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최장수 빅파마 '머크'가 바라본 '제약바이오' 트렌드
머크 엠레 오즈칸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 크리스티안 로이프겐머크 인사·보상 및 직원 관계 헤드 인터뷰 "맞춤 치료로 가는 길, '디지털 의료'와 'AI' 필수적" "회사와 임직원의 '지속가능성', 머크의 핵심 원칙"
[독일 = 황재선 기자] 최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최장수 글로벌 빅파마 ‘머크’가 있다. 회사는 '혁신(Innovation)'과 '환자를 위한 한마음(One for Patients)'을 비전으로 글로벌 제약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는 한국에도 1989년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 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일렉트로닉스 등 사업부로 구성돼 있으며,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성분 세툭시맙)'와 방광암 치료제 '바벤시오(성분 아벨루맙)'를 필두로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머크 350년 역사는 K-제약바이오가 나아가야 할 발자취다. 머크는 사내 시스템뿐만 아니라 당사의 의료 제품 영역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임직원과 동반 성장 그리고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제공하기 위한 복지 체계에 진심이다.
히트뉴스는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머크 본사를 찾아 엠레 오즈칸(Emre Ozcan) 머크 글로벌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머크 글로벌 인사·보상 및 직원 관계(ER) 헤드를 통해 회사의 최장수 비결과 최근 주력하고 있는 AI∙직원복지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들었다.
수원 동탄에 '삼성' 있다면, 독일 다름슈타트에는 '머크'
머크는 166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천사 약국(Engel Pharmacy)에서 출발해 이 도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다름슈타트는 다수의 연구 기관이 포진돼 있는 '과학의 도시'로 꼽힌다. 공과대학(TU 다름슈타트), 응용과학대학(Universities of Applied Sciences), 그리고 ESA(유럽우주국) 산하의 유럽우주운영센터(ESOC)나 EUMETSAT(유럽기상위성기구, European Organisation for the Exploitation of Meteorological Satellites) 등 다수의 연구기관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머크는 다름슈타트에 축구장 약 200개 규모에 달하는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사의 3개 사업부 본사부터 연구, 생산, 교육 시설이 함께 포진해 있다. 말그대로 '머크촌'을 구성하고 있다. 머크는 다름슈타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회사는 현재 부지를 1904년부터 사용했다. 천사 약국을 비롯해 푸처트터룸(Pützerturm) 등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보존 및 보수하고 있으며, 신규 연구·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지난 5년간 약 15억 유로 규모를 투자했다.
머크 다름슈타트 본사에는 100여 개국 출신의 약 1만1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근무하며, 매년 200명 이상의 견습생(Apprentices)이 3년간 교육을 받고 있다. 20여 개의 직무 교육과 11개의 듀얼 스터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설 유지 및 관리에만 약 1400명의 인력을 고용하여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제약 산업에 핵심적인 R&D 시설과 생산 및 포장∙유통 시설부터 원천 운영을 위한 에너지 생산 및 소방 시설까지 부지 내에 갖추고 있다.
회사의 연구동과 이노베이션 센터는 머크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데, 전면 유리 구조, 자연광 유입, 투명한 실험실은 직원 간의 투명한 교류와 소통을 지향하고, 이를 토대로 혁신을 촉진하는 머크의 문화가 투영돼 있다. 또한,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 스마트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불어 연구동에는 신약 탐색의 출발점인 '물질 라이브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100만 종 이상 화합물이 보관돼 있으며, 이는 신약 개발시 새로운 기전을 찾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또 제약 패키징 센터는 8개의 병렬 포장 라인이 설치되어 있어 연중무휴 연간 6억개 이상 블리스터(blister)를 생산한다. 원료 정제부터 압착, 절단, 라벨 부착, 1·2차 포장, 팔레트 적재, 물류 출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 부지 안에 회사의 전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구성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장 인터뷰
엠레 오즈칸 디지털 헬스 및 디바이스 헤드,
크리스티안 로이프겐머크 인사·보상 및 직원 관계 헤드
최근 종양학 분야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머크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엠레 오즈칸(Emre Ozcan, 이하 엠레) = "머크는 향후 의료 패러다임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암 치료만 보더라도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아무리 많은 의료진과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으로만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한국처럼 의료 접근성이 높지만 인구 구조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 측면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암 치료 분야는 점점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고 있으며, 환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환자가 어떤 약물로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지를 정확히 찾아내고, 가능한 한 조기에 진단하며,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효율적이면서도 정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각 개인에게 맞는 약'을 가장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적용하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과 미국의 경우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4시간에 육박합니다. 따라서 이 시간을 단순한 여가를 넘어 건강 관리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삶 속에서 언제든지 원하는 시점에 돌봄과 관리가 가능한 헬스케어의 소비자화가 가능 할 것입니다."
머크는 '약물 중심(around-the-drug)' 솔루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이오마커를 통한 조기 진단이 있는데, 관련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엠레 = "머크는 치료제 개발에 있어 다양한 방법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 중 디지털 헬스와 AI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점차 빈도가 늘고 있습니다. 질병을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사후 치료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치료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걸음걸이의 변화, 눈의 움직임, 타이핑 속도와 패턴의 변화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질환,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고, 이미 질병이 있는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AI를 통한 의료 데이터 통합과 패턴 분석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의료 정보가 축적됩니다. 다만, 그 자체는 흩어져 있는데, 마치 '금광(gold mine)'과 같습니다.
현재 머크는 AI를 활용해 이러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그 안에서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머크는 특히 희귀암 연구 분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웍스(SpringWorks)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단편적인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어떤 환자가 어떤 질환 위험군에 속하는지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활용해 '환자가 실제로 질병의 결과를 겪기 전'에 질병을 찾아내고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의료 시스템이 매우 발전한 국가 중 한 곳입니다. 그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요?
엠레 =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된 전자의무기록(EMR) 및 건강 데이터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제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데이터의 통합과 공유(Data Integration & Sharing)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각 기관이나 분야별로 분리되어 있어 연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의료진이나 보건 전문가 등 실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동기 부여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 시스템은 '진료 건수'나 '진료 시간'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치료 결과'에 기반한 보상은 부족합니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더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 활용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나 보험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기술과 의료의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분야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것은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지만, 의료 시스템은 기업 수준에 비해 뒤쳐지고 있습니다. ‘그 기술이 어떻게 환자와 의사에게 실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행동과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지 못하기에, 데이터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의료진과 환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머크는 실제로 어떻게 치료와 정밀 의료를 연결 짓고 있나요?
엠레 = "머크는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물 자체를 넘어선 통합 치료(Total Therapy)’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약이 환자에게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도구가 디지털 헬스와 AI입니다.
가장 중요한 방향성은 고령화 사회에서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입니다. 한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83~84세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 인구의 의료비 지출은 젊은 층보다 4~5배 많은데, 특히 암 치료는 매우 고가이고 치료 기간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치료의 중심을 병원에서 '가정(home)'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물론 병∙의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병상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크는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 환자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활 습관과 행동 패턴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머크는 '행동 기반 디지털 기술(Behavior-enablement technologies)'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맞춰 복용 알림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의 비효율적인 의료 현장 시스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를 바라보는 시간은 5초도 채 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데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행정적 업무는 AI가 대신할 것입니다."
머크는 저출산∙난임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죠?
크리스티안 로이프겐(Christian Leufgen, 이하 크리스티안) = "머크는 난임 치료제를 보유한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난임 치료 지원 프로그램(Fertility Benefit)’을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머크의 핵심 비즈니스와 맞닿은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입니다.
머크는 해당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원칙 아래 운영하되, 국가별 제도와 문화, 법규에 맞게 조정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직원 관점에서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합니다. 난임 치료는 신체적·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여정이 될 수 있는데, 회사가 이를 지원함으로써 직원이 가정생활과 커리어 모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머크의 ‘배려와 돌봄의 문화(caring culture)’를 상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기업의 관점에서 머크는 난임 치료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만큼 사회에 롤모델을 제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인재들에게 머크가 어떤 가치를 지닌 기업인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처럼 출산율이 낮은 사회에서는 직원들이 가족과 커리어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 내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머크는 난임 치료제 개발을 넘어, 출산과 가족 형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기업 내부에서 실천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국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말씀대로, 임직원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어떤 지원을 제공하나요?
크리스티안 = "난임 치료 지원 제도는 특정 직원 집단을 대상으로 하지만, 머크는 더 넓은 차원에서 성과와 목적에 기반한 '하이 임팩트 컬처(High-Impact Culture)'를 추진하는 동시에 배려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난임 치료 지원을 넘어, 머크는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직원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그 중 하나가 '돌봄 휴가'를 포함한 '필요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Moments that Matter Leave)'입니다.
이 제도는 직원이 가족을 형성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황처럼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머크는 이러한 복지정책 외에도 근무지와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 근무환경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 리더들이 이러한 제도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머크 전 세계 1만여 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리더십 그로스(Leadership Growth)’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엠레 = "이 주제는 저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11살 쌍둥이 아들의 아버지로, 아이들을 시험관 시술(IVF)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스위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시절 스위스는 난임 치료비에 대한 보험 지원이 없었고, 제가 근무하던 회사도 치료비를 보조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터키로 가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뜻깊게 느껴집니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크리스티안 = "머크는 복지를 단순한 제도적 혜택이 아닌, 머크의 조직 문화 여정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머크의 복지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가장 기초에는 각국의 제도에 맞춰 조정된 표준 복지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공공의료 시스템이 강하지만, 미국은 기업이 제공하는 민간보험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머크는 의료보험, 퇴직연금, 피트니스센터 이용, 식사 바우처 등 현지화된 기본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개인 맞춤형 복지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난임 치료 지원과 가족 돌봄휴가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휴가 제도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형 복지에서 소속감과 포용을 중시해, 어떤 직원도 중요한 삶의 순간(출산, 돌봄, 가족의 사별, 사고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역량 개발 측면에서는 디지털과 AI 관련 업스킬링(Upskilling)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AI가 이미 개인의 일상에 익숙한 만큼, 이제는 업무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조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머크는 직원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머크는 직원 역량 발전에 어떤 노력을 쏟나요?
크리스티안 = "머크의 인사 조직은 단순히 성과를 측정하는 기능을 넘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며, 동시에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성장과 학습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머크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십 강화와 조직 역량 강화 두 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리더십 강화를 위해 '글로벌 디벨롭먼트 위크(Global Development Week)'라는 2주간 집중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프트 스킬, 직무별 전문 기술, 비즈니스 역량 등 다양한 주제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이그로스(MyGrowth)'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마이그로스'는 직원이 사내에서 새로운 직무나 프로젝트 기회를 탐색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부 인재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직원은 자신의 근무시간 일부를 다른 부서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한국에 백 년이 넘은 제약사들이 존재하지만, 아직 신약 소식은 드문 상황입니다. 글로벌 최장수 기업으로서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요?
엠레 = "한국은 제약보다 의료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나라입니다.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생산과 개발, 제조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점이 인상적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최고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한국 제약산업이 혁신 신약 개발 쪽으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핵심 자산과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이 이미 보유한 경쟁력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보자면, 첫째로 강력한 디지털 기술력, 둘째로는 인구 건강(Population Health)에 대한 깊은 이해, 셋째로는 정밀 진단 분야의 전문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약물 탐색(Drug Discovery)이나 신약 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면, 한국 제약산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신약 연구개발은 수년의 연구 끝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며,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이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위험 관리, 그리고 강력한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 제약기업들이 이미 신약개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자체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각자 영역에서, 머크의 10년 후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엠레 = "머크는 지난 수년간 AI와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세 가지 핵심 축을 올바르게 구축해 왔으며, 향후 10년은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축은, 모든 머크 직원에게 'AI 마인드셋(AI Mindset)'을 심어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는 AI가 왜 중요한지, 어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상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전 직원이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 AI를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모든 직원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AI를 내부 운영 전반에 심층적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약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개발하며, 공급망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의약품이 언제 어디서든 제때 공급하고자 합니다.
이에 더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고객 가치에 직접 적용하고자 합니다. 환자와 의료 전문가 모두에게 진단, 치료, 추적관리 등 머크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통합해 더 나은 치료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 성공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긴밀하게 고객 및 파트너와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향후 10년은 '협력할 수 있는 자'가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도 됩니다."
크리스티안 = "머크는 가족 기업으로 항상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과 조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주요 화두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머크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경영의 핵심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더 나아가, 머크는 인공지능을 조직의 미래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보고 있으며, 그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는 AI로 인해 사라질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사람들이 AI와 협력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협업이야 말로 앞으로 진정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