 국산 페이로드 장착한 K-ADC 'CT-P71' 1상 진행중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 기업 피노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페이로드 'PBX-7016'을 적용한 넥틴-4 ADC 'CT-P71'을 개발하고 있다.
PBX-7016은 캄토테신(Camptothecin) 유래의 신규 토포이소머라아제(TOP1) 저해제로,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를 사멸하고 확산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을 가진다. 회사는 PBX-7016의 낮은 독성 그리고 높은 종양 성장 억제(TGI) 효과에 주목해 계열 내 최고 의약품으로 CT-P71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작년 '월드ADC'에서 CT-P71을 최초 공개했다. 이후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국내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셀트리온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 2025'를 개최해 자사 ADC 파이프라인의 개발 현황과 전략을 공개했다. 당시 회사 측은 CT-P71이 오가노이드 및 이종이식(Xenograft) 모델 내 파드셉 내성군에서도 안정적으로 항암 효과를 지속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1a상에서 적정 용량 탐색, 1b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 고형암 적응증을 선별한 뒤, 추후 2상에서 요로상피암과 동시에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더불어 자사 파이프라인 확장에 있어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중특이적 ADC, 듀얼 페이로드 ADC 등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신규 모달리티를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리가켐바이오보다 먼저 임상 단계에 진입한 만큼, 상용화 가능성을 비춰볼 수 있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 중간 결과가 올해 안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양사 간 개발 전략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계열 내 최고' 타이틀 쟁취를 위한 본격 속도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