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생명과학회사도 없는데 왜 K를 붙이나요?
기고 | 김경호 바이오파트너스 대표
'내쇼날리즘'이란 용어를 현역에서 일할 때 공무원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종종 써먹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당시에도 이 말을 별로 좋아하고 있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긴 그 말은 정부도 내뱉은 말이다. 백신주권이란 말인데, 이는 업계에서 먼저 나온 말이긴 하다. 그럴싸해서 같이, 오히려 정부가 더 열심히 써먹다가 업계의 공격에 주워 담지도 못하는 공무원들을 만나면 자승자박이 된 그들에게 가끔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아무데나 붙이는 K-ㅇㅇ하는 이 말에 낯선 감정을, 때로는 거부감을 느낀다. 전형적인 국뽕으로 매우 천박하고 낯뜨거운 단어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지난 주 열렸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BIOPLUS-INTERPHEX KOREA 2025)는 작년에 이어 매우 실속있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중 예의 K-ㅇㅇ를 습관적으로 쓰는 스피커들이 있었다. 들으면서도 좀 식상하다고 느끼던 중 발생한 에피소드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넘겼을지도 모른다.
'한일간에 open innovation 협력'과 유사한 제목의 세션 좌장을 맡은 이는 일본인이었다. 일본 IPOC(느끼기에는 서울HUB 비슷한)이라는 기구를 소개하며 한국기업이 더 많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다소 기계적인 멘트로 진행을 하고 있었다.
거기 들어가서 연구를 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데이터는 다 일본도 공유하게 되니 일본은 결국 이익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데 잠시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고 있었다. 패널들은 신이 나서 K-팝으로 시작해서 K-푸드, K-방역, K-드라마, 심지어 K제약, K바이오를 찬양하고 있었다.
그의 코멘트가 충격적이었다. 문화적으로 K팝, 미용성형 의료의 K-뷰티 같은 분야는 훌륭한걸 알겠는데 생명과학 분야에서 한국기업중 글로벌 생명과학, 제약회사는 잘 못듣는게 현실아니냐는 질문 겸 멘트에 잠시 현타가 오는 순간이었다. 사실 제약바이오는 우리나라에서 영역별로 볼때 국가경쟁력이 약한 분야이긴 하다.
당혹스러웠다. 기분은 나빴지만 현실은 현실 아닌가.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날 들어간 다른 세션의 제목은 'K-디지털헬스케어기업, 국경을 넘어서'였다. K-바이오는 좀 참았다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후에 붙이는 걸 권장하고 싶다. 그래도 쓰고 싶으면 소문자 k로 쓰든가.