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출범 후 9개월…제약 로비 4800억 쏟아져
'미국 우선주의' 압박에 약가·공급망 대응 로비 급증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로비 지출 2배 이상 늘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제약업계의 로비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9개월 동안 바이오·제약 관련 주요 기업과 유관기관 52곳이 총 3억3400만달러(약 4800억원)를 로비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한 수준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로비스트들은 행정부와 의회, 보건당국을 상대로 약가 협상, 의약품 독점권, FDA 인허가 등 주요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올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즉 관세 부과, 제조 리쇼어링, 최혜국 약가제 도입 등이 잇따라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로비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원 로비 공개법 데이터베이스(Senate Lobbying Disclosure Act Database)에 따르면, 미국제약협회(PhRMA)는 올해 9월 말 기준 2949만달러(약 423억원)를 집행하며 가장 많은 로비 자금을 썼다. 미국병원협회(AHA), 화이자, 암젠, 머크 등도 로비 지출 상위권에 올랐다.
제약업계는 올해 340B 저소득층 약가 할인 개편 문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약가 인하 압박 속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약가를 타국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하며 최혜국 약가 인하를 압박했다.
그 결과, 17개 기업 중 11곳이 3분기 로비 지출을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약가 인하에 가장 먼저 합의한 화이자는 3분기에만 270만달러(약 39억원) 이상을 로비에 사용했고, 9월 말 누적 지출액은 1070만달러(약 153억원)로 전년 대비 155% 급증했다. 두 번째로 합의한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3분기에만 140만달러(약 20억원)를 투입하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렸고, 9월 말 누적 로비액은 440만달러(약 63억원)를 넘어섰다. 아직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길리어드의 로비 지출도 같은 기간 36% 증가한 280만달러(약 40억원)로 집계됐다.
한편 미국 생물보안법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중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도 방어에 나섰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각각 올해에만 107만달러(약 15억원), 56만달러(약 8억원) 이상을 로비 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글로벌 제약업계 전반의 로비 활동을 자극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정책 리스크를 완화하고 시장 접근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로비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