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환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기쁜 소식'
특별기고 | 배진건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인간 유전자는 세포 안에서 두 부분으로 나뉘어 존재한다. 일반 세포핵 속 DNA(30억 염기쌍)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받아 교차를 통해 한 사람의 유전형질을 결정한다.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고 불리는 수천의 작은 에너지 공장이 존재한다. 이 미토콘드리아 DNA(mtDNA, 1만6500 염기쌍)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고 모계(母系) 유전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그렇기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의 환자는 대분분 남성이다.
미토콘드리아와 필자의 만남은 우연일까?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기로 정하고 처음 나온 첫 작품이 2017년 6월 2일 메디게이트뉴스에 실린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이다. 유럽의 Mitotech가 2017년 4월 말 발표한 '레버유전시신경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읽고 새로운 LHON 치료제 임상연구를 소개했다.
LHON 병명은 1871년 처음으로 보고한 독일의 안과의사 Theodore Leber의 이름이 붙어졌다. LHON은 주로 이삼십대 남성에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특별한 통증도 동반되지 않아 환자가 알아채기 힘든 질병 중 하나이다. 눈 앞이 흐릿하고 부옇게 변하는 증상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몇 개월 이내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양쪽 시력을 모두 상실한다. 듣기만해도 눈물나는 질병이다.
임상에 사용한 SKQ1은 강력한 항산화제 플라스토퀴논(plastoquinone)에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배달 가능하게 하는 전달물질을 붙여서 미토콘드리아에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저분자 합성물질이었다. 종국은 임상 실패이었다. 현재 LHON의 유일한 치료제는 2015년 9월에 Santhera Pharmaceuticals의 '렉손(Raxone)', 일반명 '이데베논(Idebenone)'이 유럽에서 승인돼 시판되고 있다. 150mg 용량 180 캡슐의 시판 가격이 1200만 원이기에 결코 싸지가 않다. 무엇보다 실명을 더디게는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첫 칼럼 이후 LHON과 필자의 관계는 지속되었다. 2019년 7월 13일 영등포 ‘김안과’에서 두번째로 열린 LHON 환우회 모임에 다녀왔다. 김안과병원은 8층 건물이 상당히 컸고 옆에 같은 크기로 이어서 지은 망막병원까지 개원하면서 일반 안과뿐만 아니라 망막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망막병원 8층 강당을 환우회에서 사용하게 해 그곳에서 모임이 열렸다. 필자의 칼럼을 읽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셨던 아버님들을 거기서 직접 만나기도 하였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환우회 모임에 작년 가을 첫 모임의 30명에 비해 두 배의 환자와 가족들이 모였다. 환자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닐 텐데 환우회모임에 대한 관심이 더 모인 것이다. ‘시각재활과 일본환우회 소식’을 이 모임을 강력히 후원하시는 김안과병원의 김응수 선생이 말씀하시고 ‘환우회 회의 및 친교’에 들어갔다. 오후 5시가 넘게까지 진행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며 눈물의 소식을 공유했다.
이 눈물이 기쁨으로 변화 가능한 기쁜 소식이 들린다. Stealth BioTherapeutics은 지난 9월 19일 폴지니티(Forzinity)에 대한 FDA 승인을 발표하였다[그림 1]. Stealth는 바스 증후군(Barth syndrome)에 승인된 치료제를 시장에 출시한 최초의 기업이 되었다. 폴지니티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중요한 inner memebrane의 지질인 cardiolipin에 붙어서 근육 세포의 세포 에너지를 증진시킨다.
필자는 이 승인은 바이오-신약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는 희귀 유전질환인 바스 증후군부터 심부전, 신경 퇴행성 질환, 대사 증후군과 같은 흔한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폴지니티의 FDA 신속 승인은 미토콘드리아가 인간 질병에서 직접적인 치료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규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Stealth CEO 리니 맥카시는 "이번 연구가 바스 증후군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생체 에너지학 손상이 병리를 유발하는 노화 질환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질병 분야에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하였다. Stealth는 폴지니티를 넘어 이미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와 관련된 다른 질환에 대한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실명의 주요 원인인 건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치료제인 라미프레티드(elamipretide)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10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변이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유전자 가위의 세계적인 석학인 김진수 KAIS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유전자가위 기술이 미토콘드리아 관련 난치 유전질환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포함되었다[그림 2 참조].
김진수 교수는 유명한 과학저널의 하나인 'Cell'에 출간된 논문을 2022년에 필자에게 보내주신 적이 있다. "Targeted A-to-G base editing in human mitochondrial DNA with programmable deaminases" [Cho et al., May 12, 2022, Cell 185, 1764–1776]
유전체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 편집이 가능한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 TALED는 TALE DNA 결합단백질을 활용하여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A) 염기 교정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95개 가운데 90개는 DNA 염기 하나가 변이된 '점 돌연변이'이다. 점 돌연변이를 원래 염기로 교정하면 대부분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LHON,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멜라스(MELAS) 증후군', 발작을 유발하는 심각한 신경 질환인 '리 증후군(Leigh disease)' 등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유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교정 기술을 조정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질병들이 폴지니티에 대한 FDA 승인에 뒤이어 계속해서 승인되어 환자들과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약이 계속 출시되기를 기도한다.
참고문헌
① "레버유전시신경증(LHON) 환자, 볼 수 있는 희망 열렸다"(히트뉴스)
② MEDI:GATE NEWS 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 참석기.
③ MEDI:GATE NEWS LHON환자 아버님들의 애타는 사연
④ MEDI:GATE NEWS :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